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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의 채식 클라쓰, 단양 구인사 금강식당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이것이 한국의 채식 클라쓰, 단양 구인사 금강식당

강마 2021. 2. 5. 11:42

 

 나에게 있어서 TV 방송은 그저 밥 먹을 때 틀어놓는 BGM 정도의 존재감이었으나, 최근 본방사수를 자처해가며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다. 

 

바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맛(?) 보여주는 '윤스테이'

 

 

 특히 먹는 것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내게, 전통 한식이 주는 정성과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만큼 채식이 친숙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나물에 고추장 넣고 비빔밥을 먹으면 그것이 채식이고 통칭 절밥으로 불리는 사찰음식이야말로 채식의 정수일 테니 말이다.

 

 

 결론은 사찰음식을 먹으러 절은 아니고 절 앞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는 말을 길게도 늘여했다.

 

단양의 명소중 하나이자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 서울에서도 멀지 않은 거리라 드라이브 겸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시간은 12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

 

 

 구인사 주차장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여러 식당들 중 각기 저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전통음식 대물림 계승업소라는 말에 이끌려 금강식당이란 곳으로 들어섰다.

 

주력 메뉴는 정식과 산채비빔냉면인 듯, 추천을 해주셨으나 이 날따라 냉면은 당기지 않아 우린 금강정식 2인분에 산채비빔밥으로 주문을 했다.

 

 

 평일이기도 하고 이른 시간이라 가게 안이 한산해 생각보다 뚝딱뚝딱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금강정식에 포함되어 있는 도토리전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후라이팬에서 막 지지고 나와 뜨끈뜨끈한 도토리전. 도토리 가루로 반죽을 해 쫄깃한 식감은 기본이요 푸짐히 들은 각종 야채가 잘 어우러져 절로 막걸리를 부른다.

 

 

 그렇게 전이 채 식기도 전에 다 먹어치웠더니 기다렸다는 듯 더덕구이와 된장찌개가 연달아 나온다. 

 

시판이 아닌 직접 담근 된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더 어둡고 탁하지만, 국물 맛만은 지구를 뚫고 내려갈 정도로 깊어 계속 손이 간다. 칼칼하면서도 해물 하나 안 들어갔는데 어디서 이런 시원한 맛이 나오는지, 허허.

 

 

 

 같이 나온 더덕구이는 지글지글거리는 철판에 나와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더욱 맛이 좋다. 역시 음식은 장맛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하듯 감칠맛 나는 고추장 양념과 고기 못지않은 쫄깃한 식감이 매력 포인트.

 

 

 메인 메뉴가 다 나온 후엔 넓은 상 위로 여백 없이 밑반찬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반찬류는 리필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접시에 많이씩 담아 나오진 않지만, 가짓수가 어찌나 많은지 골고루 하나씩 맛을 보다 보면 배가 먼저 부를 지경이다.

 

 

 생경한 나물에서부터 익숙한 도라지, 고사리 나물이며 빠지면 서운한 생선구이, 도토리묵 등등 등등.

 

 

 산세가 좋은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도토리를 이용한 메뉴가 많구나 싶었는데 과연, 평범한 도토리묵 하나도 맛이 다른 느낌이다.

 

도토리 특유의 향이 좀 더 진하고 쫄깃함이 배가 되어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비빔밥에 넣어 먹어도 색다른 조합이랄까.

 

 

 그렇게 한바탕 반찬 러시가 끝이 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음식을 즐길 차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고기 한 점 없지만 장의 깊은 맛과 다채로운 채소의 종류와 조리법 덕에 서운함이라고는 1도 없다.

 

이런 상차림이라면 채식주의 뭐 별거 없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달까.

 

 

 옹기종기 정갈하게 담아진 산채비빔밥 위에 밥을 투하,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입에 넣으면 또다시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

 

 

 기본 나물에 콩나물, 상추 같은 야채만 더해 비볐을 뿐인데 왜 이리도 맛이 좋은지. 과하게 넣었다 싶은 양념장도 숙성이 잘 돼서 그런가 짠맛보다는 깊은 감칠맛이 비빔밥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기분이다.

 

 

 밥을 반공기만 넣었음에도 부재료가 많아 두 공기로 보이는 마법도 우리나라 비빔밥만의 매력. 

 

밥 한 숟가락, 찌개 한 숟가락, 더덕 한 입, 반찬 한 입. 순회공연마냥 상 위로 젓가락이 한 번씩 돌아갈 때마다 쌓여가는 빈 접시만큼 내 배도 차곡차곡 차오른다.

 

파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얄짤없는 부모님도 연신 맛있다 감탄을 내뱉아 두 시간여를 달려온 보람에 뿌듯함은 덤.

 

 

 아직까진 육식을 버리지 못한 나이지만, 이런 채식주의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맛을 보여줬던 가게. 날이 풀리고 시국이 진정되고 나면 기꺼이 재방문할만한 좋은 가게를 오랜만에 만났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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