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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70년이 넘은 대전 평양냉면, 숯골원냉면 본문
대전의 숯골원냉면은, 내가 유일하게 재방문 의사가 있었던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이제껏 평양냉면은, 나의 미천한 미뢰로는 그 오묘한 맛을 알기 어렵고 암묵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너무 많은 데다, 가격마저 거리감이 느껴지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년전 여름, 대전에서 먹었던 평양냉면은 뭘 모르는 내 입에도 잘 맞을 정도로 맛이 또렷했다.
진정한 평냉의 맛을 모르기에 맛있음의 유무를 논하긴 어렵지만 평냉 입문자라도 무리 없이 맛을 느낄만한 집이었달까.
그래서 대전에 올 때마다 종종 생각이 났는데, 숯골원냉면이 유성에 있다보니 시내에 호텔을 잡거나 KTX를 이용하면 동선이 마땅치 않다.
물론 차를 타고 오면 되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많은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막상 재방문은 못했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국립중앙과학관을 다녀온 주말. 드디어 기회가 왔다.
날은 미친듯이 더운 데다 주말이라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을 감안하여 오후 2시쯤 도착한 가게 앞. 주차장에 진입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차가 많다.
전용 주차장과 가게 1층에 주차할 공간은 물론, 인근 골목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결국 두바퀴를 돌아 2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갔더니, 이번엔 대기가 주욱 늘어서 있다. 별도의 대기석이 없어 땡볕에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
다른 식당을 가기엔 위치와 시간 모두 애매해 망설이는데, 다행히 빠르게 줄이 줄기 시작한다.
10분쯤 기다렸을까,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보니 3년 전에 비해 물냉면과 만두는 2천 원, 비빔냉면은 3천 원이 올랐다. 그럼에도 서울에 비하면 착한 가격이지만 말이다.
국룰처럼 물냉면, 비빔냉면, 만두를 하나씩 주문하고 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밥집보다 빠른 속도라 당황스럽지만, 손님이 많으니 끊임없이 면을 삶고 만두를 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1분만에 만두를 비롯해 모든 음식이 나왔다.
면발은 여전히 메밀함량이 높아 향이 풍부하고, 질기지 않아 가위의 도움없이도 먹는데 무리가 없다. 살짝 짭짤하고 고소한 육수도 변함없고 입자가 살아있는 비빔 양념장 역시 맛있다.
그런데, 첫 만남이 인상 깊어서일까. 아니면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은 걸까. 시원해야 할 육수는 미지근하고 김이 폴폴 나야 할 만두는 다 식어 예전의 맛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사람이 계속 오가다보니 가게 안의 냉방도 약해져, 냉면을 먹고 있음에도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아 더욱 아쉽다.
무려 70년이 넘은 노포로, 백년가게로도 인정받은 곳이니 맛이 변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다음에 오게 된다면 꼭 예전의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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