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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가 김치가 통으로 들어있는 집밥 느낌, 양푼이 찌개마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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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가 김치가 통으로 들어있는 집밥 느낌, 양푼이 찌개마을

강마 2020. 6. 22. 08:50

 

 

 나는 사실 집밥같은 곳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 먹는 음식이면 집에서는 재현해내기 힘든 맛이라던가, 독특한 메뉴가 나와야 하는데 '집에서 먹는 거랑 같은 맛이라면 뭐하러 사먹는담 집에서 먹고 말지'라는 이상한 신념이 있어서다.

 

 그렇게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고 새로운 메뉴를 갈구하는 내게도 가끔 당기는 '집밥'같은 메뉴가 있는데 그게 바로 김치찌개이다.

 

 김치찌개는 김치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은근히 맛 내기 어려운 음식 중에 하나라 자주 사 먹는 메뉴는 아니지만 가끔 (정말 아주 가끔이다) 입맛도 기운도 없을 때 먹으면 위로를 받는듯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유독 기분이 가라앉았던 날, 정신 건강을 위해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양푼이찌개마을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인데 송파역과 석촌역 중간쯤 위치해있는 송파점은 사장님 내외가 오랫동안 운영하신 곳으로 갈 때마다 할머니 집에 놀러 간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아하는 가게 중 하나다.

 

 다른 찌개마을과 마찬가지로 김치찌개를 비롯 동태탕이나 부대전골, 심지어 솥뚜껑삼겹살까지도 판매하는데 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좋아 빠지는 것 하나 없이 다 맛이 좋다.

 

 그렇지만 이 날은 나를 위한 건강(?)밥상이기에 다른 메뉴는 돌아보지 않고 돼지 김치탕 소짜리와 라면사리 추가로 단박에 결정했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다른 곳에 비해 나오는 속도는 조금 느린 편이다. 자리 바로 앞에서 보이는 주방에서 뭔가 달칵달칵 소리가 나고 나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커다란 양푼을 내어주신다.

 

 양은 냄비를 오래 사용하게 되면 몸에 좋지 않다는 그런 뉴스도 접한 적 있지만, 양은 냄비=라면이고 커다란 양푼=김치찌개는 공식이지 않은가.

 

 고급진 주물팬에 나오는 김치찌개는 부담스러울꺼 같아 난 아직도 이런 투박한 양푼에 나오는 찌개가 좋다.

 

 

 

 

 한번 끓여나오긴 하지만 자리에서 더 익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냄비만 불 위에 올려주고 사장님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신다.

 

 다시 한번 들리는 달칵달칵 소리. 이번에는 밑반찬이 나올 차례다. 

 

 집에 찾아 온 손주들 밥 차려 주시듯 그릇마다 꽉꽉 채워 나온 반찬, 당연한 이야기지만 밑반찬도 계절에 따라 매번 바뀐다. 이 날은 여름향기 물씬 나는 감자채 볶음과 오이소박이, 깍두기와 이름 모를 나물이 나왔다.

 

 반찬 맛도 자극이라고는 1도 없는 슴슴한 맛. 그런데 아무리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고 속에 부담이 가지 않는 비법을 간직한 맛이다.

 

 

 

 돼지고기 김치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푸짐한 고기가 덩어리째 들어가 있고 김치도 자르지 않은 채 반의 반포기 정도 들어가 있다. 라면사리는 요청하면 따로 주시는데 이 날은 처음부터 같이 주문을 해서 그런지 탕에 담겨져 나왔다.

 

 두부와 대파, 양파 조금씩 들어가건 말고는 크게 눈에 띄는 재료는 없어 좀 휑해보일수는 있으나 아무렴 어떤가 김치찌개 필수요소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김치와 고기가 잘려있지 않아서 본인의 스타일대로 길게 찢어 먹을 수도 있고 배춧잎 하나 통째로 고기에 싸 먹으면 김치찜처럼도 즐길 수 있는 점도 흡족스럽다.

 

 국물 맛은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없이 김치 국물로 맛을 냈기 때문에 처음에 먹으면 좀 싱겁다 느낄 수 있지만 계속 끓이면서 먹어도 짜거나 텁텁해지지 않아 좋다.

 

 담백하고 깔끔한 육수라 밥도 좋지만 면 사리에 특히 잘 어울리는데 개인적으로 칼국수사리도 추천드린다. 국물이 반이상 졸았을 때 칼국수를 푹 익혀 김치에 올려 먹으면 맛 좋은 김치칼국수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잘 익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김치와 고기를 돌돌 말아 먹은 후 국물까지 한 모금 떠마시면 그 날의 힘든 일은 잠시 잊게 되는 마법같은 맛.

 

 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맛있는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에 내일 하루도 또 힘을 내 살아가지는 게 아닐까.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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