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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차이나타운 앞 현지인들이 방문하는 중화요리 맛집, 미광 본문
인천 차이나타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려져 있는 대표 화교거리이자 관광지이다.
서울과 멀지 않은 덕에 주말 점심, 가볍게 식사하러 오기도 좋은 위치라 나도 여러 번 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차이나타운 안에 있는 유명 가게 위주로 방문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물론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중화요리들도 구성되어있지만 짜장면이나 탕수육맛을 놓고 봤을 땐 동네 중국집과 크게 맛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고 일단 가격이 비싸다.
사실 우리에게 중국집의 대표메뉴는 짜장면 짬뽕이지 멘보샤는 아니지 않은가.
해서 오랜만에 방문한 차이나 타운에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중심가에서 벗어난 곳에 숨은 고수가 숨어있을듯 하여 산책 겸 차이나타운 주변을 맴돌다 , 동화마을 입구 작은 도로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멀리서 보기에 뭔가 사람들이 모여있는듯 하여 가까이 다가서는데 웬걸, 모두 대기줄이다.
얼른 가게이름을 검색해보니, 나만 모르는 집이었나 보다. 이미 현지인은 물론이고 간짜장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대기줄에 합류해본다.
기다리며 가게 내부를 슬쩍 훔쳐보니 테이블이 고작 5개이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대기가 다소 길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입성한 가게 안.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매우 흡족스럽다. 요즘엔 삼선짬뽕이 만원은 훌쩍 넘는데 여긴 대부분 만원미만의 착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간짜장이 대표 메뉴인듯하여 간짜장 하나와, 해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짬뽕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탕수육에 대한 후기글이 많아서 꼭 먹어보고 싶었으나 옆 테이블에서 시킨 탕수육을 보니 양이 어마어마해서 아쉽지만 포기했다.
워낙 바쁜 가게이다 보니 물은 셀프.
물 한잔 떠놓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니 주방에서 따그닥따그닥 웍 바닥을 긁는 쇳소리가 흥겹게 울려 퍼진다.
웍소리와 화륵화륵 불소리가 몇 번 들린 후 곧 음식이 나온다.
대기시간이 길어 음식 나오는 속도가 좀 느릴까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밀린 주문이 없었는지 빨리 나왔다.
간짜장의 꽃, 기름에 튀기듯 구운 계란 후라이가 올려져 있고 그 위로 오이채, 완두콩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간짜장 소스는 기름보다는 춘장과 야채에서 나온 채수로 볶아져있는지 기름기 없이 깔끔하다.
간판에서도 가게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노포의 향이 물씬 풍겼는데 음식 또한 예스럽다.
계란후라이가 올려진 건 경상도 스타일이라는데 (서울에서는 계란 후라이 안 올려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천 차이나 타운앞이 원조인걸까? 쓸데없는 궁금증이 샘솟는다.
아무렴 어떠랴, 맛있으면 모두 다 옳은 것을.
먼저 노른자를 터트려서 짜장소스를 붓고 야무지게 비벼준다. 비비면서도 돼지고기의 꼬소한 향과 짜장 소스 특유의 향이 계속 올라와 마음이 급해진다.
노른자로 잘 코팅되어 있는 면발을 젓가락에 돌돌 감아 한 입 먹으니, 마냥 행복하다.
태초에 간짜장이 이런 맛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지금의 짜장면은 대량 생산에 용이하게 변형되다 보니 소스를 미리 만들어놓고 면만 삶아 부어주는 방식으로 진화한 모양이라고 하는데 미광의 간짜장은 그들의 조상님과 같은 맛이다.
옛날짜장 느낌이 물씬 나는 소스 맛에 , 면발도 비교적 얇은 편이라 입 안에 착착 감긴다. 불 맛도 잘 살리면서 결코 기름지진 않아 단박에 가게의 내공이 느껴진다.
만족스러웠던 짜장면 시식을 마치고, 식기 전에 짬뽕도 해치우기로 한다.
모양새부터 살펴보니 적당히 불그스름한 국물에 제법 다양한 해물이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다. 홍합을 껍질 채 넣어주는 곳은 보기엔 좋으나 손질하다가 면이 다 붇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럴 걱정은 없어 좋다.
직접 손질하시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텐데 작은 것 하나에서 음식을 대접하는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진다.
이제 맛을 볼 차례. 우선 국물부터 호록 떠먹어보니 참 깔끔하다.
닭발이나 고기로 육수를 내는 곳들은 묵직하면서 진한 맛이 좋은 반면, 국물이 입에 달라붙는듯한 묘한 이물감이 있는데 미광은 대접채 마셔도 될 만큼 목 넘김이 좋다.
짜장과 마찬가지로 얇은 면발과 채수향 진한 국물이 잘 어우러져 해장이 필요한 나에게는 적당한 맛이다.
한 가지, 맵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운맛을 원하시는 분들은 별도로 요청하시거나 삼선 짬뽕을 주문하시는 게 좋을 듯하다.
식사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재밌게도 현지인 반, 소문 듣고 찾아온 식객들 반의 비율인 듯싶다.
가게 인근으로는 배달도 하시는 모양인지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는데 특이한 건, 요즘처럼 송월동 몇번지 이런 식의 주문이 아니라 XX슈퍼 뒤에 파란지붕집으로 주문이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옛날 부모님 손 잡고 특별한 날 먹었던 그 중국집의 맛과 멋을 모두 갖추고 있는 가게.
방송에 소개된 유명 맛집들도 좋지만, 중심가를 벗어나 조금 눈을 돌리면 뜻밖의 즐거운 만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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