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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왕십리 대학생들 끼니를 책임진 김치찌개 맛집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24년간 왕십리 대학생들 끼니를 책임진 김치찌개 맛집

강마 2020. 2. 25. 07:27

 

 오랜만에 한양대 근처를 들렸다. 이유는 단 하나.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서다.

 

 지나치기 쉬운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고 간판도 없지만 근처 한양대 학생들과 주민들은 다 안다는 전설의 맛집.

 

 김치찌개 맛집이지만,  이 가게 이름은 "장어구이" 집이다.(물론 장어구이도 판다)

 

 가게는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군데에서 나란히 영업을 한다.

 

 두 군데라고 해서 1호점 2호점 개념이라기보다, 손님이 많아 하나씩 확장을 한 격이라 사장님도 같고 메뉴구성도 모두 동일하다.  처음 생긴 자리가 야외테이블도 있고 추억이 많아 주로 그쪽으로 방문하는데, 이 날은 자리가 없어 맞은편에서 먹게 되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손님이 들어온다. 우리처럼 식사를 즐기러 오는 손님부터, 2차로 안주 겸 해장하러 오는 손님들까지.

 

 재밌는 점은 생각보다 메뉴 구성이 단출하진 않은데, 저녁시간때 방문하면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김치찌개를 주문한다.

 

어떤 매력이 김치찌개 하나 먹으러 이 곳까지 오게 하는 걸까.

 

이 가게의 혜자스러운 점은 우선 가격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대학상권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김치찌개 소가 만원.

 

심지어 양도 많다.

 

그리고 현금 결제시에는 라면사리가 서비스니, 이 정도면 충분히 찾아올만 하지 않은가.

 

 

 

 두번째는 이 계란말이!!! 계란 덕후인 나에게는 추가요금 주고서라도 시키는 메뉴인데 이마저 무료다.

 

 그렇다고 절대 양이 작거나 맛이 없지 않다.

 

 크기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크고, 반죽에 갈은 돼지고기까지 넣어주신다.  추가시 5천원을 받는 비싼(?) 메뉴인걸 봐도 기본 반찬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먼저 나온 계란말이를 케챱에 콕 찍어 먹고 있으면 김치찌개가 나온다.

 

 우리가 주문한 게 '소'인데 냄비의 깊이감과 양을, 온몸으로 표현하고자 다각도로 사진을 찍어봤다.

 

 한번 끓여져 나오는데, 라면사리는 안 익힌 상태로 넣어주시기 때문에 면이 익을때까지만 살짝 끓이면 된다.

 

 

 먹기 좋게 잘려진 돼지고기가 밑바닥에 잠길 정도로 듬뿍 들어가 있고, 김치, 떡, 두부가 비율좋게 섞여 있다.

 

 꼬들해진 라면을 돼지고기 몇 점과 돌돌 말아 입에 넣으면 이 집의 진가가 한 입에 느껴진다.

 

이윽고 국물 한 입. 진하고 칼칼한 국물이, 소주잔을 절로 들게 한다.

 

 

 처음 먹었을때는 굉장히 맛있다기 보단 가성비가 훌륭한 집이구나 라고만 느꼈는데 두번 세번 방문해서 먹어보니 자꾸 그맛이 당긴다.

 

 김치찌개는 김치 맛, 끓이는 사람, 햄이나 고기같은 부재료에 따라 맛에 변수가 많은 음식이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음식이기에, 그 맛의 기준점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인 듯 싶다. 그만큼 요식업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왕십리 장어구이는 3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끓여내신 내공이 모두 녹아있는 집이다.

 

 

 

 국물은 깔끔한 느낌보다는 진득하고 무게감 있는 편이고 반대로 고기는 살코기가 비교적 많은 앞다리 부위를 사용하시는지 그 조합이 무척 좋다. 

 

 장사가 잘되는 집이라 그런지 재료도 신선하여 부재료, 심지어 라면사리까지 싱싱한듯한 착각이 든다. 

 

 그 흔한 단무지나 오뎅같은 밑반찬도 전혀 없지만 김치찌개 속 건더기가 워낙 많아 그 또한 아쉽지 않다.

 

 그리고 요즘같은 물가에 가격도 어지간하면 올리지 않으신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 6천원부터 방문했던 듯 한데 15년 넘도록 고작 4천원이 인상되었다. 대학가이다보니 사장님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손님이라기보단 공부하는 아이들 배불리 먹이고 싶은 심정이 아니실까.

 

 실제로 학생때부터 졸업후에 사회인이 되어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도 많다.

 

 

 최근 방문해보니 랩퍼 최자도 단골이신지 방송에도 나왔다고 한다. 눈이 번쩍해질 맛은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투박한 김치찌개.

 

 인생에서 치이고 실패해 돌아와도 언제듯 날 감싸주는 가족처럼,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불을 밝혀주셨으면 한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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