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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저격하는 안주 맛집, 서울빈대떡(feat. 순두부탕, 오징어무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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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저격하는 안주 맛집, 서울빈대떡(feat. 순두부탕, 오징어무침)

강마 2020. 6. 8. 16:35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첫번째 음식은 전이 아닐까한다. 비 내리는 소리가 전 부치는 소리와 주파수가 비슷해서일꺼라는 그럴싸한 과학적인 이유도 있고 말이다.  

특히 몇 년사이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인들에게는 꼭 먹어봐야할 음식중에 빈대떡(=전)이 들어간다고 한다. 다양한 재료를 노란 달걀옷을 입혀 고소한 기름에 지져내니 모양도 예쁘고 갓 구워낸 전의 향을 거부할 사람이 어디있을까.

낮부터 비가 내려 전이 생각나는 어느 날, 가락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서울 빈대떡을 방문했다.

 

 

 가게 문 자체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안이 훤히 보이고 문도 활짝 열려있어 기름냄새에 끌려 들어오게 됐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방문이라기보단 홀려서 들어왔다는게 더 맞으려나.
 
 그냥 간단히 전이나 먹자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꽤나 다양하다.

 빈대떡집이니까 빈대떡을 먹어야하나 모듬전을 시키면 분홍소세지가 나오는지 등 심각한 토론 끝에 이왕이면 다양하게 먹어보고자 모듬전으로 주문을 했다.

 

 

 

 전집의 기본 반찬 양파 절임과 깍두기, 잘게 썰린 청양고추가 매력적인 간장 소스.

 아무래도 전만 먹다보면 느끼해 질 수 있는데 그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아이들이다. 기본 찬들도 직접 다 만든 모양인지 짜지 않고 깔끔한 맛이 전을 더욱 맛있게 해준다.

 

 

 

 우린 모듬전을 시켰는데 녹두 빈대떡이 나왔다. 빈대떡 안 시켰는데요?라고 확인해보니 모듬전에 기본으로 나오는거란다.

 우와, 서울 빈대떡 이름값을 하는 구성이다. 다른 가게에서도 모듬전이 구성이나 양에 비해 2만5천원 가량으로 결코 저렴하진 않은 메뉴인데 여기서는 빈대떡까지 포함되어있는데 2만원이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간장에 콕 찍어 먹어보니 역시 비오는 날은 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적당히 기름이 배어 좋다. 녹두도 직접 갈아서 사용하는지 알알이 씹히고 숙주나 배추같은 야채도 솔찬히 들어있어 속도 실하다.

 사실 나는 빈대떡보단 바삭한 전을 더 좋아하는데 공짜로 먹은 듯한 기분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빈대떡이 맛있다.

 

 

 빈대떡 한 조각 먹으며 가게를 둘러보니 서울 빈대떡은 연세가 좀 있으신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여자 사장님이 주방을 남자 사장님이 밖을 봐주신다. 두분이서만 있다보니 주방같은 경우는 손님이 좀 밀리면 음식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도 미리 만들어둔 전을 데워파시는게 아니라 주문 즉시 구워주시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싫지만은 않다.

 빈대떡 절반 정도 먹고나니 나온 모듬전. 새송이버섯, 동태, 애호박, 고추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홍 소세지가 없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노란 옷을 입고 나란히 누워있는 전들을 보니 참 곱기도 해 흐뭇하다.

 깨끗하고 선명한 달걀물을 보니 먹어보지 않아도 바로 만들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고추전부터 먹어본다. 넉넉히 넣어준 고기소가 부드럽게 씹히고 맛은 좋은데 아쉽게도 고추가 매운 고추가 아닌가보다. 매콤한 고추 겉면과 고기소가 어우러진 걸 기대했는데 말이다. 하기사 이건 매운걸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니까 대다수의 손님들의 식성에 맞추는게 지당하다.

 호박전도 잘못 하면 속은 설익는 경우가 많은데 적당히 아삭아삭하며 맛있고 동태전도 짭쪼롬해서 좋다.

 

 

 사실 처음 갔을때 오른쪽 테이블에서는 오징어 무침을 먹고 왼쪽 테이블에서는 순두부를 시켜서 먹고 있었다. 두 가지 모두 맛깔나 보여 시키고 싶었지만 모듬전 양이 많아 못먹었던 게 아쉬워 며칠 후 재방문을 했다.

오징어가 금징어가 되면서 오징어무침이나 숙회를 하는 곳들이 많이 줄었는데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메뉴다. 

 

 

 

 가격은 만이천원. 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요새 오징어 몸값을 생각하면 적당한 듯 하다.

 골뱅이 무침과 같은 맛인데 골뱅이 대신에 오징어가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하다. 이런 무침류는 잘못 만들면 야채에서 물이 흥건해지는데 여긴 다 먹을때까지 물 한방울 안 생겨 더 좋았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잘 삶아진 오징어가 (해체 된 부위로 추측컨대) 한마리 통째로 들어가 ,보이는 거에 비해 먹다보니 꽤 배가 찬다. 

 국수사리 비벼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는데 순두부도 주문한터라 여쭤보진 않았다. 전 먹을때 느꼈던 것처럼 청양고추만 조금 더 들어갔으면 딱 내 취향인데 여기서도 맵기가 아쉬웠다.

 

 

 

 이 날의 주 목적이었던 순두부!!!

 

 평소 순두부 찌개를 좋아해서 술안주로도 식사메뉴로도 자주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뚝배기에 나오다보니 술과 함께 할때는 끝자락에 음식이 식어 맛이 없어지는게 아쉬웠는데 가스레인지에 올려 줄 생각을 하시다니!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걸 보고 재방문할 수 밖에 없는 포인트였다.

 순두부는 한 냄비에 만원, 둘이 먹기 충분한 양으로 1인 5천원꼴하는 셈이다.

 넉넉한 국물에 순두부도 푸짐하게 들어가있고 바지락은 없지만 깨알같이 오징어가 보인다. 국물맛도 삼삼하다.

 밥과 함께 먹었으면 간이 좀 약하다 느낄 수 있었을텐데 안주로 먹는 거라 그런지 끓여가며 먹어도 짜지지 않고 훌훌 넘어간다. 

 그런데 순두부찌개의 핵심인 달걀이 보이지 않아 국자로 뒤적여보니 두부를 가장한 계란이 수란형태로 잘 숨어있다. 

 

 

 기본이되는 전과 빈대떡 말고도 여러가지 안주들의 맛이 모두 준수한 서울빈대떡.

 

 퇴근 후 술한잔 생각날때 방문하기 딱 좋은 집인듯 하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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