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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묵과 뜨끈한 수제비의 만남, 원조 할머니 묵집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탱글탱글한 묵과 뜨끈한 수제비의 만남, 원조 할머니 묵집

강마 2021. 11. 12. 11:25

 

 가을이다!! 싶더니 바로 겨울이 온 듯한 날씨에 괜스레 마음이 급하다. 나뭇잎이 하나라도 있을 때, 더 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쏘다니리라.

 

그래서 주말이면 퀘스트처럼 서울 근교를 다니고 있는 요즘, 이번엔 심학산으로 향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가까운 심학산은 200미터도 채 안 넘는 아담한 산이지만, 능선을 따라 걷는 둘레길 조성이 잘 되어있다.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부담은 없지만 풍경만은 험준한 산 못지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파주 아울렛과도 인접한 위치라서 둘레길> 식사> 쇼핑을 하기에도 좋은 코스.

 

 

 그래서인지 인근 식당들이 주말이면 손님들이 어마어마하단다. 일부러 아침도 굶고 둘레길을 돌아본 후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한 할머니 묵집.

 

가게 자체가 엄청 넓어 대기가 생겨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나의 위장 상태는 1분도 기다릴 수 없을 지경. 다행히 부지런을 떤 덕에 첫 손님으로 입장을 했다.

 

 

 가게 맞은편에 전용 주차장이 있는 점도 좋다. 가게 구조는 조금 특이하게 카운터가 있는 본관을 2개의 가건물이 둘러 쌓인 구조로 되어 있다.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고, 비닐 하우스같은 건물이 제대로 내 취향이라 마음에 든다.

 

 

 

 그리 멀리 나오지 않아도, 깊은 산 속에 있는 산장에서 밥을 먹는 듯한 분위기랄까. 꽤 오래 된 노포라고 들었는데 명성만큼 갖가지 방송에 많이 소개되기도 했고 말이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메뉴판 정독에 나선다. 식사메뉴부터 백숙, 닭볶음탕, 안주거리도 다양해 선택지가 많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닭다리를 뜯는 백숙도 당기지만, 닭요리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듯. 모르긴 몰라도 복날에는 백숙과 삼계탕을 먹으려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룰 포스다.

 

못 먹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다른 메뉴 중에 나의 최종 선택은, 도토리 묵무침과 도토리 들깨수제비. 

 

 

 들깨 수제비는 워낙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묵집이니 도토리 묵은 먹어봐야지 않겠나 싶어 나온 결과다.

 

주문을 마치고 앉아 있으니 후닥닥 차려지는 밑반찬. 별거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온 반찬 종류가 많다.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 이제는 고기보다 먹기 힘들어진 나물 위주의 반찬이라는 점도 좋다.

 

 

 전반적으로 간이 약해, 그냥 집어 먹기도 좋고 고추장만 있으면 비벼서 밥 한 그릇 뚝딱할 맛이다. 왠지 마트 출신이 아니라 텃밭 출신일 듯한 채소의 싱싱함도, 맛을 배가시키는 데 한 몫한다.

 

앞 주문이 없는지라 재빠르게 나온 도토리 묵무침도 푸릇푸릇 어여쁘다. 상에 놓자마자 고소한 깻가루와 들기름 향이, 미쳤다.

 

 

 얼른 젓가락을 집어, 맛을 본다. 나물 반찬처럼 간이 강하진 않은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아삭한 식감의 채소와 잘 어울리고, 탱글탱글한 묵이 모든 걸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특히 도토리묵이, 지인짜 맛있다. 젓가락질을 원체 못하는 나도 가뿐히 잡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지만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풀어지는 반전 매력까지.

 

 

 곧이어 도토리 들깨수제비도 등장한다. 2인분을 시킨지라 한그릇에 같이 나올 줄 알았는데, 커다란 그릇이 두 개가 나와 잠깐 당황했지만.

 

묵무침도 가격에 비해 양이 무척 넉넉했는데, 수제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이번에는 국물부터 한입. 고소한 들깨가루와 감칠맛 터지는 육수가 만나, 이건 누가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맛이다.

 

도토리가루로 반죽을 한 얇은 수제비도 한가득 들어있다. 마치 완탕처럼 입안으로 호로록 밀려들어가는 식감 덕에 별달리 씹을 필요조차 없이 훌훌 넘어가는 아이라, 탱글한 묵과는 참 다른 느낌이라 재밌다.

 

 

 이 가게 옆에 있는 어죽집도 유명한 곳이라 무척 고민을 했는데, 오늘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던 날.

 

호로록 넘김이 좋은 들깨수제비와, 말 그대로 깨가 쏟아지는 맛의 묵무침 덕에 심학산 둘레길에서의 힐링이 두배로 늘어나 기분이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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