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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인기있는 족발 프랜차이즈, 가족 본점 방문기

강마 2020. 7. 3. 08:47

 

 그런 날이 있다. 어둑해진 저녁보다는 쨍한 햇빛 아래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신 후 느껴지는 알딸딸함이 사무치게 그리운 기분이 드는 날 말이다.

 

 결론은 낮술이 당긴다는 소리인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이게 다 여행의 부재가 빚어낸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 속에서 나만 휴가를 낸 이방인인채 맥주잔을 기울이며 일탈을 즐기는 그 나른함이 그리웠던 어느 날, 뜻을 맞춘 지인들과 작당모의 후 무려 반차를 내고 낮술을 먹으러 갔다.

 

 

 호기롭게 회사를 나선 것은 좋았으나 그때 시간 1시. 과연 이 시간에 여는 술집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번화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출발했다.

 

 도착해보니 밤이면 북적이던 골목은 전단지만 날아다니고, 대부분의 가게가 영업준비 중인 상태. 대략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려는 찰나 멀리서 사람 무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여 얼른 쫓아온 곳에 가족이 있었다.

 

 재차 적혀있는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마침 고기가 먹고 싶지만 불 앞에 앉아 땀을 흘리고 싶지 않았던 우리에게 족발님이 계시를 내려준냥 가게 안으로 홀린듯 들어가게 됐다.

 

 

 

 가게의 정식명칭은 가장 맛있는 족발, 줄여서 가족이다. 누구나 한 번은 동네에서 보았을 법한 최근 가장 핫한 족발 프랜차이즈로 간판에는 방이본점이라고 적혀 있다.

 

 방이골목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오가며 많이 본 가게라 여기가 본점인지는 몰랐는데, 찾아보니 원조집은 사당역 근처에 예전 상호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고 방이동은 프랜차이즈 본점의 개념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밖은 쨍쨍하고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는 시원하고 배는 고프고! 서둘러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별 게 다 판다.

 

 역시 프랜차이즈의 위엄이란, 간단히 족발집이라 족발을 생각했던 우리를 당황케 하는 긴 메뉴들 속에 다급한 토론이 이뤄진다. 놀러 온 기분을 내려면 이색적인 음식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더해져 삼합에서부터 파전까지 여러 후보군이 물망에 올랐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점심은 고기라는 생각에, 족발을 시키되 이국적(?)인 냉채족발과 쟁반국수를 같이 시키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기나긴 회의가 끝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와 같은 낮술러들이 상당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내도 제법 넓고 단체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회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주문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가져다주는 밑반찬들. 상추쌈과 마늘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우리는 냉채족발을 시킨 터라 상추는 크게 필요치 않아 한쪽으로 치워뒀다.

 

 

 

 그리고 상큼한 백김치와 부추무침, 싱싱한 겉절이까지 김치 3종 모음이 나오고 콩나물국은 1인당 1그릇씩 따로 내어준다. 

 

 일반 족발이나 보쌈을 먹었으면 몇번이고 가져다 먹었을 정도로 김치류가 유독 맛있었는데 그중 백김치가 내 입맛에는 제일 잘 맞았다. 달달한 동치미에 담가놓은 듯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어 따뜻한 온족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듯하다.

 

 이와 같은 조합을 알아챈 게 나뿐만은 아닌지 부족할 경우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가게 한복판에 모든 밑반찬( 콩나물국 포함)을 리필할 수 있는 셀프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백김치를 안주삼아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푸짐한 야채와 함께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냉채족발이 먼저 나온다.

 

 지금이야 서울에서도 베트남 못지않은 쌀국수를 먹을 수 있고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던 고등어회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이 냉채족발도 예전에는 서울 사람들에게 외국음식과도 같은 메뉴였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10년도 더 지난 부산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사실 첫인상은 굉장히 별로였다. 고기를 시켰더니 오이만 잔뜩 넣어주고 국물이 흥건한 족발이라니, 물론 맛을 보고 금방 친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알싸한 겨자가 마치 양장피를 연상시키고 식어도 쫄깃한 고기의 식감이 담뿍 들어있는 야채의 아삭한 식감과 잘 어우러져 동남아 요리를 먹는 기분도 들어 맥주 안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국 전통의 맛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고수만 추가하면 동남아 휴양지에서 팔 법하기도 하고 어딘지 중국요리 같기도 한 냉채족발은 매력은 출신지인 부산과 많이 닮아있다.

 

 

 냉채족발이 훌륭한 맥주 안주라면 매콤한 쟁반국수는 소주 안주로 제격이다.

 

 족발 못지않게 푸짐한 양에, 넉넉히 뿌려진 양념이 잘 삶아진 면에도 찰떡같이 달라붙어  맛에 빈틈이 없다. 사실 두 가지 다 먹기엔 양도 많고 맛이 많이 겹칠까 걱정됐는데 참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 보다.

 

 

 

 사실 다른 족발 프랜차이즈들에 몇 번 방문을 했다가 돼지 잡내며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실망한 곳들이 많았기 때문에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문은 모르겠으나) 본점이란 호칭이 괜히 붙은 건 아닌가 보다.

 

 두 가지 모두 비벼줘야 하는 메뉴기 때문에 위생 장갑을 계속 바꿔주며 신경 써주는 친절한 직원분이 좋았고 잔여 음식물 하나 보이지 않는 족발 써는 도마의 위생상태도 흡족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남아와 부산을 넘나드는 수준급 냉채 족발과 춘천과 방이동을 넘나드는(??) 쟁반국수의 맛이 무척 좋았다.

 

 

 

 매장에서 매일 직접 삶는 족발과 보쌈을 사용한다는 광고성 현수막에도 무한신뢰가 가는 곳.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지점의 맛에 실망하셨다면 방이동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권유드려본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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