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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천호 냉면거리 매운냉면 맛집, 정천냉면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천호 냉면거리 매운냉면 맛집, 정천냉면

강마 2020. 6. 2. 08:49

 

 집에서 멀지 않아 종종 외식장소로 방문하는 천호. 제법 큰 상권이고 동네 주민의 사랑을 차지하는 노포들이 많은 곳인데 그중 냉면과 족발골목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냉면도 좋아하고 천호도 자주 가는 내가, 냉면거리에서 식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 시도는 해봤으나 일단 외관에서 확인했을 때 (노포라는 걸 감안해도) 위생적인 부분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개인적 취향으로, 가게 손님들의 정이 묻어나는 손때가 좋아 노포나 시장골목을 좋아하지만 위생이 안 좋은 것과 오래됨은 다르지 않은가. 

 

 처음 방문했을때의 안 좋은 추억이 생각나 그동안 잊고 있다가 , 최근 지역 재개발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어 냉면골목에서의 식사를 도전하게 되었다.

 

 

 방문 전 사전조사는 필수. 

 

 단골을 자처하는 수많은 글들과 설문조사(?)를 통해 정천 냉면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이 가게 주위로 더 유명한 가게들이 많긴 한데, 내 스타일에는 이곳이 더 맞을 듯해서다.

 

 냉면 골목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정천 냉면은 사장님이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다 위치를 변경하여 재개장한 곳이라고 한다. 덕분에 주위 가게들보다 비교적 넓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이 가게로 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만두를 판매해서이다.

 

 오래된 냉면집들에서는 물, 비빔냉면 이렇게 2가지 품목만 파는 곳들이 많은데 만두도 먹고 싶고 냉면도 먹고 싶은 나에게 만두를 같이 판매하는 곳에 마음이 더 끌릴 수밖에 없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미 식사 중인 손님들이 몇 군데 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다. 칼국수와 물냉면, 비빔냉면, 열무, 회냉면 등등 여러 가지 메뉴들 중 고민 끝에 열무냉면(비빔), 일반 비빔냉면에 만두로 주문하기로 했다.

 

 이 선택을 어마어마하게 후회하게 될 줄은 모르고 말이다.

 

 

 주문할 때 사장님이 맵기의 정도를 물으셔 자신만만하게 가장 매운맛으로 부탁드렸더니 뀨? 하시는 표정으로 '두 개 다요?' 라고 되물으시길래 다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네!' 라고 외쳤다.

 

 사실 매운 음식파는 가게마다 1~5단계 식으로 매운맛의 척도를 정해놓는데 제일 매운 맛으로 먹어도 그닥 맵지 않았던 맵부심이 있어, 가게에서 말하는 '이거 진짜 매워요,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말을 크게 신뢰하진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리마다 매운 다대기가 여분으로 놓여져있어, 조금 덜어 먹어보니 맵긴 한데 청양고추가루로 맛을 낸 매운맛이라 위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냉면이 삶아지길 기다리며 가게 한켠에 마련된 셀프코너를 방문한다.

 

 정천 냉면의 특이점은 두 가지. 한가지는 생수 대신 야관문차가 기본으로 나온다는 것과 두번째는 기본 제공되는 육수가 사골이 아닌 멸치와 황태를 넣어 만든 육수라는 점이다.

 

 

 

 좋아하는 사골 육수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냉면먹을때 온육수는 필수라 대접에 파와 유부를 듬뿍 담아 자리로 왔다. (유부와 파도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게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아침이면 항상 찾아오는 해장 타임. 빈속에 멸치육수 한모금 마시니 속이 좀 진정되며 냉면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을듯한 기분이 든다.

 

 육수맛은 멸치향 가득한 포장마차 스타일. 비리거나 떫은 향은 없는데 진한 국물 맛이 전형적인 포장마차의 잔치국수 그 육수 맛이다. 저녁에 오면 냉면에 육수만으로도 소주 2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쪽에 손님이 없어 얼른 담아봤다.

 

 이미 꽤 유명한 집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메뉴를 고민하시는지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들도 많아 인상적이다.

 

 

 

 

 드디어 나온 냉면!!

