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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맛집은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 민정식당

강마 2021. 5. 18. 08:35

 

 구의역과 건대입구역 사이의 자그마한 골목길.

 

온통 주택들로 이뤄진 이 골목은, 얼핏 봐도 식당 하나 없을 것 같은 모양새다. 그렇게 꼬불꼬불 이어진 길들을 걷다 보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간판, 민정식당.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건물 외관과,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에 호기심이 동해 기웃거리며 메뉴를 살펴보니, 사골을 이용한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옆을 보니 갑자기 수제돈까스? 생각지도 못한 위치만큼이나 생각지도 못한 돈까스 메뉴에, 이거 참 안 들어가 볼 수가 없겠는걸.

 

 

 마치, 할머니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이 엄청 많음에 한번 더 놀란다.

 

기다려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요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찐맛집임을 방증하는 것 일터. 오늘의 맛집 사냥도 성공하리란 직감과 함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이런 곳은 높은 확률로, 사람들이 많이 먹는 메뉴가 주력 음식임을 알기에 주문 전 주위부터 둘러보는데, 이 또한 당최 걷잡을 수가 없다.

 

혼자 곰탕이나 돈까스를 먹는 사람도 많고, 3~4명인 경우에는 수육과 돈까스를 같이 주문하기도 하고 더워진 날씨 탓에 냉면을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

 

 

 

 고민 끝에, 나의 본능을 믿기로 하고 주문한 음식은 진국 설렁탕과 수제돈까스. 

 

사실 수육과 냉면의 조합이 더 땡기긴 했는데, 식사 메뉴인 돈까스와 안주용 돈까스까지 있는 마당에, 돈까스를 안 먹어볼 수가 없어 설렁탕으로 타협을 한 셈.

 

 

 주문이 끝나고, 정갈하게 차려지는 밑반찬들. 냉면 그릇 채 나오는 김치와 무, 오징어젓갈과 무말랭이 무침의 조합까지, 내가 생각하는 설렁탕집의 반찬 그대로다.

 

앞접시에 먹을 만큼만 담아 손질을 하면서도, 잘 익은 김치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에,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아직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이지만, 흰쌀밥에 오징어젓갈 조합은 못 참지. 

 

밥 한 숟갈에 젓갈을 올려 맛을 보는데, 그래 이 맛이다. 쌀도 좋은 걸 쓰는지 고슬고슬하면서도 찰기가 돌아 씹을수록 고소하고 짜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젓갈까지 너무 맛있다.

 

 

 젓갈을 먹어보고 급발진이 걸려, 본격적인 맨밥 먹부림이 시작될라는 찰나 다행히 설렁탕이 등장해 준다.

 

빨리빨리 먹어보고 싶지만, 이 펄펄 끓는 내용물을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라당 까질 것임을 알기에, 경건하게 소금과 후추 간부터 시작을 한다. 

 

 

 얼추 간이 맞았다 싶을 때쯤, 머리를 써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이 떠올라, 소면사리는 미리 식혀두기 위해 앞접시로 이동을 시키는데, 양이 정말 푸짐하다.

 

보통 소면은, 아쉬울 정도로 조금 주는데 여긴 소면은 물론 고기도 듬뿍 담아 줘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에 맛도 기가 막히다. 기름기 다 걷어가며 푹 고아냈다는 게 먹는 내내 떠오를 정도로 진하면서 깔끔한 맛.

 

 

 튀기느라 시간이 조금 걸린 수제돈까스까지 합류해, 설렁탕을 식힐 동안 돈까스를 공략하기로 한다.

 

돈까스를 시키니 맑은 국물이 같이 나와 장국인가 싶었는데, 아마도 따뜻한 냉면 육수인 듯, 고소하고 풍부한 감칠맛이 새콤달콤한 소스와 잘 어울린다.

 

 

 모양새만 봐도, 냉동이나 기성 식품이 아닌 수제라는 걸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돈까스. 힘줄 하나 씹히는 것 없이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에, 오랜 시간 탕약 달이듯 끓여낸 소스의 조합이, 미쳤다.

 

마치, 아주 맛있는 토마토소스를 먹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과일의 단맛이 고스란히 느껴져 듬뿍 찍어도 느끼하지 않고 설렁탕과 같이 먹어도 의외로 궁합이 좋다. 왜 돈까스 안주가 메뉴판에 있었는지 납득이 가는 맛.

 

 

 아쉬웠던 점은, 수육과 냉면을 먹어보지 못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반찬부터 국물까지, 아주아주 무척 매우 맛있고 (가족으로 추정되는) 직원분들의 친절까지 완벽했던 곳.

 

역시 맛있는 집들은, 주택가 한복판이 아니라 허허벌판에서 장사를 해도 손님이 끊이지 않음을 증명하는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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