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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굴짬뽕의 원조, 을지로 노포 안동장 본문
굴짬뽕의 원조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 중 하나라는, 을지로의 안동장에 간 날.
평일 식사시간에는 무조건 대기가 있다는 말을 들어 주말 어정쩡한 시간을 골랐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가능한 일이다.
시간을 잘 골라서인지 가게 안이 한산한 편이다. 3층까지 있는 걸로 아는데 내가 갔을 때는 1층만 운영이 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요리 몇 개에 낮술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많다. 원래 할아버지와 아저씨 중간 나이에 있는 애주가들이 찐맛집을 아시는 법 아니던가.
나도 크면(?) 짜장면 말고 요리를 주문해서 먹는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소한 희망사항을 품고 메뉴판을 펼쳐본다.
동네 중국집도 짬뽕 만원이 기본인 요즘 물가를 감안하면 명성에 비해 가격은 높지 않아 좋다.
구십만원짜리 특별상이 굉장히 궁금하지만 어차피 시킬 일도 없고 시키지도 못하기에, 탕수육과 굴짬뽕을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간짜장과 볶음밥이, 맛있는 중국집을 구분하는 척도라 생각하는데, 여긴 굴짬뽕이 대표 메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주문을 한 터라 못내 아쉽다.
주문을 하고 난 후, 단무지, 양파, 춘장과 함께 깍두기 그리고 따뜻한 차가 나왔다.
옛날 중국집다운 선택이긴 한데, 밖의 날씨도 미친 듯이 덥고 가게 안도 에어컨 온도가 높지 않아 차는 쳐다보기도 싫다. 처가운 물을 달라 부탁을 했는데 물도 차갑지 않아 더 덥다.
그런데 물 한잔을 채 마시기도 전에, 탕수육이 나왔다. 한국에서 중국집의 조리속도가 빠르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튀김옷을 초벌 해 놓은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한 조각 들어본다. 아, 왜 이럴 때만 촉이 들어맞는지.
방금 튀겼으면 연기가 폴폴 올라와야 하는데, 애기들을 줘도 될 정도로 미지근하다.
소스는 그나마 바로 만들었는지 야채가 살아있고 딱 옛날맛 소스라 좋은데 튀김은 정도가 좀 심하다. 일요일이라 메인 주방장이 쉬는 걸까.
튀김옷과 고기의 비율도 엉망이고 고기 튀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질기다.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였는지 대미지가 배로 돌아온 느낌이다.
제발 짬뽕만은 맛있어라 기도를 하던 중 음식이 나왔다. 여긴 굴짬뽕을 주문하면 색을 고를 수 있는데 하얀 건 우동같이 담백한 느낌이고 빨간색은 우리가 아는 그 짬뽕이다.
일단 때깔부터 확인해 보니 굴이며 야채가 엄청 많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면을 풀기 전 국물부터 먹는다.
다행히 짬뽕은 성공이다. 마른 고추가 제법 많이 들어갔음에도 날카롭게 매운맛이 아니라 좋다. 그릇이 무거울 정도로 양이 많지만 면보다는 건더기가 많아 밥 말아먹기도 좋을 법하다.
평소에 굴을 즐기진 않지만 알맞게 조리가 된 상태라 질기지도 않고 너무 물컹하지도 않아 마음에 든다.
야채 비율이 높아 매콤하지만 깔끔하면서 고급진 짬뽕맛이랄까. 탕수육에 치인 상처를 짬뽕이 달래주니 정말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 얄밉긴 하지만 말이다.
어르신들은 탕수육 대신 양장피나 군만두를 많이 드시던데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도전 의식을 생기게 해 준 을지로의 안동장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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