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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에서 만나는 동남아, 양평 블랙밤부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서울 근교에서 만나는 동남아, 양평 블랙밤부

강마 2021. 8. 20. 09:33

 

 누군가가 나에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서슴지 않고 '맛'이다.

 

일상에서와 같은 행위일지라도, 일탈이 만들어낸 왜곡 때문일까. 같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어도 더 맛있고, 특히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현지 길거리 음식은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맛이 좋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현 시점에서 해외여행이 가장 그리울 때가,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을 때다.

 

문득문득 방콕 길거리에서 먹었던 팟타이라던지 베트남 시장 골목에서 먹었던 쌀국수처럼 특정 가게의 특정 메뉴가 생각날 때면 어찌나 서러운지. 입덧하는 임산부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될 지경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 우리 가족들 대부분이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었다. 이런 것도 집안 내력인가.

 

그리하여 주말 점심, 꽤 수준급의 동남아 음식 전문점이 있다는 소문에 나선 양평 서종면.

 

 

 서종 테라로사 주차장 옆길로 들어가면 좁은 길 하나가 나오는데, 꾸불꾸불한 길 끝에 이국적인 건물 하나가 보인다.

 

가게 이름은 블랙밤부. 온실처럼 가게 전체가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고 층고가 높아 더운 여름에도 상당히 시원한 느낌이 든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손님이 많음에도 전혀 답답한 느낌이 없다는 점.

 

 

 어지간해서는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는 부모님도, 마음에 드셨는지 가운데 있는 커다란 화분부터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메뉴판. 태국식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총망라해 놓은 다양한 메뉴가 넘겨도 넘겨도 끝이 나질 않는다.

 

 

 

 유럽에서 한식, 중식, 일식을 한꺼번에 파는 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오늘 외식의 목적은 여행의 향수를 달래기 위함이니 나에겐 더 적절할지도.

 

수많은 메뉴와 사투를 벌이다 간택받은 아이들은, 쏨땀, 퍼보, 팟타이, 고이꾸온. 여러 요리 메뉴도 많았지만 별식보다는 일상식이 먹고 싶은 기분이 강했다.

 

 

 마치 해외에서 오래 거주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오면 갈비찜같은 음식보단 김치찌개가 더 당기는 이치랄까.

 

정신없이 주문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섬세한 인테리어 덕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심지어 화장실에 동남아식 비데인 호스까지 설치되어 있는 걸 보고 빵 터졌으니 말이다.

 

 

 기다리는 동안 소소하게 예전에 다녀왔던 여행지들을 추억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음식이 하나 둘 준비되기 시작한다.

 

가장 기본인 양파절임과 무피클. 퍼보에 들어가는 고수와 라임, 그리고 식전 메뉴로 주문한 고이꾸온이 나왔다.

 

 

 아삭아삭하고 깔끔한 맛이 매력인 고이꾸온. 특히 땅콩소스는 직접 만든 듯, 시판 소스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이 좋다.

 

 

 라이스페이퍼도 마트에서 파는 두꺼운 것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는 얇은 피를 사용해 시간이 지나도 겉이 딱딱해지지 않고 들러붙지도 않아 좋다.

 

베트남에서 이 페이퍼를 사기 위해 마트를 그렇게 뒤져도 결국 못 찾아, 가게에서 직접 만든 거라고 결론을 내렸었는데 아니었던가.

 

 

 그리고 나의 최애 샐러드인 쏨땀이 나오셨다. 이게 집에서 해 먹어도 절대 맛이 안나고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서 먹어봤는데 가격만 비싸지 영 서운했던 메뉴라 제일 그리웠던 음식이었다.

 

 

 커다란 라임 조각을 힘껏 짜서 골고루 뿌려준 다음에 잘 섞어 먹어 보니, 싸와디캅이 튀어나올 맛이다.

 

짭짤한 피쉬소스와 고소한 땅콩 가루, 라임의 새콤함과 파파야의 아삭함, 확 치고 들어오는 매운맛까지. 내가 한국에서 먹어봤던 쏨땀 중에 과감히, 1등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 정도.

 

 

 가격도 이 정도면, 다른 태국음식점에서 파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양도 많은 편이라 더 더 맘에 든다. 물론 태국보단 훨씬 비싸지만.....

 

그리고 고대하던 메인 메뉴들도 속속 도착한다. 

 

 

 다른 메뉴들에서도 느꼈지만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는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 중 하나. 메뉴마다 라임도 커다란 조각으로 나오고 하다못해 땅콩 가루조차도 아낌없이 팍팍 넣어주니 만족도가 올라갈 수밖에.

 

비주얼이 열일하는 팟타이도 잘 섞어서 맛있게 먹어본다. 어우, 맛있다. 주방에 태국분이 근무를 하나 싶을 정도로 방콕 어느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 못지않는 맛이 난다.

 

 

 나는 외국여행을 할 때 길거리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 팟타이는 길거리보다는 레스토랑의 맛이다. 팟타이 본연의 맛은 지키면서도 조금 더 고급지고 깔끔한,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그런 느낌.

 

마지막으로 퍼 보까지 등장하고야 완성된 테. 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3자 회담 같은 테이블이라고나 할까.

 

 

 베트남식 쌀국수도 양이 만만치 않다. 깊숙한 그릇에 한가득 들어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광대가 승천한다. 고기도 정말 많이 들어있어 젓가락 한번 들 때마다 자연스레 고기도 딸려 온다.

 

우리나라 외식 물가 기준으로 이 정도면 합리적인 게 아니라 저렴한 편에 속할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양도 많고 국물도 진해, 미운 구석이 없다.

 

 

 베트남에서 맥주를 밤새 마시다, 숙취가 몰려올 때면 새벽에 쌀국수 한 그릇 말아먹고 마사지받으면 해장에 최고였는데. 향수를 달래러 와서 도로 향수병에 걸리게 하는 무서운 곳이다.

 

더욱 의외였던 건,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며 잘 드셨다는 점. 뭐, 특별히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를 시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 식사라고 하면 매번 고기나 한정식 이런 곳만 갈 생각을 했는데 나의 큰 착각이었군.

 

 

 저녁에는 모이지 못해, 뜻밖의 이산가족이 되었지만 덕분에 즐거운 점심회동을 마치고 나온 길.

 

벌써부터 다음에 올 땐 어떤 메뉴를 먹어보나 설레게 하는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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