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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대천해수욕장 인근 노포, 풍년집 국수 본문
서울에서 멀지 않고 대천 해수욕장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는 보령시.
여름이 성수기이긴 하지만, 벚꽃길도 예쁘게 조성되어 있고 숙박 가격도 여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봄에 더 많이 찾는다.
대부분의 숙박 시설들이 취사가 가능하게끔 되어 있어, 제철을 맞은 바지락과 알배기 쭈꾸미로 식도락 여행을 떠난 길.
물론 백사장을 따라 수 많은 음식점들이 있지만, 이제는 관광지의 호객 행위와 바가지요금에 당해 줄 짬바는 아니지.
예전에는 그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끌려 몇 번 가봤지만, 한번도 맛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차라리 좋은 재료를 사다가 조용한 곳에서 순수하게 음식을 즐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이제는 대천을 가면, 저녁은 거의 숙소에서 먹는 편.
이번에도 그럴 요량으로 도착과 동시에, 점심과 저녁 장보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내에 있는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정식 명칭은 보령 중앙시장이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중앙시장 뒤로 한내시장, 옆으로 자유시장, 뒤로는 동부시장식으로 미로처럼 여러 개의 시장이 뭉쳐 있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골목의 형태나 주차장 위치에 길을 헤매, 불편할 수는 있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가득한 곳이라 나에게는 해수욕장보다 더 흥미로운 공간인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장의 또 한가지 특징은, 국숫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 국수로 유명한 구포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듯한데, 거진 한집 건너 한집 꼴로 국숫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재밌는 점은 시장하면 으레 떠올리는 떡볶이나 오뎅, 튀김을 파는 분식집은, 법으로 판매가 금지됐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어느 국수집을 들어가던지 사람이 많다는 점도 인상 깊다. 대전에서는 칼국수집이 그렇게 많더니, 국수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는 건가?
만두나 김밥, 해장국을 파는 곳에서도 국수는 빠지지 않고 팔 정도니, 여기까지 와서 국수 한 그릇을 먹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내가 들어간 곳은 중앙시장 초입에 위치한 풍년집 국수. 50년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국숫집을 하신 노 사장님이 계신, 찐 노포 집이다.
메뉴도 간단명료하게 비빔, 잔치국수와 여름 메뉴인 콩국수 3가지 만을 판매한다.
주문과 동시에 면을 삶아 주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나오는 시간이 더디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 그 정도의 기다림은 숙명과도 같은 사이 아닌가.
진한 멸치육수를 기반으로 깨와 파 이외에는 고명도 없는 소박한 모습의 잔치국수와 역시 깨와 오이로만 장식된 비빔국수가 곧 나오고, 망설임 없이 잔치국수의 국물부터 마셔본다.
멸치 천마리는 들어갔음 직한 깊고 진한 국물 맛. 첫 한입은 뭐지? 싶은데 먹을수록 그 맛이 진해지는 느낌이라, 감히 내가 뭐라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소면이 아닌 중면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인 비빔국수도, 달콤새콤보단 매콤새콤의 느낌인데 그 맛이 묘하다. 맛있어야 할 요소들이 별로 없는데도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되는 맛.
젓갈 향 가득한 김치와 다대기를 풀어 잔치국수의 또 다른 매력을 즐기며 묵묵히 먹다 보니, 두 그릇이 금세 비워졌다.
엄청 맛있다 보단, 먹을수록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상한 곳.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날 듯한, 진정한 노포 집의 매력을 보여준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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