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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더이상 바가지쓰지 말아요, 지세포항 일운 막썰어회 본문
통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 거제를 오랜만에 찾았다.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과, 멀리서도 파도 소리가 들릴 듯한 기분 좋은 적막감. 그리고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들이 으레 그러하듯 풍요로운 먹거리 또한 거제의 빠질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의무적으로 이곳을 오면, 회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해산물들의 종류와 그 싱싱함이 남다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질적인 바가지 상술. 자연산이라고 해서 고급일식집 수준의 가격을 매기고 온갖 스끼다시로 현혹시키지만, 그런 곳에서 단 한 번도 회가 맛있다고 느껴본 적은 없달까.
그래서 이번만큼은, 진짜 '회'를 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거제에 내려갔더란다. 그리고 방문한 지세포항.
사실 지세포항은 톳김밥을 포장해 오기 위해 갔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져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범상치 않은 포스의 가게가 눈에 띄어 간판을 보니 일운 막썰어회라고 적혀 있다.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께서 끊임없이 생선을 손질하고 계셨는데, 생선이라고는 광어, 우럭, 도미 정도만 구분할 줄 아는 나로써는 처음 보는 어종들 뿐.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들어가 이것저것 여쭤보니, 마치 도시에서 놀러 온 손자를 대하듯 세상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신다.
몇분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왠지 여기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메뉴판도 없고 먹을 자리도 없다. 오로지 포장만 가능한 곳.
하는 수 없이 사장님께 직접 가격을 여쭤보니 키로에 3만 원이란다. 예? 3만 원이요? 처음 이야기할 때부터, 우리 가게는 백 프로 자연산 회만 사용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 엄청 비쌀 줄 알았더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저렴한 횟집에서도 자연산은 키로당 5만 원 이상인 곳이 태반인데, 3만 원이라니 이건 생태계 파괴 수준 아닌가. 얼른 포장을 부탁드리니 밖으로 나오란다.
사이좋게 사장님과 마주 선 수조 앞. 좋아하는 생선이 있는지 원하는걸로 준다며 직접 골라보라 하신다. 하지만 뭘 알아야 고르지. 결국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여러 가지 어종을 섞어 주신단다.
딱 봐도 1키로는 거뜬히 넘을 듯한 튼실한 세 놈이 골라지고, 저울에 올리니 역시나 키로 반쯤 무게가 잡힌다. 하지만 쿨하신 우리의 사장님. '그냥 다 줄께 골고루 먹어라, 그 대신 야채는 없으니 필요하면 저 앞 하나로 마트에서 사다 먹고'
썰어도 썰어도 끝도 없이 나오는 묵직한 회와,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된장, 초장을 얻어 돌아온 숙소.
포장해 온 톳김밥과 야채를 곁들여 차려내니 여느 일식집 부럽지 않은 푸짐한 한상이 완성됐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당연히, 반들반들 윤이 나는 모듬회.
이름 그대로 막썰어냈기 때문에 하나씩 먹기보단, 한 웅큼 집고 초장이나 간장을 찍어 입안 가득 먹기 딱 좋은 사이즈다.
기대감에 부풀어 맛보는 첫입은, 진짜 감동 그 자체다. 난 애초에 육고기>>>>>>>물고기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라 회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이제껏 먹던 회들과 차원이 다르다.
우선 쫄깃함 식감이 미쳤고, 흔히 말하는 물내라고 해서 특유의 비릿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오히려 은은한 향이 감돈다고 해야 하나.
같이 주신 초장도, 된장도, 간장도 모두 손수 만드신 거라 그런지,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아 회의 맛을 더욱 끌어올려주는 점도 한몫하는 듯.
상추랑 깻잎에다가 한 주먹씩 넣고 싸먹어도 물리지 않고 씹을수록 더욱 깊은 맛이 나, 이래서 다들 자연산 자연산 노래를 부르는 거였구나?
그렇게 좋아하는 고기도 혼자 반근을 못 먹는데, 회 1킬로를 둘이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운 날.
이 맛을 잊지 못해, 낚시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추측을 해 본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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