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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불향에 술이 술술, 볏짚구이 이야기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국내 유명 맛집

은은한 불향에 술이 술술, 볏짚구이 이야기

강마 2021. 12. 14. 14:05

 

 포장마차 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인 꼼장어.

 

정식 명칭은 먹장어지만, 꼼장어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어서인지 먹장어를 먹장어라 부르지 못하는 해산물계의 홍길동 같은 존재이다.

 

 

 이름뿐 아니라, 모양새도 그리 이쁘다고는 할 수 없어 호불호도 강하게 갈린다. 

 

그 때문일까. 요즘 꼼장어를 파는 가게가 흔치 않아졌다. 꼼장어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슬픈 일이라, 항상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 호적 메이트가 본인 동네로 호출을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서울대입구역 근처 볏짚 산 꼼장어, 돌문어. 볏짚구이 이야기라는 긴 이름을 가진 한 가게.

 

원래는 다른 위치에 있다가 이전을 해 온 터라 새 가게처럼 깔끔하지만, 상당히 연륜 있는 노포라고 한다. 볏짚으로 초벌을 해서 불맛이 살아있는 게 특징이라고.

 

 

 첫 주문은 2인분 이상 가능하고 추가 시에만 1인분씩 시킬 수 있기에, 우리가 먹을 꼼장어는 양념과 소금 하나씩 주문을 하고 같이 간 조카님을 위해 갈매기살을 추가했다.

 

오랜만에 먹는 산 꼼장어도 좋지만, 밑반찬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나와 신이 난다.

 

 

 

 동치미 국수와 번데기탕, 이 두 가지 다 반찬으로 나오는 곳이 흔치 않은데 말이지. 심지어 맛도 좋으니 만족스러울 밖에.

 

그리고 곧, 화력 좋고 때깔 좋은 숯과 그보다 더 빛깔 고운 갈매기살이 나왔다. 꼼장어는 초벌을 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듯.

 

 

 연신 '꼬기, 꼬기'를 외치는 조카님을 위해 후다닥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고 굽는데, 풍겨오는 향이 아주 예술이다.

 

갈매기살의 신선도가 굉장히 좋아, 육즙이 살아 있고 허브솔트로 밑간을 약간 한 상태라 숯 위로 기름이 떨어지면서 나는 불향에 현기증이 난다.

 

 

 다행히 화력이 좋은 덕분에 빠르게 익어가는 갈매기살, 잘 익었나 확인차 한 개 먼저 맛을 보는데 저어엉말 맛있다.

 

씹을 때마다 육즙이 퐝퐝 터지고,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 굉장히 고급진 맛이라고 해야 할까. 저렴하고 퍽퍽한 갈매기살과 차원이 다르다. 뒤이어 꼼장어가 안 나왔으면 조카 꺼 다 뺏어 먹을 뻔.

 

 

 꼬맹이가 먹어 봤자 얼마나 먹겠나 싶어, 남기기만을 바라며 우리는 꼼장어로 허기를 채우기로 했다. 결국은 아가 혼자 1인분을 다 먹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거의 익혀 나오는 터라, 살짝만 데워 먹으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꼼장어.

 

 

 소금구이부터 먹어 보는데, 야도 탱글탱글 쫄깃쫄깃 아주 난리가 났다. 

 

양념구이도 간이 진하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살짝 매콤하다. 질척이는 양념이 아니라 더욱 꼼장어의 풍미를 살려주는 느낌이랄까.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마저 완벽해 부산 어느 바닷가 앞에서 먹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맛도 좋고 향도 좋으니 꼼장어 한 점에 술이 술술. 번데기와 국수로 또 한 번 술술 들어가게 만들어 주는 마성의 가게를 만난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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