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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한옥에서 구워먹는 명품 삼겹살, 한옥정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도심 속 한옥에서 구워먹는 명품 삼겹살, 한옥정

강마 2020. 7. 10. 08:56

 

 최근 들어 우울한 날이 지속됐다. 외식의 저주에 걸렸는지 새로 방문하는 가게들마다 맛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실패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 특단의 조치로 소문난 맛집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유명해도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누가 해도 맛이 없기는 힘든 메뉴를 골라야했는데 꼬박 하루를 고민하다 대충 굽기만 잘해도 맛있는 삼겹살로 결정했다.

 

 이제 가게를 골라야하는데 첫째, 알려져 있긴 하되 체인점은 제외하고 둘째, 유명은 하지만 방송에 나오거나 가본 곳들은 제외하기로 해서 어찌 된 일인지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아져버렸다. 그저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싶은 건데 말이다.

 

 그러다 문득, 전에부터 가고 싶었으나 거리상의 이유로 미뤄왔던 답십리의 한식집이 생각나 드디어 방문하게 됐다.

 

 

 이름에서부터 한식냄새 풀풀 풍기는 가게 한옥정. 답십리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사실 한옥정이 물리적인 거리가 멀다기보다는 번화가에 위치해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조금 번거로운 편이고 건물 특성상 주차가 어려워 접근성이 좋진 않다.

 

 그럼에도 한옥정을 와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생삼겹살 사진 한장때문이었는데 그냥 고기가 아니라 꽃삼겹이라 이름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영롱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숨겨져있어 살짝 길을 헤맨 후 도착한 가게 앞. 멋들어진 한옥이 반겨준다.

 

 가게 외부에서부터 메뉴판에 가격이며 그람수, 몇인 이상 주문 가능한지 상세하게 적혀있어 좋다. 가게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들어갔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를 하거나, 원하는 메뉴가 없어 그냥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주인장 눈치 보지 않고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

 

 육류나 식사류 모두 적당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오히려 유명 맛집들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지 않을까. 

 

 

 

 가게 내부로 들어오니 크게 세구역으로 구분되는데, 집으로 따지면 거실인 가운데 홀과, 주로 5~8명 내외의 소규모 단체를 받을 수 있는 작은 방 하나와 테이블이 6개 정도 놓인 큰 방이 있다.

 

 아쉬운 점은 가게 전체가 좌식이라서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나 애기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좌식보다는, 고기 굽는 식당이다보니 더울까 봐 걱정이 됐는데 한옥이라서 그런지 에어컨이 강한 덕분인지 먹는 내내 시원하게 있을 수 있었다.

 

 

 메뉴는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오긴 했지만 더 좋아보이는 메뉴들도 많아 살짝 흔들렸으나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먹고 있었기에 부족하면 추가 메뉴를 시키키로 하고 삼겹살 2인분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시작된 밑반찬들의 행렬. 한식집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쌉싸롬한 나물과 버섯볶음, 감자조림, 김치, 마늘, 쌈장이 좌측 날개를 맡고 도라지 무침과 부추, 무생채, 콩나물 볶음, 양념게장, 배추 무침이 우측 날개를 맡았다.

 

그리고 후추 한점 없는 깔끔한 기름장은 사람수대로 주고 직접 기르신 건지 싱싱한 쌈채소도 기본 차림으로 제공된다.

 

 

 

 고기가 나오기 전 반찬을 하나씩 맛보는데 아유 이 집 음식 참 잘한다. 싱겁게 드시는 분들은 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반찬은 밥이나 다른 음식과 같이 먹기 때문에 간이 세야 된다고 믿는 내 신념과는 아주 잘 맞는 맛이다.

 

다른 식사 메뉴를 시켜도 동일하게 반찬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밑반찬만으로도 고추장 살짝 넣고 비벼먹으면 훌륭한 비빔밥 한 그릇이 될 구성이다.

 

 

 

 야금야금 반찬을 축내고 있자니 금세 나온 주인공 삼겹살님. 드디어 만나게 되어 감격스러운 마음을 추스리고 감상부터 해본다.

 

삼겹살이 프로필사진을 찍는다면 딱 이렇게 나올듯한 자태, 지방층과 살코기층 껍데기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선명한 선홍빛의 육질이 돋보인다.

 

 

 

 눈호강은 다했으니 이제 입이 호강할 차례. 서둘러 같이 나온 버섯과 양파를 올려 구워주기 시작한다.

 

 추측이지만 삼겹살마다 두께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생고기를 통으로 사다 직접 손질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서울에서 가장 큰 축산물 전문시장인 마장동이 바로 옆동네에 위치해있기 때문인데 같은 맥락으로 한옥정 주변으로도 곱창이나 설렁탕같은 부속고기 판매 식당이  많았다.

 

 

 

 숯불이 아님에도 화력이 좋아 쟈글쟈글 맛있는 소리를 내어가며 고기가 익는다. 생고기일때도 그랬지만 굽고 나니 고기품질이 우수하고 신선하다는 게 단박에 느껴진다.

 

 겉보기엔 지방층이 많아 보였는데 불판에 흘러내리는 기름이 거의 없고 기름이 나온다 해도 투명한 색의 깨끗한 기름이 나온다.

 

 냉동이나 오래된 삼겹살들은 구우면 냄새도 심하고 표면에 거품같은 물이 흘러내려 불판이 금세 더러워지는데 다 먹을 때까지 한 번도 판을 닦지 않았음에도 깨끗하다.

 

 

 고기를 어느 정도 익혀놓고 마늘까지 올려 약불로 조금 더 익혀주면 이제 먹어도 된다는 삼겹살님의 허락이 떨어진다. 명품삼겹살의 맛은 어떨까. 아무런 양념 없이 고기만 들어 얼른 입에 넣어본다.

 

 어머, 어머 그래 이게 삼겹살 본연의 맛이구나. 살코기는 부드럽고 지방부위는 쫀득쫀득하다. 마치 목살을 구워 먹는 듯 입에 거슬리는 기름진 맛없이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다.

 

 

 

 예전에 횡성에서 한우를 먹었을 때 들은 이야기가 좋은 고기는 아무리 오래 구워도 질겨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말을 방증해주듯 불판에 오래 있어도, 되려 식어도 다 맛이 좋다.

 

 오랜만에 만난 진짜 삼겹살 맛집에 신이 나 기름장에도 찍어먹고 쌈도 싸먹고 나물에도 올려 먹으니 순식간에 불판이 비워진다.

 

 어떤 부위인지도 알기 힘든 고기를 파는 어느 삽겹살집에서는 후추 없이, 김치 없이는 물리고 기름져 많이 먹기 힘들었는데 한옥정에서는 오히려 김치 생각이 1도 나지 않는다.

 

 

 

 애주가들이 맛있는 음식에게 보내는 최고의 표현 중 하나가 술 먹을 틈도 없이 음식만 먹는건데 이 날 초록병은 그저 거들뿐이었다.

 

 비어 가는 고기에 아쉬운 기분이 들어 추가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넓다른 한옥은 손님이 꽉 차 대기까지 생겨버렸다. 

 

 그래,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지.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먹기엔 무리일 듯 하나 역시 그냥 나오긴 아쉬워 공깃밥 하나만 추가하기로 했다. 밥과 함께 나온 우거지 된장찌개의 짭쪼롬한 국물로 위로를 하며 남은 소주를 털어냈다.

 

 반찬부터 찌개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한옥정, 이제 앞으로 다른 가게에서 삼겹살을 어찌 먹나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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