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집의 맛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만리장성

 

 주거지역인 동네 특성상, 암사역 인근에는 전국구로 유명한 식당은 많지 않지만 작고 오래된 가게들이 많다.

 

한 자리를 오래 지켜 가게 이름으로 위치 설명이 가능한, 일종의 랜드마크라고 해야 하나.

 

 

 이런 가게들의 특징은, 손님들 대부분이 오랜 단골이고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 내외가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맛은 전국 유명 식당에 뒤지지 않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지면 그 나름대로 또 곤란해질 법한 분위기랄까.

 

 

 그 중 만리장성은, 배달도 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가게지만 동네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중국집이다.

 

건물 재개발로 인해 위치가 처음과는 살짝 달라지긴 했지만, 암사역 뒷골목을 항상 지키는 곳이자 착한 가격과 옛날식 중국집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 

 

 

 오랜만에 탕수육이 먹고 싶어 찾아 간 만리장성.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김없이 웍질 소리와 포장 주문을 위한 전화벨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몇 개 남지 않은 테이블을 잽싸게 차지하고 주문한 메뉴는 1번 세트로, 불탕수육과 짜장 1개가 나오는 구성이다.

 

 

 요즘 물가에 짜장면이 4천 원인 것도 감사한데 세트로 주문하면 천 원이 더 저렴해 무척 좋다. 

 

여긴 짜장, 짬뽕은 당연하고 숯불고기밥과 잡채밥 같은 덮밥류도 인기가 많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에서는 무조건 하나는 시키는 고정 메뉴일 정도.

 

 

 차례대로 음식이 나오고 드디어 우리 차례. 불 탕수육, 그러니까 사천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탕수육의 근본, 볶먹으로 나오는 불 탕수육은, 내가 사랑하는 옛날식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마지막 한 조각 먹을 때까지도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하면서도 두꺼운 고기, 매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메츄리알 두 알만 올라가면 딱 30년 전 모습일 짜장면의 맛 역시, 전형적인 옛 맛이다. 기름이 적어, 느끼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술술 들어가는 맛.

 

특히 시판 중화면을 사용하는 가게가 대부분인데 반해, 직접 반죽을 뽑기에 부드럽고 호로록 넘어가는 면이 일품이다. 직접 만든 생면을 사용한 파스타와, 공장 파스타면의 차이만큼 식감과 맛에서 엄청 난 차이가 느껴진다.

 

 

 손님이 많아지면 단골들은 얼른 먹고 자리를 비켜주고, 술을 많이 먹으면 잔소리하는 사장님이 있어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곳.

 

언제 와도 변함없는 맛과 가격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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