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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밀국수는 처음이야, 메르밀 진미집 전주본점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이런 메밀국수는 처음이야, 메르밀 진미집 전주본점

강마 2021. 3. 3. 08:51

 

 냉면, 막국수, 쫄면 등 모든 면요리를 사랑하는 나는, 각 지역마다 유명한 국숫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타 지역을 방문할 때면 한 끼는 향토요리, 한 끼는 면요리에 할당할 정도.

 

요새야 밀키트로 해서 전국 각지의 유명 음식을 택배로 만날 수 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1%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날도 제법 따뜻해지고 겨울동안 자숙을 심하게 한 탓에 바람이라도 쐴 겸 가게 된 전주. 

 

베테랑 칼국수는 예전 방문 때 먹어봤던 터라 아쉽지만 제쳐두고 그다음으로 많은 추천을 받은 메밀요리 전문점 메르밀 진미집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아직은 한산한 가게 안. 1975년에 오픈을 했다고 하니 50년 가까이 되는 노포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이 상당히 넓고 깔끔하다.

 

부족한 반찬을 채울 수 있는 셀프코너와 메밀면을 뽑는 (공간으로 추정되는) 작업실도 별도로 갖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

 

 

 그리고 메뉴도 끊임없이 개선하는지 생각보다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도 의외인 점이었다. 내가 가봤던 유명 노포들은 단품메뉴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다.

 

꼼꼼히 메뉴판을 둘러본 다음, 추천해 준 친구가 꼭 먹으라며 신신당부한 냉콩국수 하나와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온소바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문을 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기본 양념들. 난 콩국수+소금파라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설탕통에 당황해, 먼저 눈이 간다.

 

평소에 먹던 김치와는 맛이 좀 다르지만, 젓갈?액젓?의 맛이, 묘하게 중독성 있는 김치까지. 새로운 맛집은 늘 즐거움 투성이다.

 

 

 

 쉼 없는 젓가락질로 김치, 깍두기를 먹고 한번 더 리필해 올 때쯤 드디어 온소바가 나왔다.

 

그런데 이건 뭐지? 내 짧은 식견으론, 당연히 잔치국수 스타일의 메밀국수가 나올 줄 알았건만 펄펄 끓는 뚝배기와 산처럼 쌓인 메밀면이라니. 찍먹인가?

 

 

 연달아 나온 콩국수도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서울에서 흔히 보기 힘든 걸쭉걸쭉한 국물과 곱게 뿌려진 콩가루에, 하얀 소면 대신 쫄깃한 메밀면이라니.

 

호기롭게 설탕을 왕창 넣어 현지인식으로 먹어보고 싶지만, 입맛에 안 맞을까 살짝 쫄리는 기분인지라 소금 간부터 한 후 앞접시에 덜어 설탕을 넣어먹기로 했다.

 

 

 크림같은 질감의 국물에 적당한 짭조름하게 맞춰진 간 덕분에 더욱 고소한 콩국물. 거기다 엄청 차진 식감의 면이 콩가루를 만나 독특함 질감을 더해주니, 왜 인생 콩국수라고 했는지 납득이 간다.

 

분명 많이 먹어본 콩국수임에도 여긴 다른 콩국수집하고 맛의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설탕을 넣은 버전도 콩가루의 도움을 받아 마치 달달한 인절미를 먹는 그런 느낌이라 꽤나 재밌다.

 

 

 판모밀처럼 적셔 먹어야 하는지 담가 먹어야 하는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만든 온소바는, 옆 테이블 할아버님의 방식을 컨닝해 반반으로 먹기로 했다.

 

하, 이건 또 무슨 조화람. 평소 먹는 판모밀의 국물 맛이 10배는 농축된 듯한 진한 국물 향이 먼저 미각을 후두려치다 마지막엔 기분 좋은 달달함이 입에 감도는 기분.

 

 

 흔히 먹는 콩국수와 메밀국수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풍미도 강하고 더 자극적인 맛이라 호불호는 있겠지만, 내 입에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맛있었던 메르밀 진미집.

 

글을 쓰면서도 콩국수의 부드러움과, 온소바의 강렬한 국물 맛이 입 안에서 계속 맴도는 요물같은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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