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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먹으러 가는 술집이란 수식어가 붙는, 가락 원조집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안주 먹으러 가는 술집이란 수식어가 붙는, 가락 원조집

강마 2020. 6. 29. 08:48

 

 가락시장역은 서울 동남권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인 가락시장과 경찰병원 및 수많은 회사들이 있는 오래된 상권이다. 

 

 도매시장이 가까워서인지 싱싱한 재료들을 앞세운 전통 있는 맛집들이 두루 포진해있고 새벽 늦게까지 운영되는 가게들도 많아 애주가들에게는 천국인 동네.

 

 그중에서도 가락동에서 가장 오래된 포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가락 원조집. 이름에서부터 자부심이 뿜뿜한 이 곳은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찾아오는 유명 맛집이다.

 

 내게도 20대때 초록병 꽤나 비웠던 추억 돋는 곳, 비가 오는 어느 날 오랜만에 방문해보았다.

 

 

 

 지금은 간판이며 실내가 리모델링됐지만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과 동시에 뭔가 울컥한 기분도 든다.

 

 메뉴는 실내 포차답게 부침개부터 생선구이, 탕류까지 종류가 다양하지만 사실 이곳은 병어찜이 대표 메뉴로 종로3가에 있는 호반과 더불어 병어찜의 성지로 언급되는 곳이다.

 

 그런데 병어찜의 최대 단점. 조리시간이 20분이상 소요되고 ( 더 걸리기도 한다.) 높은 가격만큼 양이 푸짐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둘보다는 4인 이상 여럿이서 왔을 때 시키기 적합하다.

 

 

 

 그렇게 시작된 메뉴 고르기.

 

 비가 오고 있어 전을 먹을까도 고민했지만 전 요리는 단독으로 먹긴 부족한 느낌이고 생선구이도 좋지만 뜨끈한 국물이 아쉽기도 하고 맛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오뎅탕을 먹고 있어 살짝 고민됐지만 또 오뎅탕기분은 아니라 돌고 돌아 결국 해물알탕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먹으러 다니느라 평소에 TV를 잘 보질 못하는데 올리브TV에도 소개가 됐었나 보다. 검색해보니 18년도에 방영했었던 여기GO라는 프로그램이다.

 

 먹방과 여행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즘, 이제 정녕 나만 아는 맛집이란 없는건가.  아는 집이 TV에 소개되는 걸 보면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약간의 서운한 마음도 든다.

 

 

 

 이런 저런 추억팔이를 하고 있자니 나온 밑반찬들, 투박한 옛날 모습 그대로다. 

 

 다른 가게들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대단히 맛이 있는 음식들도 아니지만 생당근의 오독한 식감과 연두부의 부드러운 질감과 뜨뜻미지근한 콩나물국의 넘김이 좋다.

 

 

 

 그리고 알탕에 있는 건더기를 찍어먹기 위해 나오는 간장마저도 촌스럽다.

 

 요새는 시판되고 있는 고추냉이의 품질이 좋아져 회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맛과 향이 좋은 고추냉이가 나오는 곳이 많은데 원조집은 아직도 가루를 물에 개어 쓰는 방식을 고수한다.

 

 특별히 이게 맛을 유지하는 비법은 아닐 테지만 ( 사실 이 제품이 맛은 더 없다) 이 촌스러운 간장이 우리 가게는 변하지 않았다는 걸 대변해주는 듯해 묘한 안도감이 든다.

 

 

 

 간장 종지 하나에 별의별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정신 차리라는 듯 오늘의 술안주이자 해장용 알탕이 나왔다. 

 

 보기만 해도 얼큰한 모양새, 고춧가루가 듬뿍 올라가 있고 미나리밑으로 콩나물과 바지락, 각양각색의 알들이 숨 죽이고 있다. 한번 끓여 나오기 때문에 미나리 숨이 죽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해물의 시원함이 고루 배이도록 잘 뒤적여주니 역시 명불허전, 냄비 밑바닥에서 알이 끝도 없이 올라온다. 저 알 하나에 몇 천마리의 생선들이 태어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어쩌겠나 안 먹기엔 너무 맛있는걸.

 

 바지락과 콩나물이 시원한 국물 맛을 담당하고 미나리의 향긋함과 농축된 알에서 나오는 묵직함이 조화롭게 끓어오른다.

 

 야채 먼저 건져 먹으며 본격적인 음주를 위해 워밍업을 해주고 국물에 제법 맛이 들었을 때가 알을 먹기 적합한 시기다. 국물을 머금어 통통해진 알 하나를 집어 간장에 콕 찍어 한 입에 쏙 넣어준다.

 

 알알이 씹히는 알의 신선함이 남다르다. 물론 냉동이겠지만 냉동시킨 알 특유의 퍽퍽함 없이 부드러워 크림을 먹는듯한 식감이 난다.

 

 믿고 먹는 곤이도 보드라워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별다른 구강운동 없이도 꿀떡 넘어간다.

 

 

 

 그리고 자꾸 알탕을 뒤적이게 되는 마성의 수제비가 포인트.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직접 떼 넣어줘 쫄깃한 맛이 국물과도 잘 어울리고 탄수화물이 절실할 때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제비를 많이 넣으면 국물 맛이 변할까 봐 그런지 정말 소량으로 들어가 있다.

 

 사리는 라면사리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로 주문할 수도 없는 귀하신 몸, 다 찾아낼 때까지 부지런히 뒤적이며 먹는 수밖에 없다.

 

 

 91년도부터 운영을 해왔다고 하니 올해로 딱 30주년을 맞이한 가락시장의 터줏대감 원조집. 

 

 바로 전 골목에 원조집 두 번째 이야기라고 운영하는 가게가 있는데, 같은 사장님이 아니라 메뉴 구성이나 맛이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시 간판을 잘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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