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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비빈밥의 성지, 100년식당 황등 진미식당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육회비빈밥의 성지, 100년식당 황등 진미식당

강마 2021. 8. 6. 08:56

 

 

 누가 정하는지는 몰라도, 음식점을 찾다 보면 전국 0대 맛집, 0대 짬뽕 식의 문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런 단어에 혹하는 사람 중 하나. 전국에 있는 수천, 수만개의 식당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니, 그 누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전국 3대 비빔밥이라고 흔히 언급되는 진미식당은, 내게 조금 특별한 곳이다. 한국인의 밥상을 비롯해서 동네 한 바퀴 등 내가 좋아하는 유수의 프로그램에 소개된 곳이기도 하고, 비공식 육회비빈밥의 시초라고도 알려진 곳.

 

그런데 그런 이유보단, 가려고 할 때마다 일정이 변경된다든지 재료가 소진되어 헛걸음을 한다는 식으로, 연이 당최 닿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버킷리스트가 되버렸기 때문이랄까.

 

 

 무엇보다 위치가 참 애매하다. 익산시내에 있는 곳이 아니라 익산시 황등면에 위치하고 있어 차 없으면 가기 힘들고, 이 식당을 가기 위해 일정 자체를 맞춰야한다.

 

더욱 재밌는 건, 도착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작은 동네인데, 육회비빔밥 집으로 유명한 곳이 3군데나 되니 그야말로 육회비빔밥의 성지인 셈이다.

 

 

 가 본 이들마다 평은 다르지만, 이야기가 있는 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진미식당이 당연한 선택.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도착해, 자리에 앉아 찬찬히 메뉴판을 살핀다.

 

특이하게도 비빔밥 대신 비빈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고추장 양념에 밥과 콩나물이 1차로 비벼 나오기 때문이라고. 또 한 가지는 밥을 토렴 해서 사용한다는 것이 이 가게만의 차별화된 점이란다.

 

 

 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위해, 소불고기 비빈밥과 육회 비빈밥을 주문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과, 아이와 함께 온 가족 손님도 많이 보인다.

 

외조모 때부터 이어져 온 가게를 대물림해서 운영하는 것처럼, 대물림 손님들이 많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흐뭇하게 주위를 바라보면서 의도치 않게 다른 이들의 먹방을 구경하고 있자니 점점 배가 고파온다. 한 그릇씩 토렴을 하고, 그 밥 또한 하나씩 정성스레 비벼 나오기 때문에 다른 식당에 비해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고픈 배가 아파질 지경이 돼가는 찰나, 밑반찬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는 반찬이 없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줄기의 빛과 같은 반찬들.

 

 

 심지어 하나같이 맛도 좋다. 고추나 가지 같은 흔한 반찬에서도 정성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밥이 나오기도 전에 반찬을 다 먹어버릴까 걱정스러울 법도 한데, 리필을 부탁하는 손이 무안하지 않도록 느끼게 해 주는, 친절함도 좋다.

 

그렇게 가지 두 그릇과 어묵 한 그릇을 비우고서야 받아 든 대망의 육회비빈밥과 커다란 선지 한 덩이가 들어있는 국.

 

 

 국물부터 맛을 보는데, 와 이런 선짓국은 처음 먹어본다. 국물이 너무 깔끔해서 얼핏 소고기 뭇국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데, 선지를 큼지막하게 잘라 국물과 같이 떠먹으면 맛이 농후해지며 선지 해장국과도 같은 맛이 난다.

 

선지도 어찌나 싱싱한지 잡내는 당연히 없고, 아무리 조각을 내어도 국물이 지저분해지지 않을 만큼 쫀쫀하다.

 

 

 국을 먹고 나니 더욱 기대되는 비빈밥.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픈 탓인지, 다른 곳에서 먹던 그릇에 비해 크기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특을 시킬 걸 그랬나..... 뭐, 일단 주어진 걸 다 먹고 나서도 부족하면, 순대를 추가하자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비벼 나온다고는 하나, 육회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고명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슥슥 섞어주는데, 섞어도 섞어도 그릇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작은 그릇 안에 꾹꾹 눌러 담아 있었던 게로구나! 크기만 보고 오해해서 미안했다. 비빈밥과 화해를 하고 한 술 크게 떠서 먹어본다.

 

토렴을 해서 밥알 하나하나가 코팅이 되어 알알이 살아있고 촉촉한 느낌. 고명도 푸짐해서, 막상 밥을 먹고 나니 반찬 생각이 전혀 나질 않는다. 고추장 맛이 강하지 않은 덕분에 전체적으로 굉장히 조화로운 맛. 기립박수가 절로 나온다.

 

 

 한입 뺏어먹은 소불고기 비빈밥도, 스테이크로 치면 미디엄 정도로 익혀 나왔기 때문에 질기지도 않고, 굉장히 고급진 맛이 난다.

 

육회랑 비교했을 때 차이라곤, 씹히는 식감 정도랄까. 물론 육회를 넣은 쪽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경향은 있긴 하지만, 육회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많기에 좋은 선택지 중 하나라 생각한다.

 

 

 야채가 풍성해서 육회랑도 잘 어울리고 비빔밥보다는 쌈밥을 먹는 기분이랄까. 식감도 색감도 다채로운 점도 좋고 무엇보다 이런 육회비빔밥은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랄까.

 

토렴을 한 밥이 물리거나 너무 축축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한 셈이 돼 버렸다.

 

 

 혹자는 1대 사장님이 있었을 때와 맛이 달라졌다는 평도 하지만, 그 맛을 내가 느껴봤을 수도 없고 지금 와서야 먹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굳이 저렇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번거로운 방식을 지금까지 유지하며, 할머님의 그 맛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칠전팔기 끝 드디어 먹어 본 그 육회비빈밥은, 가히 3대 비빔밥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아 더욱 좋았던 곳.

 

나의 이기적인 바람이겠지만, 꼭 가족이 물려받지 못하더라도 이 맛에 감동받은 누군가가 명맥을 이어 후세에도 이런 맛을 전달해줬으면 한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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