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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강남 한복판에서 맛보는 시골 밥상, 서초동 시골집 본문
예술의 전당에 간 날.
전시가 끝나고 나니 저녁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멀리 가긴 어려울 듯해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유독 사람이 와글와글한 가게에 눈길이 간다.
가까이 가보니 쌈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이름도 예스러운 시골집.
제육쌈밥 기준으로 1인에 만원이면 이 동네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고 쌈밥의 종류도 다양해 마음에 든다.
제육도 오징어도 생선구이도 다 먹고 싶지만 한 겨울 같은 찬바람이 몰아쳤던 탓에 뜨끈한 국물이 있는 소불고기 전골로 주문을 했다.
아마 동네에서는 유명한 맛집인듯 식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도 많고 안 쪽에 있는 룸에는 단체 손님들도 많아 늦은 시간임에도 시끌벅적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빠르게 차려주는 상.
쌈밥 전문점답게 푸짐한 쌈 한 보따리가 먼저 나온다. 얼추 봐도 8종은 넘을 듯, 무엇보다 쌈채소가 엄청 싱싱해서 좋다.
그리고 이어 소불고기며 맛깔스런 밑반찬이 줄줄 올려진다. 요새 식당에서 보기 힘든 잡채부터, 기본찬으로 나오면 괜스레 기분이 더 좋은 부침개, 쌈밥에 기본인 마늘과 쌈장.
꽈리고추도 미역줄기도 오래 된 느낌 없이 신선하고 억지스러움 없는 맛이라 딱 집밥 같은 느낌이다.
왜인지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거창한 음식보다는 이런 속 편한 음식들이 당기기에 오늘 메뉴 선택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지극히 도시스러운 동네에서 즐기는 시골밥상이라니.
불고기전골도 싱싱한 청경채와 양파, 버섯을 수북이 담겨 있어 끓이면서 우러나오는 채즙 덕에 맛이 더 깔끔해질 기분이다. 양이 많아지는 건 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된장찌개까지 한 뚝배기 올려진다. 뜨거울 때 한 수저 밀어넣으니 굳어 있던 근육들이 풀어지는 기분.
고깃집의 짭짤한 찌개 맛이 아닌 살짝 가벼우면서 칼칼한 맛이라 안주로도 좋고 무엇보다 연거푸 떠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시골의 찌개 맛이다.
또 하나의 서프라이즈. 뚜껑을 열어 밥을 확인하니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흰 쌀밥이 아닌 팥밥이라는 게 이 집의 킬포. 쫀쫀한 밥의 질감이 아삭한 쌈과도, 달달한 불고기 국물과도 궁합이 좋다.
차례차례 반찬을 맛보다 보면 어느새 끓고 있는 불고기전골. 예상대로 깔끔하고 담백한 맛에 한번 더 만족감이 몰려온다.
간이 세지 않아 쌈장을 듬뿍 넣어도 짜지 않고 오늘만은 정말 쌈을 먹기 위해 고기가 존재하는 듯. 쌈 야채가 싱싱해서 향도 강하고 부드러워 그 많던 야채를 거의 다 먹어치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인건비며 여러가지 외부요인으로 인해 백반집 스타일이 점점 없어져가는 요즘.
예상치 않았던 장소에서 만난 푸짐하고 맛깔 난 쌈밥 한상에 조금은 더 행복해진 기분이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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