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면요리가 먹고 싶다면, 춘향미엔 신당점

 

 매운 음식이 무지하게 땡겼던 주말. 

 

갑자기 창신동 매운족발이 생각 나 동대문으로 향했다. 4시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여유만만 걸어가고 있는데, 시장 골목에 사람이 많다.

 

 

 에이 설마 다 족발 먹으러 가는 건 아니겠지라는 해맑은 생각을 하며 가게 쪽으로 가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는 건가.

 

줄이 미친듯이 서 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전날 어느 프로그램에 매운 족발이 나왔던 모양이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춘향미엔 신당점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왔을 때부터 궁금했었는데, 계속 기회가 닿지 않아 와 보지 못했던 곳.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이런 빠른 판단력은, 먹을 때만 빛을 발한다.

 

 

 만두를 빚는 시간 때문에 브레이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행히 4시 이후부터는 정상 영업이다. 

 

야외 테이블도 있고 층고가 높은 2층 건물로 되어 있어 마치 여행 온 기분이 드는 데다, 깔끔해서 더 마음에 든다.

 

 

 메뉴판은 다른 중국 음식을 파는 곳에 비해 간소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식사 메뉴에 중점을 둔 분위기라 중화 요릿집보다는 중국 가정식요리가 더 어울리는 인상이랄까.

 

일단은 국물 요리보다 시그니쳐로 보이는 비빔면에 집중하고 싶어, 매운 비빔면과 차돌박이 그리고 빙화만두 반반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짜차이와 단무지, 물수건, 앞접시는 셀프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공간 또한 깔끔해서 좋다.

 

얇게 썰린 단무지와 특유의 꼬독한 식감이 좋은 짜차이를 입가심 용으로 와그작 와그작 씹고 있는데, 갑자기 가게 전체에 불향이 화악 퍼진다.

 

 

 주방이 투명판으로 되어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눈으로 즐기고 새어 나오는 향에, 침샘에 강한 자극이 간다.

 

고운 자태로 등장한 첫번째 메뉴는 비빔면. 고추기름에 곱게 코팅이 되어 있고 살짝 볶은 오이가 고명으로 올려졌다. 보는 순간 이건 고수와 단짝일 듯한 기분이라 바로 고수도 추가를 했다.

 

 

 한 접시에 500원이지만 넉넉히 나온 고수를 흩뿌려 주고 잘 섞은 후 차돌을 올려 먹으니, 맛있다. 그냥 막 맛있다.

 

잘 구워져 불향은 가득하지만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차돌과, 매콤한 고추기름, 향긋한 고수까지 어우러지니 굉장히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그런 맛이 난다.

 

 

 빙화만두도 곧 따라 나왔는데, 전분 날개를 입혀 구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위는 촉촉, 안에는 육즙이 흐르고 바삭한 겉면까지 완벽하다.

 

부추만두에는 부추와 계란, 새우만 들어서 마치 부추전을 먹는 것 같아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친구는 고기만두가 더 맛있단다. 

 

고수를 얹으면 더 맛있고 식초를 살짝 뿌리면 풍미가 더욱 살아나 좋다.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이 많은 중국 요리에 비해,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라 더욱 입맛에 맞아 좋았던 곳.

 

색다른 면요리를 즐기고 싶거나, 입맛이 없을 때마다 생각날 만한 별미를 맛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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