 

 비빔이어도 냉육수가 반쯤 담아져서 나오는데 스쳐만 봐도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무절임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게 올려져 있고 면도 그릇이 무거울 정도로 많이 담겨있다.

 

 그리고 함께 나온 열무 냉면은 무절임 대신 한 움큼도 더 되는 푸짐한 열무가 담겨져나온다. 

 

 여기서부터 후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자 시킨 건데 기본양념이나 육수는 비빔과 열무 비빔이 동일할 줄이야.

 

 더군다나 여기서는 밑반찬으로 무절임 대신 열무가 나오기 때문에 일반 비빔냉면을 시켜도 열무냉면 스타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비비기 위해 젓가락을 쑤욱 넣었더니, 어라 비벼지질 않는다.

 

 면의 양이며 올려진 고명이 너무나도 많아 손가락이 아플 정도다. 원래 냉면을 먹을 때 가위를 쓰면 안 된다고들 흔히 말하는데 여긴 가위를 쓰지 않으면  비벼지질 않는다.

 

 6천 원인데 이 정도 양이라니요. 가볍게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곳인데 죽자고 냉면을 먹게 생겼다.

 

 

 

 처음 봤을 때는 비빔냉면임에도 육수가 많이 담아져 나와 별로 안 맵겠구나 했는데, 사장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다. 

 

 잘 비비고 나니 엄청난 양의 면사리들이 육수를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해 종국에는 육수 없는 비빔으로 완성되니 말이다. 육수는 결국 면을 비비기 위한 도구였나 보다.

 

 일단 중요한 맛을 볼 차례.

 

 제일 매운맛인데 색깔로 봤을 때나 향으로 느꼈을 때 맵기가 전혀 없어 보여 매운 양념을 한 스푼 더 주가 해서 먹으니 처음 드는 생각은 '오 맛있다.'

 

 비싼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 스타일이 아니라 옛날 시장에서 먹었던 시장 냉면의 맛이 절로 생각난다. 푸짐푸짐한 양에 별거 없는거 같은데 자꾸 생각나는 중독성이 닮았다고나 할까.

 

 간만에 먹어보는 추억의 맛에 젓가락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 입 가득 넣고도 다음 젓가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 드디어 신호가 온다.

 

 

 

 처음 먹었을 때는 매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한입, 두입, 마일리지처럼 맵기가 쌓이는 느낌이다.

 

 서울에서 매운 냉면으로 손꼽히는 해주냉면에서도 다대기를 3~4스푼 정도 넣어야 만족스럽게 먹는 나로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더욱 재밌는 것은 하나도 안 매워 보이고 그럴 기미조차 없는데 어느 순간 매운맛이 확 들어왔다 확 사라진다는 점이다. 매운맛이 가볍게 툭툭 치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삼분의 일 정도 먹고 나니 타격이 쌓여 좀 쉬려는데 만두가 나온다.

 

 

 

 아 맞다.... 우리 만두도 시켰지....

 

 냉면 다 먹기에도 걱정인데 만두까지 아주 토실한 놈으로 4알이나 나온다.

 

 

 

 그래도 매울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만두로 속을 진화시켜볼까 반으로 잘라 맛을 보니 속도 실하게 들었다. 오늘은 안 그래도 되는데 자꾸 뜻하지 않게 뭐든 듬뿍듬뿍이다.

 

 아마 바쁘셔서 만두까진 직접 만들지 못하시는지 맛은, 시중에 파는 그 만두 그 맛이다.

 

 평소에 냉면과 만두 정도는 가볍게 먹어치우는데 여긴 양이 정말 넘사벽이다. 그런 줄 모르고 만두까지 시켜 결국은 냉면 한 그릇은 절반 정도 남기고 나왔으니 말이다.

 

 

 

 오늘의 후회 포인트는 일반 냉면과 열무냉면은 물이냐 비빔이냐 열무 첨가 유무만 다르니 참고해서 주문할 것과 양이 정말 많기 때문에 여성 2분 이서 방문하는 거라면 냉면은 한 그릇만 시키고 다른 메뉴를 시키길 추천드린다. 

 

 그럼에도 맛이 너무 좋고 가격은 더 좋은 냉면 골목, 재방문의사 1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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