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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구석 골목안에 숨어있는 쭈꾸미 맛집, 방이동 쭈꾸미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번화가 구석 골목안에 숨어있는 쭈꾸미 맛집, 방이동 쭈꾸미

강마 2020. 6. 17. 08:51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 아주 괜찮은 쭈꾸미집이 있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방이동을 방문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먹자골목을 방문하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따라나선 곳, 방이동 쭈꾸미.

 

 먹자골목에서도 중심거리가 아닌 곁가지 골목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가게, 그런데 외관에서부터 찐맛집의 향기가 솔솔 퍼진다.

 

 상당히 유명한 곳인지,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해 간판 사진 찍는데도 상당히 애를 먹긴 했지만 그만큼 기대감이 상승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니 길쭉한 형태로 보기보단 내부가 넓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있어 반갑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훑어보니 메인에서부터 추가 메뉴까지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다른 쭈꾸미집에서 쉽게 볼수없는 메뉴들이 많았는데 특히 냉모밀과 쭈꾸미 전골이 눈에 띄었으나 이 날은 국물보다는 볶음이 더 당겨 쭈꾸미삼겹살 중으로 주문을 했다. 

 

 맛집마다 꼭 있는 ㅇㅇ의 효능을 보니, 쭈꾸미에는 지방이 1%밖에 들어 있지 않아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말이 마음에 쏙 든다. 역시 쭈꾸미나 콜라겐이 가득 들은 족발은 자타공인 다이어트 식품인가 보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으면 맛깔 나보이는 밑반찬들을 쭈욱 깔아주신다. 일행이 세명인지라 자상하게도 깻잎, 무절임, 파래 김은 두 개씩 놓아주고 어쩜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만 골라 나온다.

 

 한쪽 접시에는 마늘장아찌와 매운 고추절임, 땅콩조림이 오손도손 모여있고 메추리알 장조림과 진미채 볶음, 무 피클은 개별 접시에 넉넉히 담아있다.

 

 하나씩 맛을 보니 간도 딱 맞고 자극적이지 않아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비울 각이지만 쭈꾸미를 위해 진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애써 진정한 마음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다. 기본찬은 끝인 줄 알았건만 커다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는 들깨 미역국이라니!

 

 쭈꾸미 맛집으로 유명한 곳들에서도 미역 냉국이나 콩나물국이 나오는 건 많이 봤어도 들깨 미역국을 주는 건 드물어서 더욱 신선했다.

 

 뭔가 일반 미역국이 나오는 것보다 퀄리티가 더 올라간 느낌이랄까. 

 

 

 

 

 개인 접시에 담아놓고 보니 끓고 있을 땐 보이지 않았던 조랭이떡도 솔찬히 들어있어 요기도 되고 아낌없이 넣어준 들깨와 참기름덕에 고기가 없어도 국물이 진하고 부드럽다.

 

 미역도 먹기 좋게 잘게 잘라져 있어 훌훌 넘어가고 술 먹기도 전에 벌써부터 해장이 된다.

 

 데리고 간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거 먹으러 방이동에 온다고 할 정도로 단골들에게도 미역국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역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미역국하고 밥, 밑반찬 조금 나오는데 만원 가까이하는 곳이 허다한데 방이동 쭈꾸미에서는 기본찬으로 나오니 말이다.

 

 

 

 드디어 등장하신 쭈꾸미 삼겹살. 일반적으로 쭈꾸미 볶음은 생으로 나와서 자리에서 볶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주방에서 다 조리되어 나와 편하기도 하고 볶으면서 양념이 튈 걱정이 없는 것도 좋다.

 

 가장 중요한 내용물도, 콩나물과 떡도 들어가 있지만 무엇보다 쭈꾸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아구찜이나 해물찜 먹을때 정작 주인공들은 없고 콩나물만 잔뜩 들어있을때 속상한 마음을 여기서는 접어두어도 된다.

 

 모양새만큼이나 맛도 좋을지 얼른 젓가락을 들어 맛을 보니, 응? 이 맛은!! 요리왕비룡스러운 감탄사가 먼저 나온다.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 맛에, 고운 청양 고춧가루로 맛을 내었는지 은은한 매운맛이 난다. 캡사이신의 인공적인 맛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먹을때는 맵기가 1도 없다가 기분좋은 매콤함이 올라온다고나 할까.

 

 달달하고 짜고 매운 요즘식이 아니라 원조집에서 먹어볼 법한 어른들의 맛이다. 

 

 

 

 쭈꾸미도 크기가 커서 질기지는 않을까 걱정됐지만 역시 재료는 조리하기 나름, 살도 야들야들하니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 낙지같은 식감이다.

 

 보통 냉동 쭈꾸미들은 조리하면서 재료 자체의 수분이 다 빠져나와 질긴 경우가 많은데 양념장에 숙성시킬 때 그 비법이 있지 않을까 추측을 해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쭈삼보다는 해물찜을 먹는 기분이다. 약한 불이긴 하지만 먹는 내내 켜놔도 물이 흥건해지지 않고 오히려 삼겹살에서 나오는 고기 기름이 더해져 처음 먹을 때보다 점점 맛이 더 고소해진다.

 

 

 

 이 양념은 무조건 밥을 볶아야 한다는 생각에 배는 부르지만 볶음밥도 하나 주문했다. 이 역시 주방에서 볶아 나오기 때문에 나오는 즉시 먹어도 된다.

 

 맛있는 양념에 쫑쫑 썰린 미나리와 김가루를 넣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약한 불에 올려놓아 살짝 누른밥까지 박박 긁어먹어주니 뿌듯한 마음까지 절도 든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냉면도 좋지만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쭉 빼면 개운한 그 느낌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오늘 메뉴는 빨간맛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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