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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그냥 식당

온천 후 즐기는 삼겹살, 송학숯불갈비

강마 2021. 12. 7. 16:14

 

 어느 온천 호텔이나 리조트가 그러하듯, 덕구온천도 울진 시내와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산속 깊은 곳이니 자연적으로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이겠지만은, 근처에 식당이나 마트가 없는 점은 숙박을 겸하는 이들에겐 참 곤란한 일이다.

 

 

 물론 호텔 내부에 편의점과 닭강정을 파는 몇 가지 가게들이 있긴 하지만, 물놀이가 끝난 후 더욱더 굶주린 나의 배를 그깟 간식이 채울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엇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온천 진입로 인근에 자그만한 식당들이 몇 개 있던 것이 생각나 깜깜한 거리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차를 가져가면 금방인 거리지만, 목욕을 마치고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 한잔을 포기할 수 없는 술꾼들인지라 뚜벅이를 자처하게 됐다.

 

그렇게 5분여를 내려왔을까 드디어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일에 방문했던 터라 모든 가게가 열진 않았지만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서 분위기를 살피니, 한우와 지리산 흑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 듯하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 저렴하다. 

 

아... 3인분 이상이 기본 주문이구나. 그럼 1인분이라고 표기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어쩌겠나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주문을 하고 나니, 상추를 비롯한 기본 상차림이 차려지기 시작한다. 가게가 펜션을 겸하고 있어서, 사장님도 이곳에서 거주를 하시는 듯 반찬들이 참으로 집 반찬스럽다.

 

아마도 직접 키우신 작물들인지 모양은 삐뚤빼뚤하지만 맛이 깊다고 해야 하나. 파절이도 아삭하면서 알싸한 맛이 살아있어 좋다. 

 

 

 원래 고기 먹을 땐 밥을 겸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반찬을 맛보고 나니 절로 밥부터 찾게 된다. 특히 푹 익은 무김치와 쌀밥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찌개나 조림에 넣어 졸여 먹으면 아주 그냥 막 엄청 맛있을 듯. 그 맛이 절로 상상돼 먹고 있으면서도 먹고 싶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지리산 흑돼지 오겹살. 고기가 엄청나게 두껍고 접시가 묵직할 정도로 무게감이 상당하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3인분을 시킨 탓에, 삐졌던 마음이 다소나마 풀어졌다. 빛깔도 좋고 누군가가 오겹살이 어떻게 생겼냐고 묻는다면 이 고기를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결이 뚜렷해 흐뭇하다.

 

 

 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부위나 무게로 장난을 치는 것보다는 질 좋은 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더 좋은 거라 위로를 하며, 온 정신을 집중해 고기를 구워 본다.

 

하긴 제주도에 가려져서 그렇지, 지리산 흑돼지도 그에 못지않게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몸값도 상당한 편이라 그렇게 비싼 것만도 아닌 건가.

 

 

 드디어 노릇노릇해진 고기를 집어 맛을 본다. 

 

껍데기까지 붙어 있는 오겹살이라 그런지 쫄깃한 식감이 말도 못 하게 좋다. 살코기도 일반 삼겹살에 비해 더 씹는 맛이 뛰어나고 비계가 많은 부위를 먹어도 전혀 느끼함이 없어 신기할 정도다.

 

 

 고기 잡내가 전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쌈장보다는 소금에 살짝 찍어 먹을 때 더 풍미가 산다는 건 고기 본연의 맛이 좋아서이지 않을까.

 

잘 구워진 마늘도 곁들이고, 예의상 쌈도 싸 먹고, 쌀밥에 올려 초밥처럼 먹은 후 무김치로 입가심을 해주면 그 많던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별도로 주문한 찌개도 재래식 된장을 사용해 전형적인 고깃집 된장찌개 맛은 아니지만, 곤드레가 들어가 있어 그런지 맛이 깔끔하고 깊어 좋다.

 

입맛이 점점 노화되고 있는지 자극적인 음식을 사랑하던 내게도, 요새는 이런 된장찌개가 더 입에 맞는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근 후, 지리산 흑돼지를 구워 먹고 나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던 날.

 

아무리 춥더라도, 이 맛에 겨울을 미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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