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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 땐 영혼까지 녹여주는 전골요리, 이경문 순대곱창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찬바람이 불 땐 영혼까지 녹여주는 전골요리, 이경문 순대곱창

강마 2020. 12. 15. 08:57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다는 예보와 더불어 연일,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하는 뉴스들만 들리는 요즘.

 

 

 월동준비차 몸보신도 할 겸 나의 소울푸드 순대국에게 위로받고자 종로3가로 향했다.

 

흔히 말하는 익선동 갈매기골목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이경문 순대곱창.

 

 

 굉장히 허름하고 오래 된 노포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음식에도 스며들어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 맛집으로도 유명한 가게. 간단하게 순댓국만 먹고자 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곱창전골에 시선이 간다. 날이 추워져서인지 다른 손님들도 전골을 많이 선택하는 분위기.

 

 

 잠시 고민을 하다 몸에서 그 음식이 당기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마치고, 전골 소자로 주문을 했다.

 

비교적 한산한 방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앉으니,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끈뜨끈한 보일러의 기운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곱창전골이나 순대국, 어떤 메뉴를 시켜도 동일하게 올라오는 김치. 향신료 삼총사인 마늘, 고추, 양파. 그리고 시판제품의 모양새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 달고 깊은 맛이 있어 자꾸 찍어먹게 되는 쌈장이 밑반찬의 전부다.

 

딱 필요한 것만 나와 뺄 것도 없고, 더 추가되어도 과할 것 같은 느낌의 균형이 매우 좋다.

 

 

 반찬많은 식당을 선호하지만 이 곳의 음식들은 뚝배기, 냄비 하나에 건더기며 부속재료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 있어서 혼자 국물 역할도 하고 밥도 되고 반찬도 되어준달까.

 

 

 

 맛깔난 쌈장에 양파를 속속 찍어먹고 있으면 곧 나오는 곱창전골.

 

속을 뒤적거리기에도 힘들게끔 어마어마한 양이다. 작은 사이즈로도 3명은 거뜬히 먹을 정도고, 라면 사리나 공기밥을 더한다면 4명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니 말이다.

 

 

 순대를 제외하고는 한번 끓여나오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앞접시에 떠놓고 먹다가 순대가 따뜻해지게끔 약한 불로 끓여가며 먹으면 된다.

 

냄비에 빈 공간없게 꾹꾹 눌러 담아준 마음만큼이나 내 영혼도 꾹꾹 차오르는 느낌.

 

 

 들깻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보약 수준인 국물 맛은 물론, 눅진하고 찐득한 육수에 냄새라고는 1도 안나는 부속물들과 싱싱한 야채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맛의 조화로움이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내장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잘 사 먹지 못했던 곱창전골 유목민인 나를 정착시켜준 집.

 

 

 들깨수제비같다가도, 얼큰하고 농도 진한 국물이 어죽 같기도 하고. 맛있는 국물 잔뜩 머금어 통통해진 토종 순대와 잡내는 없어지고 쫄깃한 식감만이 살아있는 곱창까지. 

 

한 젓가락씩 먹다보면 어느새 차가워진 몸도 헛헛했던 마음도 따뜻하게 덥혀진다.

 

 

 예로부터 밥심 하나로 여러 고난을 이겨왔던 밥의 민족이 아닌가. 시리도록 차가운 이 겨울을, 따뜻한 밥과 뜨거운 국물로 훌훌 털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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