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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에 좋은 맛있는 오리고기, 불타는 오리주물럭

강마 2020. 6. 12. 09:50

 

 더워진 날씨에 몸보신도 할 겸 적당한 가게를 찾아 방황하다 석촌호수 서호 쪽에 있는 작은 먹자골목에서 귀여운 오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간판 위의 오리에게 호객행위를 당해 들어가게 된 곳, 석촌 불타는 오리주물럭이 오늘의 가게다.

 

 

 이름에서 알수있듯이 주물럭이 대표 메뉴이고, 로스, 훈제는 물론 백숙까지 오리로 하는 모든 메뉴를 만나 볼 수 있다.  다만 백숙은 조리하는데 시간이 걸려 1시간 전 예약 필수이니 백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보통 오리가 메인 메뉴인 곳에서 찾기 힘든, 닭볶이탕과 삼겹살도 판매되고 있어 의외였다. 이 골목 자체가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상권이라 동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메뉴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가게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가 훨씬 넓찍하고 쾌적하다. 주물럭 같은 양념고기들을 구워 파는 곳들은 고기 냄새가 금세 배기 일쑤인데 환기가 잘 되는지 들어섰을 때도 연기는커녕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사실 메뉴를 정하고 들어온 건 아니라 뭘 주문할지 고민하다 주물럭은 매운맛도 선택이 가능하다고 하여 주물럭 반마리 매운맛으로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상이 딱딱 차려진다.

 

 우선 익히는 시간이 걸리는 고기부터 불이 당겨진 부르스타 위에 안착하고 나면 밑반찬들이 도착한다.

 

반마리인걸 감안해도 다른 곳에 비해 양이 조금 적은 듯 보여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불타는 오리주물럭에서는 40일 된 어린 오리만 사용하여 크기는 작지만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고 한다.

 

어차피 정량이상 소화시키기 힘든 몹쓸 위장이라 양은 크게 중요하진 않았으나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식성에 따라 반마리로 할지 한 마리로 할지 잘 정하셔야 할 듯하다.

 

 

 

 아욱된장국은 인원당 한 개씩 나오고 기본인 생마늘과 쌈장, 취나물, 깻잎 절임, 양파 장아찌, 청포묵 무침까지 종류가 많진 않아도 하나같이 알찬 구성이다. 

 

된장국은 역시 대량으로 오래 끓여야 그 맛이 잘 우러나는데, 푹 우려 야들야들해진 아욱에 된장 향이 잘 스며들어 식전 위를 잘 달래준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직접 만드신 느낌이었는데 특히 청포묵 무침과 취나물이 쓰지도 않고 잘 무쳐져 고기 먹는 중간에도 계속 손이 간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쌈이, 쌈밥집 못지않게 싱싱하고 다양한 종류가 나와 좋았다. 형식상으로 상추와 깻잎 (그마저 깻잎도 안 주는 곳도 더러 있다.)만 나오지 않고 당귀, 치커리 등을 푸짐하게 내어준다.

 

 

 

 주물럭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날때쯤 김치전이 나와 아쉬울 뻔한 상차림을 완성시켜준다. 역시 밑반찬이라도 기름진 전 하나쯤은 나와야 서운치 않다.

 

얇게 잘 부쳐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해 김치만 들었지만 맛이 좋아 고기가 익기 전 술안주로 딱 좋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미나리가 나오지 않는다. 오리고기 먹을 때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미나리인데 말이다. 모든 가게의 반찬 구성이 같을 순 없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래도 좋은 점 한가지는, 고기를 구워주신다는 점이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오리주물럭은 기름도 많이 나와 타기도 쉽고 빨간 양념 옷에 가려 속살이 익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워 굽기 난이도 상쯤 위치해있는 아이이니 말이다.

 

그리고 역시 전문가라 그런지, 다른 테이블과 주방을 부지런히 오가시는 와중에도 뒤집을때가 되면 귀신같이 알고 와서 볶아 주신다. 

 

처음 나왔을때는 다 빨갛기만 한 상태라 뭐가 고기인지 야채인지 구분이 어려웠는데 어느 정도 익고 나니 단호박이나 떡 같은 부재료가 제법 알차게 들었다.

 

 

 

 고기 상태를 몇 번 확인하시더니 주방에서 콩나물을 가져다 한웅큼 철판에 올려주며 다 익었으니 먹으라는 신호를 주신다. 숙주나 미나리 같은 야채를 올려먹는 건 많이 봤는데 콩나물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했다.

 

볶아먹어야 하나? 매울 때 먹으라고 주시는건가? 일단 먹으면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오, 역시 라면과 고기는 남이 해주는게 제일 맛있다더니 내 힘들여 굽지 않아서 그런가 맛이 더 좋다.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린 오리를 사용해서 그런지 냄새도 안 나고 살이 부드럽다.

 

고기 크기도 작아서 양념이 잘 배어 있고 한입에 싸먹기도 좋다. 맵기는 매운맛으로 주문해도 매콤한 정도라 매운걸 못 드시는 분들도 적당히 입 맛 도는 매운맛을 즐기실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재료들이 한 입 크기로 잘려져서 나와 굽기 전에는 양이 적어 보였는데 먹으면서 보니 고기가 제법 들어 배가 상당히 불러온다. 

 

재밌는 점은 먹다보니 오리주물럭보다는 닭갈비를 먹는 듯하다. 잘 볶아진 야채들과 떡과 함께 먹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랄까. 

 

닭보다는 오리가 사람 몸에는 더 좋다고 하는데 오리고기 특유의 향이나 기름진 껍질 부위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때문에 불호이신 분들은 오히려 이 스타일이 거부감 없이 오리를 접하는 방법일 듯하다.

 

 

 

 뜻하지 않은 골목에서 만난 오리와의 만남.

 

올여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는 것과 가을쯤에 코로나가 다시 창궐할 거라는 슬픈 뉴스들만 접하는 요즘, 면역력도 키우고 몸보신도 할 수 있는 오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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