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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즐기는 오리코스요리-아차산 유황오리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저렴하게 즐기는 오리코스요리-아차산 유황오리

강마 2020. 2. 18. 06:32

 

대한민국 50대 이상의 취미생활을 조사한다면, 아마 압도적으로 등산이 아닐까 싶다. 

지형의 덕도 있겠지만 ,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건강에 여러모로 좋은 운동이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이유는 단순히, 저질체력으로 행하기엔 너무 역동적인 운동이라서이지만.

 

그럼에도 아차산은 내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 중 하나이다.

등산객을 위한 맛있는 식당이 정말 많고 가성비 또한 훌륭한 상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은 오랜만에, 먹어서 면역력 키우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차산 유황오리를 방문했다.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에도 저녁시간은 항상 자리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인데, 이날은 저녁 8시경 방문한 덕에 비교적 한가했다.

 

오리를 먹고 싶어도 한 마리 단위로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둘이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집은 반마리 주문이 가능하여 일행이 적어도 푸짐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반마리가 더 높은 편이지만, 곁들임 메뉴가 한 마리와 동일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비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날은 양념주물럭으로 반마리를 주문했다.(사실 항상 양념으로 시킨다) 

그런데 우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본을 주문해서 언젠간 도전해보리라 마음먹지만, 저 감칠맛 나는 양념 맛을 포기하기 어렵다. 

 

주문을 하면 재빠르게 밑반찬과 고기를 가져다주신다.

 

아름다운 빨간빛으로 버무려진 오리와 감자 버섯 부추가 기본 구성이다. 양념은 타기 쉽기에 약불로 계속해서 뒤집어줘야 한다.

 

성가시긴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위해 그 정도의 노력은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단출한듯한, 밑반찬도 하나하나 버릴게 없이 다 맛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샐러리로 담근 장아찌와 미나리무침인데, 두 가지 모두 오리의 기름진 맛을 잘 잡아준다.

 

뿐만 아니라 그냥 반찬만 먹어도 짜지 않고 아삭한 샐러리의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밑반찬을 안주삼아 먹다 보면 고기가 익기 전에 소주 한 병을 비워낸다.

 

 

미나리 무침도 주문 시 즉석에서 무쳐내 주시기 때문에 무척 싱싱하다.

 

미리 만들어놓으면 숨이 다 죽어 질겨지는데 적당한 참기름과 양념이 미나리의 푸릇함과 잘 어우러져 추가는 기본이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오리에서 기름기가 어느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불판에 같이 올려 볶아먹어도 일품이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코스요리가 시작된다. 

 

처음엔 가져다주지 않은 메뉴들이 계속 나오는데, 첫번째 타자는 숙주이다.

 

불판을 유심히 보셨다가 알맞은 타이밍에 숙주를 불판에 올려주신다.

 

오리기름이 몸에 좋다지만 막상 기름을 먹긴 어려운데, 숙주를 기름에 볶아 먹으니  야채와 기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참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숙주에 숨이 어느 정도 죽으면 부추나 미나리를 취향껏 올려서 먹으면 된다.

 

손님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고기도 신선해서 좋다.

 

오래된 고기를 사용하면 기름도 탁한 색이 나고 , 역한 맛이 나기 쉬운데 수없이 방문한 동안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많은 단골손님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 식당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것 아닐까.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소주병도 빠르게 쌓여갈때쯤, 두번째 코스 영양찰밥이 나온다.

 

보통 찰밥은 추가 주문인 가게들이 많은데 이 또한 기본 구성이다. 

 

난 찰밥을 별로 즐겨 먹지 않은 편임에도 , 불판에 잘 눌러 누룽지처럼 먹으면 저 많은 양이 금세 사라진다.

(오리와 마찬가지로 찹쌀도 국내산을 사용하신다고 한다. )

 

추가 주문은 오천 원인데, 일행이 많거나 찰밥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돈을 주고 시켜도 전혀 아깝지 않을 맛이다.

 

 

그리고 이 집의 또 다른 별명이 국수 맛집인 이유를 말해주는 잔치국수가 한덩이 예쁘게 말아져 나온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먹었다가 그 맛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딱 좋은 국물 간에, 깊이 있는 멸치 육수,  잘 삶아진 소면까지.

 

어지간한 국수전문점 못지않은 맛이다. 

 

가게 상황에 따라 찰밥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고 국수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 국수는 꼭 먹어야 한다. 

 

 

 

국수로 입안을 다시 정돈하고 고기를 다 먹어 갈 때쯤 코스의 마지막, 오리탕이 나온다.

 

잘 뒤섞어보면 들깨와 고춧가루 , 오리뼈의 눅진한 맛이 잘 우러나 있고 뼈 부분도 섭섭지 않게 들었다.

 

탕은 불판을 빼고 가져다주시기 때문에 선요청이 필수니, 안 주신다고 서운해하지 마시길.

 

 

 

한소끔 끓이고 불을 줄인 다음에 뭉근하게 끓여 먹으면 되는데, 이 탕이 또 소주를 부르게 된다.

 

탕까지 다 먹고 나면 오리주물럭이 아니라 오리 코스요리를 먹은 듯한 기분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맛과 서비스에 감동하는 곳.

 

방문할 때마다 과식을 하게 되는 게 단점이랄까. 

 

미세먼지가 많은 요즘 추천드리고 싶은 맛집이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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