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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냉면을 아십니까, 꿩냉면전문 숯골원 본점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꿩냉면을 아십니까, 꿩냉면전문 숯골원 본점

강마 2021. 5. 26. 08:43

 

 우리가 흔히 아는 속담 중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적당한 것이 없을 때 대신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그만큼 닭보다 꿩이 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디 떡국도 꿩고기를 이용한 떡국을 상품으로 쳐준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난 그 귀하다는 꿩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

 

 

 대전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하는 날, 뭔가 특색있는 먹거리를 찾고 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꿩냉면.

 

냉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꿩냉면은 처음이니 당연히 먹어 줘야겠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찾아 나선 숯골원 냉면. 대전에서 워낙 유명하고, 몇십 년 단골이 있을 정도로 4대째 내려오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란다.

 

 

 건물을 통째로 쓰는 위풍당당한 외관에 맞추어 맞은편에 너른 전용주차장 부지까지 마련되어 있다.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오니, 대선 칼국수와 마찬가지로 각종 유명인들의 싸인과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이력들이 훈장처럼 전시되어 있는 내부. 얼른 자리를 잡고 메뉴판부터 살펴본다.

 

 

 난 물냉보단 비냉파긴 하지만, 꿩냉면은 비냉이 없는 관계로 둘이서 방문했음에도 꿩냉면과 비빔냉면, 놓칠 수 없는 만두까지 푸짐하게 주문을 했다.

 

주문을 받아간 후 곧 반찬이 주어지는데, 다른 냉면집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묵은지가 나오는 것과 냉면 육수가 없다는 점. 요청하면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테이블에도 없는 걸 보니 안 주는 걸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김치부터 맛을 본다.

 

 

 

 푹 익었지만 군내는 나지 않고, 보관을 잘한 느낌이랄까. 저기 시골 어딘가에 땅에 묻힌 장독에서 몇 년은 보냈음직한 김치 맛이다. 과하게 시지도 않고 적당한 감칠맛에 군침이 싹 돈다.

 

가게 구경과 김치 시식이 끝났을 즘, 냉면들도 연이어 도착을 한다. 일반적인 물냉면에 비해 탁한 육수의 꿩냉면과 정갈하게 올려진 고명에, 눈으로 먹는 듯한 비빔냉면.

 

 

 면을 풀기 전 궁금했던 꿩냉면의 육수부터 맛을 보기로 한다. 맑기보단 탁한 느낌이라 진한 맛일 거라 생각했는데 반전 매력이 숨어져 있다. 평양냉면을 떠오르게 하는 슴슴한 간에 깔끔하면서도 깊은 느낌이 나는 육수. 

 

면발은 순메밀만 사용한다는 말답게, 풀기 전인데도 은은한 메밀향이 육수에 감도는 것이 특징이랄까.

 

 

 비빔냉면과 함께 온 육수도 같은 맛일까 비교해보기 위해 먹어보니, 이건 전형적인 비빔냉면용 육수다. 새콤달콤한 맛이 강해 냉면에 함께 넣고 비벼주면 더 맛있어질 듯. 

 

제일 궁금했던 꿩고기도 한 조각 맛을 보니, 이거 맛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닭고기의 느낌과 소고기의 양지나 사태살을 삶아 놓은 듯한 맛의 중간 느낌? 쫀쫀한 육질과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진다.

 

 

 각자의 개성을 파악했으니 본격적으로 취향껏 제조해 먹을 차례. 비빔에는 육수 조금과 식초, 겨자를 첨가하고 꿩냉면은 자체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기로 했다.

 

면을 잘 풀어 고명을 잘 분배해 입안 가득 넣고 씹으니, 먼저 메밀향이 확 느껴진다. 툭툭 끊어지는 식감인지라 가위 없이도 먹기가 수월해 좋고, 사발째 육수를 드링킹해주면 온 몸이 해독되는 기분.

 

 

 자극적인 맛을 좋아해 평양냉면의 참맛을 모르는 내게도, 그 깊은 맛이 느껴질 정도라서 왜 그렇게 평양냉면 마니아가 많은지 이해가 절로 된다. 

 

비빔도 새빨간 양념장에 비해 간이 세지 않아, 부담 없이 훌훌 들어간다. 재료들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되직한 양념장에, 계란 지단이 풍성하게 올려진 고명, 메밀향이 물씬 나는 면발까지 엇나가는 것 없이 조화로워 더 맛이 좋다.

 

 

 제일 나중에 나온 평양만두도 그 이름 그대로 슴슴하지만 깔끔한 맛이라 냉면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터질 듯이 가득 찬 만두소와 얇은 만두피가 인상적인데,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간장에 적셔 먹으면 더 꿀맛.

 

아까의 그 맛 좋은 김치가, 만두에도 들어갔는지, 먹었을 때 비슷한 느낌이 온다. 종갓집에서 만두와 김치를 만든다면 아마 이런 맛이지 않을까 정도로 음식들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평양냉면에 도전하기 위해, 유명하다는 맛집들을 많이 가봤지만 내게는 어려웠던 분야였는데 여기에 와서 꿩냉면을 먹고서야 평양냉면의 진가를 느꼈던 날.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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