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에서 인도를, 로얄인디안 레스토랑

 

 

 난 카레를 좋아한다. (이쯤 되면 안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 게 빠를지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급식형 카레도 좋아하고, 집에서 내 마음대로 만들어 먹는 고기 듬뿍 카레는 말해 뭐하나.

 

 

 만들기도 쉬워 요린이들도 실패할 확률이 낮고, 다양한 야채도 듬뿍 들어가니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카레.

 

심지어 지금은 단종 된 카레 과자부터 카레 라면, 카레 우동,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구리까지. 평범함에 카레 가루를 얹는 것만으로도 비범한 맛이 되니 이쯤 되면 거의 만능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카레의 진정한 매력은 만드는 방법, 재료, 사람, 나라에 따라 달라지는데 있지 않을까. 

 

재밌는 점은, 김치=한국이듯이 카레의 원조는 인도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접하는 순서는 정 반대이다. 대부분이 한국식 카레가 먼저, 그다음은 일본식, 마지막이 인도의 오리지널 카레를 맛보는 순일 듯.

 

 

 

 나 역시도 줄창 한국식 카레만 카레인 줄 알고 살다 20여 년 전 일본 여행을 가서 처음 접한 일본식 카레. 색깔은 거무죽죽한 게 건더기 하나 없는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인종 차별인가를 고민했었다.

 

일본어를 못하니 따질 수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왜 맛있는지 모르지만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다.

 

 

 그 뒤로는 일본식 카레를 파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들어와 오해를 풀긴 했지만. 

 

인도식 카레 역시 처음 만났을 때 큰 문화 충격을 받았는데, 처음 놀란 것은 가격. 뭐가 이렇게 비싼건지 양은 또 왜 이렇게 콩알만큼 주는지, 색깔은 뭐 이리 컬러풀한 지 등등. 

 

 

 하기사 반대로 생각하면 인도 사람들도 우리나라에서 파는 카레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테지. 

 

집에서 만들어먹기 불가하다시피 하고 아직까진 번화가(?) 위주로만 식당이 밀집되어 있어서일까. 각자의 매력을 가진 삼국의 카레 중에서 현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인도의 커리다. 

 

 

 불현듯 찾아오는 그리움처럼,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둘러 쌓여 뜨끈뜨끈한 난을 주욱 찢어 커리에 푹 찍으면 느껴지는 향신료의 감칠맛이 생각난다. 

 

내가 가본 인도커리 전문점들은 한국인이 일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그 역시 애정하는 부분. 여행을 온 듯한 특별한 기분이 든달까.

 

 

 

 그렇게 혈중 카레농도가 떨어져 가고 있을 때 즈음 찾은 건대의 로얄인디안 레스토랑. 가성비 좋은 세트 메뉴와 소주를 판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먹는 터라 잔뜩 먹고 싶어, 시금치 소고기와 매운해산물 커리, 버터난을 선택한 2인 세트메뉴로 주문을 했다.

 

 

 먼저 입가심 용인 상콤발랄한 발사믹 샐러드가 나온다. 커리를 먹다 보면 아작아작 씹는 맛이 있었으면 싶을 때, 아주 안성맞춤인 메뉴다.

 

다른 카레들은 김치가 생각나는 맛이면 커리는 샐러드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달아 메인 메뉴들이 나와 상을 가득 메운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난부터 한입. 카레에 밥보다 더 어울리는 메뉴가 있다는 걸 알려준 난은, 인도 사람들처럼 매일도 먹을 수 있을 맛있음이다.

 

먼저 부드럽고 담백한 시금치 커리부터 듬뿍 찍어 먹으니, 행복이 차 오른다. 고기가 많아서 좋고 익숙지 않은 맛도 좋고 입안에서 날아다니는 느낌의 밥도 좋다.

 

 

 해산물 커리는 가장 매운 단계지만, 커리 특유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첫맛은 매콤한 정도다. 먹다 보면 점점 매운맛이 쌓이는 그런 맛. 그렇기에 난보다는 밥과 더 잘 어울리고 탄두리 치킨을 찍어 먹어도 좋다.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찍어 먹는 이치라고나 할까. 숙성이 잘 되어 가슴부터 발끝까지 부드러운 치킨을 잘 발라내, 커리를 한 숟갈 가득 뿌려 난에 싸 먹으면 여기가 인도구나.

 

 

 후식으로 나온 요거트는 달지 않고 시큼한 맛이라 더 완벽했던 곳.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맛있으면 현지에서는 얼마나 더 맛있을지 날이 갈수록 궁금해지는 음식, 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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