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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종갓집 돌솥정식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이게 바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종갓집 돌솥정식

강마 2021. 6. 10. 09:26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자, 수도권 지역에서는 가장 큰 섬인 강화도.

 

마니산, 초지진 같은 역사문화유적부터 최근 핫한 루지, 풍성한 먹거리가 즐비해 있어 당일치기 여행이나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나 역시도 굉장히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이지만, 가깝다 보니 되려 먼 지역보다 홀대하는 기분이랄까. 방문한 횟수로 따지면 강화도보다 제주도를 더 많이 갔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강화도를 느끼고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길을 떠났다.

 

 

 강화도를 가려면 강화대교, 초지대교 중 하나를 건너게 되는데, 나의 진행방향에서는 초지대교가 가까운 터라 늦은 오후쯤 도착한 강화도 남단.

 

저녁은 강화도에서 먹고자하는 작은 바람으로 점심도 건너뛰고 달려왔더니 무척이나 시장한 터라 빠르게 주변 탐색에 들어가기로 했다.

 

 

 초지대교 인근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갯벌장어집부터 꽃게 정식 같은 고급 식당들이 휘황찬란하게 들어서 있지만, 키로에 십만원이라는 사악한 가격과 관광지스러운(?) 분위기가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주변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외딴 골목으로 들어서니, 너른 텃밭에 둘러싸인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종갓집 돌솥정식이라는 가게 이름에서 추정해 봤을 때, 한식 내지는 백반집일 듯. 더군다나 맛 좋기로 유명한 강화쌀을 사용한다니 어찌 맛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린 배를 잡고 안으로 들어서 서둘러 메뉴판을 스캔한다. 식사 메뉴는 정식, 청국장, 굴밥 3가지가 전부인지라 깔끔하게 정식으로 통일, 2인분을 주문했다.

 

 

 애매한 시간에 찾아가서인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던 터라, 주문을 마치고 나니 주방에서 불을 붙이는 소리와 경쾌한 칼질 소리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준다.

 

그리고 나온, 야채전과 김치. 돌솥밥이라 시간이 조금 소요되니 일단 이걸로 안주를 하고 있으라며 올려놔주신다. 마침 날도 흐려서 따끈한 부침개 생각이 났었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감자와 부추, 여러가지 야채를 아낌없이 넣고, 갓 만들어 낸 음식 특유의 버프를 받아 무지 고소하고 맛이 좋은 야채전. 양념장에 찍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고 같이 나온 김치와 먹으면 금상첨화다.

 

전 하나로도 소주 한병은 비우겠다는 실없는 소리를 하고 있자니 다음으로 준비된 안주, 아니 메뉴는 버섯탕수. 별도로 판매되고 있는 메뉴임에도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느타리 버섯을 적당히 찢어, 이 역시 주문과 동시에 튀겨 나온 데다 어지간한 중국집 부럽지 않은 소스가 그 맛을 더 배가시켜준다. 두 가지 음식만 맛봤는데도 이미 머릿속에서 식당 평가는 만점으로 끝이 난 상황.

 

하지만 뒤이어 연달아 나오는 상차림을 보니, 광대가 절로 승천한다.

 

 

 강화도 특산품 중 하나인 순무로 만든 깍두기를 필두로, 청포묵, 콩나물, 우엉조림, 멸치볶음, 잡채, 메추리알 장조림 등등등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내놓은 반찬이 없다. 

 

차갑게 먹어야하는 음식은 차갑게,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음식은 따뜻하게 데워 나오는 정성은, 말이 쉽지 일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귀찮고 고된 일일 텐데. 하지만 그 고생 덕에 내 입은 무한한 즐거움을 느낀다.

 

 

 국도 청국장, 된장찌개 두개가 제공되고, 생선도 싸우지 말라고 1인당 하나씩 나오니, 질뿐만 아니라 양마저 풍족하다.

 

이쯤 되면 만 이천 원이라는 가격이 죄송해질 정도. 물론 1인 식사 가격으로 저렴한 값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맛도 좋은 데다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고 무엇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정성까지 들어가니 말이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청국장에, 강화쌀로 지은 돌솥밥은 그야말로 이 기나긴 코스요리의 화룡점정. 중국산 쌀을 사용하는 밥집과는 비교하는 것 조차가 실례일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밥만 먹어도 입에서 달큰한 맛이 돌고, 청국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나게요?

 

 

 값비싼 장어도 밥도둑인 꽃게도 다 소중한 음식들이지만. 우리네 밥상의 기본이 되는 쌀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날.

 

새로울 것 없는 상차림이지만, 음식은 모름지기 재료와 정성이 9할이라는 걸 손맛으로 보여준 멋진 가게여, 영원하라.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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