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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익산이라면 짬뽕라면, 우리분식

강마 2021. 8. 4. 08:27

 

 폭염이 시작되기 전, 남부지방을 휩쓸었던 수해. 여러 지역이 피해를 입었지만 내게는 유달리 익산 중앙시장의 피해가 눈에 밟혔다.

 

백제시대의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익산이 고향인 친구를 둔 덕분에 요 몇 년간 자주 방문했던 도시라서일까. 

 

 

 그리하여 주말을 틈타 1년만에 다시 익산을 방문했다. 다행히 현재는 복구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시에서도 수해를 입은 상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길목마다 피해를 입은 물건들을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들을 보면 괜스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친구 말에 의하면, 중앙시장 그러니까 익산역 앞은 현재는 쇠퇴한 구도심의 상권에 속해, 노후된 점포들이 많아서 피해가 더 커졌을 수 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장에서 열심히 먹고 물건들을 사는 수 밖에.

 

 

 마침 아침도 거른 상태라, 허기진 배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우리 분식. 내가 익산에 처음 방문했을 때 중학교 때부터 다녔던 단골집이라고 해서 친구가 데려가 준 집이기도 하다.

 

이름은 분식이지만 그 흔한 밥 종류는 하나도 없고 오직 라면과 탕수육을 파는 특이한 곳. 

 

 

 

 예전보다는 가격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1인분에 3천원인 저렴한 탕수육과 라면 치고는 비싼 짬뽕라면의 조화가 재밌다.

 

주문을 마치고 나면 탕수육은 밖에 산더미 같이 쌓인 튀김을 한번 더 튀기고, 미리 만들어놓은 따뜻한 소스를 부어주는 방식으로 라면보다 탕수육이 더 빠르게 나온다.

 

 

 어느 중국집 못지않게 바삭한 튀김옷과,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는 굉장히 익숙한, 그래서 더 무서운 아는 맛이 느껴진다. 

 

배가 고팠던 터라 나오자마자 탕수육으로 젓가락을 보내 입으로 전달하고 나니, 2년 전 먹었던 그 맛이 다시 떠오른다. 

 

 

 처음 왔을 때는 도대체 뭐 이런 곳을 맛집이라고 데려오나 싶은 생각에 손절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먹어보고 진심으로 친구한테 사죄하게 만들었더란다.

 

중국집처럼 불맛이 나진 않지만, 고기 반 튀김옷 반의 조화스러움과 케찹 베이스의 소스가 만난 전형적인 옛날식 탕수육.

 

 

 오랜만에 만나 더 반가운 친구처럼, 탕수육과의 조우가 끝날 때쯤 식탁에 놓인 김치.

 

이 김치가 나온다는 것은 곧 라면이 나온다는 뜻이므로, 남은 탕수육을 재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짜장면과 달리 이 집에서의 라면과 탕수육은 같이 먹기보단 탕수육으로 입가심을 한 후에 짬뽕라면을 먹어줘야 그 얼큰함이 배가 되기 때문.

 

 

 막판 스퍼트를 올려, 탕수육 한 조각이 남았을 때 딱 라면이 등장했다.

 

자박한 국물과 꼬들꼬들 끓여진 면발 사이로 양배추, 고추, 각종 해물로 맛을 더한 짬뽕라면. 이 라면이 얼마나 유명한지 중앙시장 내에 있는 모든 분식집에서, 짬뽕라면이 정식 메뉴로 있을 정도라나.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한 모금 먹으니, 탕수육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그때의 감동. 처음 먹을 때는 특별함을 잘 몰랐는데 이거 은근, 서울 가니 계속 생각이 나더라.

 

마침 주방 바로 옆 의자에 앉아, 비법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 조리과정을 자세히 지켜봤는데 특별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건 나의 아둔함 때문이려나.

 

 

 뭐 라면 장사할 것도 아니고, 먹기나 하자.

 

꼬들한 면발을 한 움큼 집어먹다 국물로 목을 축이고 김치나 단무지로 입가심하는 루틴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비워지는 라면 그릇. 먹어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라면 같으면서도 짬뽕 같기도 한 맛이다. 그래서 짬뽕 라면인가.

 

 

 한번 먹어보면 그 맛을 잊기 힘든 마성의 라면과 탕수육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한동안 또 짬뽕라면앓이가 시작될 것을 직감했던 날.

 

서울에서 KTX로 1시간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작은 맛집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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