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도시여행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들은 모르는 숨은 맛집, 길목집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들은 모르는 숨은 맛집, 길목집

강마 2021. 3. 5. 08:51

 

 전주에 갔던 날.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전주 하면 떠오르는 막걸리 한상을 갈까도 했지만, 예전에 비해 가격만 올라가고 상차림은 더 허전해진 느낌이라 영 내키지 않고, 콩나물 국밥으로 해결하긴 뭔가 허전하고.

 

 

 다년간의 먹부림 끝에 알게 된 진리 한 가지. 맛집은 손가락이 아니라 발로 찾는 것이기에, 목적 없이 한옥마을 근방만 맴도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간판이 있다.

 

막걸리 전문점 길목집. 여긴 대체 뭘까. 언뜻 봐도 십수 년은 지난 듯한 간판에서 포스가 넘쳐흐른다.

 

 

 

 노출된 정보가 1도 없는 상태라서 망설이다, '에이 맛의 고장 전주인데 설마, 먹을 만은 하겠지' 그렇게 전주라는 단어만 믿고 비장한 손길로 문을 열고 들어서 본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내부가, 거의 만석이라는 사실에 1차로 놀라고, 들어서는 순간 모든 손님( 동네분들이 신 듯)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에 2차로 놀라 황급히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백반집과 동네 실내포차의 중간쯤에 있는 메뉴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에 당황하고 있는데 주문도 전에 테이블 위로 영롱한 반찬들이 촥촥 깔리기 시작한다.

 

아직 안 시켰는데.... 마음이 다급해진걸 눈치채셨는지 천천히 둘러보고 시켜도 된다고 위로의 말까지. 아직 젓가락 들기도 전에 이곳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굴전도 맛있어 보이고 낙지볶음도 좋아 보이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청국장. 왠지 간만에 제대로 된 청국장을 먹어볼 것 같은 기대감에 얼른 청국장과 돼지갈비, 각각 하나씩 주문을 하고 드디어 반찬 시식 타임.

 

이게 뭐지? 싶은 반찬에서부터 익숙한 나물들, 그리고 과일?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냉장고에 있는 모든 음식을 꺼내 차려주시던, 꼭 그런 한상이다.

 

전체적으로 관광지의 음식들보다 간이 조금 쎈 편이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꼭 맞는 정도. 어리굴젓에서부터 닭고기 장조림과, 톳나물을 두부와 맛깔나게 무친 음식들. 맛있다, 여기는 진짜다.

 

 

 그렇게 정신없이 반찬을 안주삼아 먹다 보니 어느새 청국장이 슬며시 다가온다. 무심하게 툭툭 썰린 두부와 재료들을 받쳐주는, 오리지날 청국장에서 느낄 수 있는 쿰쿰한 향과 진한 국물 맛.

 

생각보다 향이 진하지 않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맛을 보니 괜한 걱정을 했군. 집된장의 깊은 맛과 청국장의 구수한 장 맛이 정말 끝내준다.

 

 

 심지어 같이 나온 공깃밥조차도, 좋은 쌀을 사용하신 건지 좔좔 윤기가 흐르고, 맨밥만 먹어도 고소할 지경이다.

 

화룡점정으로, 흰쌀밥을 두부랑 청국장 국물에 쓱쓱 비벼 어리굴젓 하나 올려먹으면, 이보다 더 전주를 잘 표현하는 맛이 어디 있겠는가.

 

 

 밥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쯤 나와준 돼지갈비.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돼지갈비가 아니다. 

 

석갈비처럼 돌판 위에 구워진 돼지갈비가 나올 거라 예상 헸는데, 흔들리는 눈빛으로 사장님을 바라보니 전주에선, 물갈비를 돼지갈비라고 하는 경우가 흔하단다. 고로 이 집은 돼지갈비=물갈비였던 셈.

 

 

 국물 가득한 뚝배기를 바라보며, 첫인사 겸 수줍게 국물을 먼저 떠먹어본다. 오호, 불판에 구워 먹는 단짠단짠의 느낌은 없지만, 돼지갈비찜에 가까운 맛.

 

청양고추도 송송 썰려 있고 야채도 듬뿍 들어가 있어 국물만 먹어도 시원하니 맛이 좋고, 실하게 들어가 있는 고기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어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우연히 만난 작은 골목에서, 전주의 맛과 인심과 따스함까지 느끼게 해 줬던 곳.

 

동네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이런 가게들이 오래도록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찾아가는 방법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