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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도 무너지지 마요 문어삼합, 월가

강마 2021. 7. 13. 09:29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고,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과 함께 초복이 왔다.

 

요새 젊은 친구들도 이런 날을 챙기는지는 몰라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비루해지는 몸뚱이 덕에 점점 악착같이 챙기게 되어버린 복날.

 

 

 전통 강호인 삼계탕을 필두로, 여름 보양식 중 제일로 쳐 준다는 민어, 장어 등 떠오르는 음식들이 많긴 하지만. 매년 만나다 보니 어째 좀 식상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뭔가 새로운 보양식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가게 된 천호역 인근의 이자카야 월가.

 

 

 뜬금없이 이자카야에선 왠 몸보신인가 싶었는데, 이곳에서 하는 문어 보쌈 맛이 괜찮단다. 자고로 출산하고 삶아 먹는 게 문어일 정도로,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고 말이다.

 

사실 이 가게는 지나가다 몇 번 보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도 들었던 곳인데 첫 방문인 이유가, 아 이 입구때문이었지.

 

 

 어지간해서는 가게 위치를 탓하진 않는데, 으슥한 뒷골목+ 모텔과 입구를 같이 쓰는 환상의 콤보가 내 발길을 잡았더랬다. 

 

뭐, 음식 맛만 좋다면야. 용감하게 가게 문을 밀어재끼고 들어선다.

 

 

 건물 자체가 낡은 것에 비해, 실내는 깔끔한 것으로 보아 리모델링을 한 듯. 이자카야보단 일식집에 가깝다 느낄 정도로 테이블마다 칸막이로 구분이 되어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소개해준 지인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코스요리처럼 회정식을 선보였던 곳인데, 메뉴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던 모양. 

 

 

 

 그래서인지 특이하게도, 참치회를 낱개로도 판매하고 있고 연어, 육회 등 다양한 메뉴들이 인상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연어를 가장 많이 드시는 듯. 하지만 난 문어에 목적이 있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삼합을 주문 후, 모자라면 추가하기로 했다.

 

 

 주문이 끝나고 바로 테이블 세팅이 시작됐다. 밑반찬은 이자카야답게 삶은 콩과 간장 양념을 입힌 갯고동이 나온다.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건 없지만, 두 가지 모두 짭짤하고 까먹는 재미가 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 보쌈이 나오기 전 열심히 구강운동을 해본다.

 

 

 기다림도 잠시, 고기를 즉시 삶아내는 건 아닌지 굉장히 빠르게 문어 삼합이 등장했다. 

 

돼지고기, 묵은지, 문어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동양자수를 보는 듯 영롱하다. 사진 못 찍기로 유명한 내가 막 찍어대도 고급 요리로 보이게 한다. 이게 원판불변의 법칙인 건가.

 

 

 이제 거두절미하고 맛을 볼 차례. 처음부터 삼합으로 먹기보단 재료 하나하나의 본연의 맛을 보고 싶어 주인공 문어부터 집어 본다.

 

같이 나온, 다진 마늘이 들어간 기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야들야들 보다는 쫄깃쫄깃 쪽에 가까운 문어의 맛.

 

 

 음, 문어는 이 정도면 합격인 듯. 이제는 중요한 보쌈과 묵은지도 차례대로 먹어본다. 

 

문어가 쫄깃한 맛이 강해서 보쌈마저 퍽퍽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보쌈은 입에서 샤르륵 녹는다. 일부러 식감을 맞추기 위해 살코기가 많지 않은 부위를 사용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로 보완이 잘 되는 느낌이랄까.

 

 

 이제 모두 모여, 묵은지 위에 문어와 보쌈을 올리고 취향껏 소스를 곁들이면 드디어 입안에서 완성되는 문어삼합의 맛.

 

담백하기만 할 수도 있는 문어의 맛을, 눅진한 돼지기름이 잡아주고 자칫 느끼해질 수도 있는 뒷맛을 묵은지가 깔끔하게 잡아준다. 여느 유명 보쌈집의 맛과는 비할 수는 없을테지만, 각자의 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시너지가, 좋은 느낌을 준다.

 

 

 당분간, 외출도 외식도 힘들어지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으며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라며. 우리 모두 무너지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면 더욱 좋은 날이 오리란 걸 알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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