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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영양 모두 만점, 서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오리탕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맛과 영양 모두 만점, 서울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오리탕

강마 2020. 4. 10. 08:26

 

 서울에서는 오리탕이라고 하면 오리 백숙을 떠올리거나, 오리고기를 먹은 후 가볍게 나오는 오리뼈탕 정도로 생각되는데 광주에서는 오리탕이 하나의 메뉴라고 한다,

 

 오리탕골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보양식이나 별미로도 인기 많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 서울에서는 그런 스타일의 오리탕을 찾기 어려워  먹어보진 못하고 궁금증만 쌓이던 차였다.

 

 그러던 중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맛있는 녀석들에서 지역먹거리 특집으로 광주편이 나왔을 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가게가 나와 폭풍검색을 해보니 다행히도 수도권에 딱 하나, 군자에 지점이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광주식 오리탕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날을 잡고 방문하게 되었다.

 

 

 가게 이름은 영미오리탕. 

 

 서울엔 하나지만. 광주에는 지점이 꽤 여러개 되는 걸 보니 지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식당인듯하다. 내부가 좁지 않은 편이고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계속 대기가 생겼을 정도로 군자점에도 손님이 많았다.

 

 다행히 눈치싸움에 성공해 우린 기다림 없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상호명에서 알수 있듯이 오리탕이 메인이라  메뉴 상단을 차지하고 있고, 손님들도 대다수가 오리탕을 드시고 계셨다. 

 

 

 맛집임을 보증하듯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유명인들의 사인도 눈에 띈다.

 

 가게 분위기를 살핀 후 오리탕 반마리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반찬 먼저 가져다주신다.

 

 일단 두 가지가  흡족스러웠는데, 첫 번째는 모든 메뉴를 반마리만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린 보통 둘이서 먹기 때문에 양이 너무 많아도, 남는 음식물에 곤란할 때가 생기는데 이렇게 소분해서 파는 곳은 죄책감이 덜해 좋다.

 

 또 한 가지는 반찬으로 나온 미나리가 밭에서 갓 외출한 듯 푸릇푸릇했다는 것이다.

 

 매해 봄이 되면 미나리 먹으러 청도까지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미나리 덕후인 나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는 반찬이었다.

 

 

 

 깨끗하게 세척된 이파리 부분만 잘 담아 정갈하게  나오고, 여느 한식집처럼  콩나물무침, 열무김치, 깍두기, 파래초무침이 기본 반찬을 담당하고 있다.

 

 간이 전반적으로 세지 않아 슴슴하게, 탕과 어우러져 먹을 만한 메뉴들로만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오늘의 오리탕을 빛내 줄 명품조연 양념장도 일인당 한 개씩 나온다.

 

 초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에 들깻가루가 듬뿍 들어가 있는데, 생미나리를 그냥 찍어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양념장의 맛이 좋았다.

 

 어디서 먹어본 듯한 느낌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림동 순대타운에서 백순대를 먹으면 나왔던 그 양념장과 뿌리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오리탕은 주문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끔 다 끓여 나오기 때문에 나오는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배가 고파 나대는 위장을 잠시 진정시켜놓으면 곧, 커다란 뚝배기가 가스불에 올려진다.

 

 이게 반마리일까 싶은 정도로 꾹꾹 눌러 담아 나오는 넘치는 양에 먼저 놀라고, 들깻가루를 한 말을 쏟아부은 듯 그 고소한 향에 또 한 번 놀란다.

 

 먹기 전 내용물을 뒤적여보니 미나리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고,  말 그대로 오리가 반마리 들어가 있다.

 

TV로 미리 보긴 했지만 실제로 마주하고 있자니 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걸쭉하고 노르스름한 국물에 살이 붙어 있는 오리라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물 먼저 조심스레 떠먹어 보니, 그 맛이 깊다.  육수를 따로 내어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리 본연의 맛도 잘 살아나면서 담백하다. 

 

 흔히 오리는 기름 때문에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 중 하나인데,  특유의 누린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리 기름이 사람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기름이 가득 고인 탕을 보면 크게 입맛이 동하지는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미 오리탕에서는 기름을 일부 걷어내고, 그 자리를 들깨와 미나리가 채워주고 있어 오리기름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낯선 음식과의 상견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해본다.

 

 먼저 미나리를 국물에 살짝 담가 숨을 죽인 후 양념장에 찍어먹고 국물을 한 입 먹으면 손끝까지 보양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고기에도 살이 잔뜩 붙어 있어 쌈처럼 미나리에도 싸 먹고 국물에 적셔 초무침처럼 양념장에 비벼먹다 보면 젓가락 쉴 틈이 없어 결국 양념장과 육수는 추가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 오리탕 반마리를 시키면 육수 리필 한번이 무료라고 해서, 이 많은 걸 다 먹고 리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아했는데 그게 우리가 될 줄이야.

 

 처음 먹어 본 광주식 오리탕에 대한 첫인상은 중후하고 묵직한 중년같은 느낌의 탕이다. 질리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지만 중심이 있는 맛이랄까. (그냥 맛있다는 소리다)

 

 서울에서는 흔히 먹기 힘든 음식, 나의 먹사전에 또 하나의 단어가 채워졌다.

 

 다음에 오리구이로 도전을 해보자며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쯤, 감사하게도 옆 테이블에서 오리로스를 주문해 슬쩍 기웃거리니, 때깔좋은 생고기를 돌판(?)같은 곳에 감자나 버섯등과 구워먹게 나오고, 동일한 오리탕이 자그만한 뚝배기에 포함되어 나왔다.

 

 탕만 먹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오리 주물럭이나 로스로 먼저 시도해보셔도 좋을 듯하다.

 

 친구들보다는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아하실 법한 메뉴와  맛, 곧 돌아오는 가정의 달 외식장소에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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