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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야외에서 먹어야 제 맛, 왕십리 껍데기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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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야외에서 먹어야 제 맛, 왕십리 껍데기집

강마 2020. 6. 3. 08:47

 

 애주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날씨가 언제일까. (물론 365일이긴 하다..)

 

 나의 기준으로는 바로 요즘 같은 날씨이다. 낮에는 덥더라도 저녁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야외에 테이블 하나 놓고 술 먹기 좋은 그런 날씨 말이다.

 

 갑자기 곱창이 무척이나 먹고 싶어 방문한 왕십리. 가고자 했던 가게의 대기가 길어 포기를 하고 정처 없이 떠돌다 왕십리 먹자골목으로 들어서게 됐는데 황홀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건 바로 많은 식당에서 야외석을 깔아 놔 대부분의 손님들이 밖에서 식사와 반주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야외석이라면 무조건 앉고 봐야 하는 취향 탓에 그 대열에 합류하고자 가게를 물색하던 중 스쳐 지나가는 고기 향을 따라 방문하게 된 곳 왕십리 껍데기집이다. 

 

 


 살짝 비탈길에 자리를 마련한 터라 차도 쪽에 놓인 좌석이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야장에서 고기와 소주를 즐길 생각에 어깨가 절로 둠칫거린다.

 

 껍데기로 나름 유명한 곳이라 예전에 한 번 방문했던 적이 있어 이번에 껍데기는 패스, 고기로만 시키기로 했다. 삼겹살, 주먹고기, 갈매기살 다 먹어보고 싶어 1인분씩 주문이 가능한지 여쭤봤더니 흔쾌히 오케이 해주신다.

 

 기분 좋게 삼겹살 1인분과 주먹고기 1인분으로 주문하고 앉아 있자니 숯불이 먼저 다가와 고기 맞을 준비를 한다.

 

 

 

 곧이어 줄줄이 밑반찬들이 나오는데, 다른 고깃집과 다르게 쌈 대신 상추와 부추가 무쳐 나오고, 예전에 껍데기를 먹었을 때는 없었던 거 같은데 마늘과 버섯이 구워 먹을 수 있게 숯불 위로 올려 나와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다. 

 

 콩가루를 넣어 고소한 된장국과 굵은소금이 담긴 기름장은 1인 1개씩 주어지고 구워 먹기 알맞게 익은 김치와 깻잎 장아찌는 덤이다.

 

 

 

 제법 늦은 시간이라 배가 상당히 고팠는데도 고기가 빨리 나오지 않아 의아하던 중 불판 위로 올려진 고기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한쪽 구석에서 별도로 초벌을 해서 제공되는 고기. 삼겹살과 주먹구이가 한꺼번에 나와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들다.

 

 고기두께도 제법 두툼해 초벌을 해서 나왔음에도 먹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한차례 구운 후 한입거리로 잘 잘려나오기때문에 고기 굽는 수고를 좀 덜 수있어 좋긴하다. 

 

 

 

 역시 삼겹살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끔 반질반질한 고기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가는걸 보니 광대가 절로 승천하지만 반대로 빨리 먹고싶은 마음은 초조해진다. 

 

 애꿎은 소주만 연거푸 된장국을 안주삼아 마셨는데, 콩가루를 넣어 고소한 된장국이 집에서 엄마가 끓여주던 맛과 흡사해 금세 한그릇을 비웠다. 

 

 

 

 마늘도 먹기 좋게 작은 알로만 담아져 나와 두꺼운 고기보다 오히려 마늘이 먼저 익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마늘 먼저 한 알 먹어보니 참기름의 힘인지 마늘 본연의 맛인지 엄청 꼬숩다.

 

 아린 맛 하나 없이 포슬포슬한 느낌에 눈감고 먹으면 마늘인지 알기 힘들 정도이다.

 

 

 

 드디어 작은 크기 위주로 익기 시작하는 고기. 얼른 한점 집어 입에 넣어보기 구울 때 기본 간을 전혀 안 해서인지 두꺼워서 그런지 살짝 싱겁다.

 

 그럴 땐 역시 쌈장이 나설 차례.

 

 쌈장과 잘 익은 마늘로 골라 굵은소금 한알 올려 먹으니 비계가 꽤 붙은 부분임에도 고소하고 느끼함이 전혀 없다, 오히려 살코기 부분이 질기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계 부분이 맛이 좋다. 역시 가게 이름이 껍데기 집인 이유가 있는 건가.

 

 

 

 맛 좋게 익은 고기들을 불 약한 쪽으로 피신시켜놓고 이제는 김치와 버섯을 구워 삼합으로 즐길 차례다.

 

 생으로 먹었을 때 그냥 무난한 맛의 익은 김치였는데 역시 뭐든 고기 기름에 구우면 맛있어지나 보다. 고기에서 나온 기름을 김치와 버섯에 골고루 분산시켜 구워주니 따로 먹어도 맛있고 고기에 싸 먹어도 맛있다.

 

 처음에 나왔을 때는 고기양이 조금 적어 보여 정량을 주지 않는 건지 살짝 의심도 들었는데 아마 두꺼워서 고기 개수가 많지 않았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너그러움이 절로 생긴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고기 맛이 좋아서였는지, 분위기에 취해서였는지 결국 평소의 주량을 넘기게 되어 그다음 날 무척 힘들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없던 흥도 절로 생기게 만드는 야장.

 

 더 더워지면 에어컨을 찾아 실내로 들어가고 비 오면 못하고 추워지면 또 못하게 되는 게 야외석이기에 만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근처에 유명 맛집들도 많고 회에서부터 고기, 닭발 할 것 없이 다양한 메뉴가 아우러진 곳,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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