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도시여행

사천밥의 달인, 춘천 노포 중국집 복성원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사천밥의 달인, 춘천 노포 중국집 복성원

강마 2021. 9. 1. 08:34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다녀왔다. 아기자기하고 체험형 시설도 많아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대부분, 내 나이대의 성인 관람객은 우리밖에 없어서 살짝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틈에서 굴하지 않고,, 알차게 이것저것 다 눌러보고 다녔더니 시설을 다 둘러볼 때쯤 강한 허기가 인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단란한 가족들을 보니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다. 세련된 요즘 중국집 말고, 어렸을 때 부모님이 데려가 주시던 옛날 스타일 중국집에서 말이지.

 

춘천 지리는 잘 모르는지라 열심히 문명 세계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곳, 복성원.

 

 

 연로하신 사장님 혼자 운영을 하시기에 배달도 하지 않고, 가게 규모도 작아 내 마음에 쏙 든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곳이라 주차가 애매하다. 그래서 나는 그 근처 동부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 (주말에는 무료개방을 한다.)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에 찾아간 덕에 기다림 없이 앉을 수 있었지만, 테이블마다 빈 식기들이 놓여 있는 걸 보니 손님이 꽤 많았던 듯하다.

 

간결한 메뉴와 착한 가격이 매력적인 메뉴판. 짜장면과 탕수육은 중국집에서 꼭 시켜야 하고, 사천밥으로 tv에도 출연하셨다니 먹어 봐야겠지.

 

 

 둘이 먹기에는 좀 많은 듯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부담없이 시킬 수 있어 좋다. 

 

그 대신, 요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셀프로 이루어지는 시스템. 가게 한켠에 놓인 곳에서 단무지, 김치, 양파, 식초 등등 필요한 것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내가 앉은 자리에선, 주방이 살짝 들여다보이는 구조였는데 주문을 받자마자 커다란 도마 위에서 커다란 중식도를 들고 재료를 손질하시는 모습이 보여 좋다.

 

탕수육 고기도 초벌로 튀겨놓은 게 아니라 그때마다 손질하시는 듯. 마치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어 주시는 기분이랄까.

 

 

 누군가에겐 손때가 묻은 그릇이나 세월에 바랜 가게 모습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내게는 아련한 향수가 느껴져 좋다. 엄청 위생적인 건 아니지만 딱히 비위생적인 모습도 없었으니 말이다.

 

오매불망 주방만 힐끔거리는 사이, 드디어 첫번째 메뉴인 탕수육이 나왔다.

 

 

 부먹이고 찍먹이고 싸울 필요없이 소스에 한번 볶아져 나온 옛날 스타일의 탕수육. 튀김옷이 찹쌀 반죽이라 엄청 쫄깃하고 부드럽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바삭한 탕수육을 좋아하지만, 방금 튀겨낸 고기를 새콤달콤한 소스에 볶아서 바로 먹는 이 맛을 누가 이긴단 말인가.

 

 

 탕수육을 내어주시곤 다시 잰걸음으로 주방에 들어가시더니, 이번엔 계란국과 사천밥이 나왔다. 중국집에서 밥류를 주문했을 때, 계란국이 나온 게 얼마만인지. 

 

거기다 국물과 건더기 가득 담아 사람당 하나씩 안겨주시니 더욱 좋다. 이 또한 바로 만드셨는지 엄청 뜨겁다, 그런데도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맛. 일주일 전에 먹은 술도 해장시킬 위력을 지녔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천밥의 자태. 분명 1인분을 주문했는데 말이죠, 왜인지 2인분이 나왔습니다.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넣은 사천소스와, 볶음밥의 목숨과도 같은 계란 후라이, 고슬고슬 잘 볶아진 밥까지. 

 

 

 그런데 당최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대구에서 중화비빔밥을 먹어보긴 했는데 나, 사천밥하곤 초면인가. 

 

일단 탐색전에 나서기 위해 소스없이 밥만 살짝 떠먹어 본다. 음, 그냥 이대로 밥만 먹어도 맛있겠는데. 소스에 비벼 먹을 걸 감안해 간이 삼삼하긴 하지만 아주 맛있게 볶아진 느낌.

 

 

 흔한 중국집에서 볶음밥이라 해 놓고 나오는 기름밥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느낌이라 단무지와 양파조차 필요가 없다.

 

소스 역시, 비주얼에 비해 무척이나 순한 맛.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래서인지 한입 먹을 때와 두입 먹을 때 맛이 다른 듯, 오묘한 어른의 맛이다.

 

 

 중화비빔밥처럼 자극적인 맛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먹다 보니 물리지 않아 좋고 느끼함도 전혀 없어 더욱 좋다.

 

원래 중국집에서 밥류를 주문하면 계란국이 나오던 것이 짬뽕국물로 바뀐 게, 점점 기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느끼함을 잡기 위해서라는데, 이 집의 밥과 국은 정반대의 경우인 셈이다.

 

 

 마치 코스요리처럼 하나씩 나온 상차림의 대미를 장식해 주는 것은 역시 짜장면. 그런데 이건 간짜장 아닌가?

 

탕수육과 마찬가지로 짜장도 소스를 즉석에서 볶아 나온다. 면발이 가늘어 소스가 잘 배고 방금 볶았으니 당연히 맛은 훌륭하다. 간짜장과 일반 짜장의 차이점이 너무도 궁금해지긴 하지만. 

 

 

 4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채 일흔이 넘으신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음식들은, 왠지 모르게 속이 편해지면서 그리운 맛이 났다.

 

 

 

 

 

 

▣ 찾아가는 방법 ▣

728x9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