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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나만 몰랐던 서촌 핫플, 체부동 잔치집 본문
가는 가을이 아쉬워 인왕산에 다녀왔다.
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고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산 중 하나.
나같은 경우는 독립문에서 출발해 경복궁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는데, 이유는 한 가지. 등산 후 먹을 음식 때문이다.
부쩍 찬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시원한 멸치육수를 이용해 진하게 끓여낸 멸치국수가 먹고 싶었다. 그러자 친구가 체부동 잔치집을 추천해 결정된 등산.
국수 한 그릇 먹자고 경복궁까지 오긴 아까우니 등산을 끼워 맞춘 셈이랄까.
그런데 이 집을 모른다고 하니 친구가 놀란다. 맛있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 메뉴도 다양해 서촌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나.
종로를 자주 가긴 하지만, 광화문 너머는 잘 다니지 않아 나에겐 낯선 동네 서촌. 솔직히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있는지도 몰랐다.
경복궁 역에서도 가깝고 근처에 관광 명소가 많아, 예전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던 거리라고 한다.
그렇게 미지의 대륙을 개척하는 심정으로 도착한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좁은 골목 사이로 빽빽하게 가게가 들어서 있고 티비에 나왔던 식당들도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이, 해산물 포차인 계단집과 체부동 잔치집이라고 하니,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에 도착은 했는데, 줄이 서 있다. 주말이긴 했지만 2시가 넘은 시간이라 당연히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인근 통인시장에도 분점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왕 온 김에 본점에서 먹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어떻게 할까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게가 커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리가 빨리 빠진다.
덕분에 오랜 기다림 없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가게 분위기는 전형적인 노포 느낌으로,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막걸리 한잔 걸치고 있을 분위기인데, 생각보다 젊은 친구들이 많다.
핫플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닌 모양. 그런데 난 분명 잔치국수 맛집으로 알고 왔는데 테이블마다 들깨 칼국수가 놓여 있다.
결국 잔치국수를 버리고 선택한 메뉴는, 칼국수보다는 먹기 편한 들깨 수제비와 제철을 맞은 굴전. 자리에 앉으면 종이를 하나씩 주는데 원하는 메뉴를 적어 제출(?)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기다리는 동안 자리마다 놓인 김치통에서 맛깔나 보이는 겉절이도 먹어본다. 본디 국숫집의 생명은 김치 아닌가.
매일 담그는 건지 아삭아삭하고 간이 딱 맞아 맛있다. 다른 메뉴 없이 겉절이만으로 막걸리 한통은 비울 듯.
음식이 들어가자 더욱더 배가 고파지고 있는데, 의외로 굴전이 빨리 나왔다. 노란 계란옷을 입혀 색감도 이쁘고 작은 굴을 여러 개씩 부쳐 굴 향이 더욱 진하게 나, 식욕을 자극한다.
얼른 먹어보니 역시 전은 막 부쳐 나온 전이 제일 맛있는 법. 사람에 따라서 비릿한 향이 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굴전의 묘미 아닌가. 겉을 바싹하게 익혔지만 속은 무지 부드럽다.
겉절이와도 잘 어울리고, 같이 나온 간장에 양파를 올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해물파전을 많이들 주문하는 것 같지만 먹어보니 굴전을 주문하길 잘한 듯.
그리고 뒤따라 나온 들깨 수제비. 들깨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안에 있는 수제비가 안 보일 지경이다. 잘 섞어 국물부터 먹어보니 묵직한 느낌이 좋다. 찬바람에 얼은 몸이 절로 녹아드는 기분.
반면에 수제비는 피를 엄청 얇게 뜯어, 후룩후룩 떠먹기 좋다. 국물은 진하고 수제비는 얇아 조합이 훌륭하다. 왜 테이블마다 주문을 했는지 절로 납득이 가는 맛. 국물이 진짜 남다르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많아 조금 정신없긴 했지만, 맛과 가격이 모든 걸 덮어주는 곳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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