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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곱창구이로 유명한 용산 노포, 평양집 (feat. 내장곰탕)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양, 곱창구이로 유명한 용산 노포, 평양집 (feat. 내장곰탕)

강마 2021. 4. 9. 08:43

 

 근처에 관공서가 많아서인지 유독 맛집이 많은 삼각지.

 

그 중 내장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봉산집, 다른 하나는 평양집이다. 판매하는 메뉴가 거의 비슷해, 어디가 더 낫다는 비교도 많이 당하는 편.

 

 

 한가지 큰 차이점이라면 봉산집의 식사메뉴는 막장찌개이고 평양집은 내장곰탕이라는 정도. 개인적으로 차돌박이나 부속고기보다는 내장곰탕을 애정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평양집을 다시 찾았다.

 

평일에는 오후 5시까지만 판매되기 때문에, 적어도 오후 반차 정도는 써야지 만날 수 있는 귀하신 몸.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곰탕만 먹고 가긴 아까워서 곱창 2인분에 탕 하나를 주문했더니, 오늘은 곱창에 곱이 별로 안 많다며 양과 곱창 하나씩 주문하라고 권해주신다. 

 

그리하여 양, 곱창, 내장곰탕을 각 1인분씩 주문을 하고 앉아 있으니 숯불이 들어오고, 반찬이 차려진다.

 

 

 이 곳은 흔한 청양고추나 상추, 깻잎조차 제공되지 않고 양배추, 마늘, 깍두기가 상차림의 전부다.

 

사악한 가격에 비해 그렇지 않는 상차림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걸 감안하고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두꺼운 불판에 달라붙지 않도록 기름을 먼저 쓱쓱 발라주고, 낮에 방문한 덕에 친히 고기까지 구워주신단다. 바쁜 시간에는 누릴 수 없는 호사인셈.

 

1차로 양이 올라가고 숨 죽이며 직원분의 손길만 바라보는 인내의 시간이 시작된다.

 

 

 

 기다리는 동안 깍두기도 먹고, 양배추도 특제 고추장소스에 찍어 먹고 있는데 문득 든 생각. 봉산집도 그렇고 왜 다른 쌈채소가 아닌 양배추를 줄까.

 

여쭤보니 소 부속고기와 양배추가 궁합이 잘 맞는단다. 생양배추는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괜스레 여기만 오면 양배추가 맛있게 느껴졌던 게 그런 이유인건가.

 

 

 평양집의 단점이자 장점인 불판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이제부터는 바짝 긴장할 차례가 온다. 

 

무쇠인지 철근인지 모를 쇳덩이가 일정 이상의 온도가 되는 순간, 차돌박이는 물론 곱창도 스치면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워지기 때문에 손은 부지런히 뒤집되 익은 아이들은 제때 입으로 쏙쏙 넣어줘야 하기 때문.

 

 

 새콤달콤한 간장소스에 푹 담군 후 마늘과 고추장아찌를 곁들이면, 캬 자본주의의 맛이란 이런거지. 

 

내장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육즙이 느껴질 정도로 싱싱하고 쫄깃하지만 질김은 없는 특양구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니, 소고기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맛이지 않을까.

 

 

 평일에 회사를 뛰쳐나와 즐기는 일탈 덕분인지, 유독 오늘따라 맛이 좋은 양. 이에 고무되어 연달아 곱창까지 불판으로 올려준다.

 

고기 굽는거라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나도, 굽기 어려워하는 최고난도 구이류인 소곱창.

 

 

 곱창의 곱이 빠지지 않게 하려면 돌돌 말아 구워줘야 한다는데 불판 자체가 워낙 뜨거워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타지않게 구워주다보면 어느새 곱창도 먹을 시간. 곱창의 두께가 생각보다 얇아, 큼지막하게 썰어 이 역시 간장소스에 푹 담궈 먹어본다.

 

 

 잘 구워져 질기지 않고 고소한 곱이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육즙처럼 톡톡 흘러내리는 느낌이 무척 만족스럽다.

 

어쩜 손질이 이리 잘 됐는지, 어느 부위 하나 잡내없고 다 맛이 좋다. 이러니 소고기보다도 비싼 부속고기를 먹으러 사람들이 줄을 서는게 아닐까.

 

 

 고기로 얼추 배를 채우고 이번에는 3번째 메뉴 내장곰탕을 먹을 차례. 구이와 함께 먹으면 불판 신경쓰느라 곰탕이 식을까봐 일부러 나중에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해장하러 왔다가 만취되서 나가게 된다는 평양집의 마성의 곰탕은, 기본적으로 밥이 말아져 나온다.

 

 

 예전보다는 내장 양이 조금 줄긴 했지만, 그래도 담백하면서도 꽉찬 국물맛은 여전한 매력 포인트.

 

솔직히 여기와서 이 곰탕 하나만 먹어도 다 먹어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자부할만한 대표 메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여타 가게에서 먹어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고나 할까.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고, 먹어본 후 맛에 깜짝 놀라고, 계산할 때 내가 먹어치운 양에 깜짝 놀라게 되는 가게.

 

노포로써 오랜시간 사랑받아온 가치가 충분한 곳, 평양집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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