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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많은 집은 이유가 있다, 오징어 참치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손님이 많은 집은 이유가 있다, 오징어 참치

강마 2021. 8. 13. 10:08

 

 연일 계속되는 더위와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된 탓에 계속 집에서 밥을 해 먹다 보니, 남이 해 준 밥이 먹고 싶어 졌다.

 

모처럼 외식이나 할까 싶어 나온 밖. 어마어마한 더위가 반갑다고 온 몸을 휘감는다. 숯불에 구운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갈비가 먹고 싶었는데 개뿔. 내가 익을 판이라 고기 생각은 접고 방황을 하다 눈에 들어온 횟집.

 

 

 어르신들은 날 더울 때 회 먹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뜨거운 불 앞만 아니면 모든지 좋은 상황이라 서슴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런데 여기 뭐지? 이 동네 핫플인가. 여섯 시가 갓 넘은 시간이라 2명밖에 못 앉으니 당연히 식당이 한가할 꺼라 생각했는데 자리가 없다.

 

 

 이를 어쩌나 입구에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서성이고 있자니, 바삐 가게를 돌아다니는 직원분과 눈이 마주쳤다. 가게 안을 휙 스캔하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선풍기를 재빠르게 치워주며 자리를 만들어준다.

 

캬, 센스. 덕분에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내부만큼이나 빽빽한 메뉴판. 어지간한 횟집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가짓수가 엄청나다. 고정 메뉴판이 아닌 것으로 보아 매일 들어오는 재료에 따라 구성과 가격도 바뀌는 듯.

 

각종 회부터 물회, 튀김, 생선구이, 탕, 식사 메뉴까지 고루 갖춘 것도 대단한데, 다른 곳보다 월등히 싼 가격까지. 역시 손님 많은 집은 뭐든 이유가 있구먼.

 

 

 수많은 메뉴 중에 고민 고민을 하다, 어차피 회 종류나 맛도 잘 모르고, 초장 맛으로 먹는 나 같은 이들에게 딱인 모듬회와 기름칠 좀 해줘야 하니 오징어튀김을 추가하기로 했다.

 

무사히 주문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연령대도 상당히 다양한 편. 가게 위치가 지하철 역에서도 멀고 동네 주민들이나 알 법한 좁은 골목에 있는데 다들 어찌 알고 왔으려나.

 

 

 

 그리고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참치를 주문하는 듯. 일반적으로 참치는 전문점에서만 파는 경향이 있고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만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일까.

 

옆 테이블에서 나오는 걸 얼핏 봤는데 구성과 맛도 상당히 괜찮은 모양이다. 그 손님들이 서울시내에서 이 돈 주고 참치를 어디서 먹냐며 연신 칭찬을 하셨으니 말이다.

 

 

 나도 참치를 주문할걸 그랬나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동안 밑반찬과 함께 모듬회가 나왔다. 

 

아무래도 가격이 가격인지라 대단하진 않지만, 얼큰짭쪼롬한 미역국과 맵고 짭짤한 양념을 입힌 갯고동, 튀김용 간장, 쌈채소, 쌈장, 초생강으로 이뤄진 알찬 구성.

 

 

 다른 군더더기 없이 회만 떡하니 올려져 있는 접시도 멋지다. 가장 좋아하는 부위인 광어지느러미를 집어 먹는데, 회가 차갑다? 겨울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접시 바닥에 얼음을 깔고 그 위에 랩을 씌워 회를 올려줬다.

 

겉모습은 터프하지만 마음은 여린 사람 같으니라고. 더운 날, 회를 위한 주방의 배려가 마음에 든다.

 

 

 양이 많아 보이진 않아 가격이 싼 대신 양이 적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나의 오산이었다. 쫄깃쫄깃한 광어로 시작해 부드러운 연어로 넘어갔다가 이름 모를 회들을 위해 쌈장 듬뿍 얹어 쌈을 싸 먹어도 줄어들질 않는다.

 

그때 산더미같이 쌓여 나온 오징어 튀김까지 등장. 

 

 

 가뜩이나 옛날보다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올라서 맘껏 먹기 힘들었는데, 이 역시 만원에 이 정도 양이면 분식집보다 저렴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생오징어로 튀겨 그 부드러움이 말도 못 하고, 튀김옷도 얇고 잘 바삭해 고급 일식집에서 먹는 기분마저 든다.

 

 

 이렇게 맛있는 오징어 튀김을 먹어본지가 언제였던가. 너무 맛있어, 회는 뒷전이 되고 순식간에 튀김부터 바닥이 났다. 

 

그랬더니 집 나갔던 입맛이 싸악 돌아오며, 어느새 다음은 뭘 시켜볼까 메뉴판을 스캔하던 중 눈에 들어온 해물라면. 5천 원이면 가격 부담도 없는 데다 해물 넣고 끓인 라면 맛은 말해 뭐하나.

 

 

 그런데 이 라면 또한 명물이다. 당연히 한 그릇 끓여 나오리라 생각했건만, 매운탕 스케일의 라면이라니. 허허 완전 내 스타일인데? 오늘만은 불 앞에 앉지 않겠다는 다짐은 개나 줘버리라지.

 

이것저것 잔뼈가 많아 먹기 번거로운 서더리탕보다 훨씬 먹기 수월하고 콩나물과 각종 해산물들이 옹기종기 들어가 있어 해장하면서 술 먹는 기분이다.

 

 

 나만 몰랐던 동네 찐 맛집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은 건지 남이 해준 밥을 먹어 기분이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날씨 빼고 다 좋았던 날.

 

빠른 시일 내에 재방문하리란 확신이 들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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