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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명불허전, 명동교자 본점 본문
누군가 나에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을 묻는다면, 산타도 트리도 아닌 명동이다.
지금은 건물 곳곳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어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라떼만 해도 크리스마스나 연말에는 이유불문 성별불문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명동거리를 배회했었다.
명동 한복판에 있는 빨간색 자선냄비와, 형형색색의 조명과 장식으로 꾸며 놓은 빌딩들, 흥겨운 캐롤과 커다란 트리가 반겨주던 곳.
그리고 차가운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맛있는 냄새가 크리스마스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그런 명동에서 나의 최애 가게는, 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명동 칼국수다. (지금은 명동교자로 상호가 변경되었지만)
부모님을 따라 명동 성당에 오게 되면, 미사 시간에 착하게 앉아서 기다린 댓가로 주어진 상이라고나 할까. 칼국수보다는 돈가스를 더 좋아할 나이였던지라 처음엔 시큰둥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고기 국물로 만든 칼국수를, (아마도) 처음 먹어본 후 그 맛은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버렸다. 묵직한 국물과, 보드라운 만두, 호로록 넘어가는 면발, 듬뿍 들어간 고기 고명의 조합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으니까.
그 뒤로는 가족은 물론, 친구와도 가고 혼자서도 가고 한참을 열심히 먹다, 어느 순간 관광객들이 몰아닥치면서 잠시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문득 그때의 칼국수가 생각 나 도착한 명동.
당연히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던 거리는 의외로 북적인다. 신세계 백화점의 영향인가 최근 왔던 명동 중 가장 활기찬 모습.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명동교자 본점 앞으로 향했다.
다행히 점심시간 전이라 대기는 없다. (물론 내가 먹고 나올 때 쯤엔 줄이 엄청 길었다.)
이곳은 선불이라 주문과 계산이 한꺼번에 이뤄지고, 1인 1 메뉴 주문 시 칼국수의 면사리, 육수, 밥이 무료로 리필된다. 가격은 칼국수 기준 9천 원이지만 리필이 되는 걸 감안하면 가성비마저 좋은 곳.
그렇기 때문에 난 항상 비빔과 칼국수를 하나씩 시켜 골고루 맛을 본다. 주문을 하고 나니 곧 푸짐한 음식이 나왔다. 명동교자의 상징과도 같은 마늘김치는 개인 접시에 각자 나와 더욱 좋다.
볶은 양파를 넣어 불맛이 나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찐득하고 묵직한 국물부터 호록. 역시 명동교자스럽다.
30년 가까이 방문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맛. 닭 육수를 사용해서인지 칼국수보다는 중국집의 울면과 비슷한 식감과 맛이랄까. 거기다 알싸한 김치까지 곁들이면 게임 끝이다.
반면 비빔국수는 칼국수보단, 비빔냉면에 가까운 느낌이다. 매콤한 소스와 쫄깃한 면발의 감칠맛 최강자. 국물에 밥을 말기 보단 이 소스에 밥을 비벼 육수와 함께 먹는 게 나만의 방식이다.
만두와 김치는 포장이 가능하니 만두 포장은 필수다. 집에 가면 못 먹고 온 만두와 중독성 강한 김치가 계속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때 그 시절의 명동으로 날 데려가 주게 만든 최강의 맛집. 줄이 길어도 가게가 워낙 커서 금방 빠지는 편이니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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