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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삼겹살의 은둔고수가 있는 곳, 삼겹&치즈 수작 본문
지속되는 방역정책의 강화로, 퇴근 후 한잔이라도 할라치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외식 같은 거 안 하고 일과가 끝난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 얌전히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식도락을 즐기는 애주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
속상한 마음이야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더 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름의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게임을 하듯 제한된 시간 내에, 양껏 놀아야 한다는 쓸데없는 의무감이 생긴달까. 그래서 요새 외식을 하게 될 때면 가장 신경 쓰는 게 식당 선택이다.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2차는 꿈도 못 꾸니 밥과 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메인 메뉴 이외에도 안주를 할 만한 사이드 메뉴가 존재해야 한다.
당연히 맛도 있어야 하니, 조건을 충족시키는 가게가 생각보다 많진 않더라.
똑같은 가게만 주구장창 갈 순 없으니, 새로운 식당도 찾아야 하지만 모험하기 싫은 마음도 크니 말이다.
해서 요즘은 지인들의 추천을 받거나 사전에 철저히 알아보는 방식으로 식당을 정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곳은 천호 로데오거리에 있는 고깃집, 삼겹&치즈 수작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나보다 더한 육식주의자가 예전부터 강력 추천한 집. 추울 때를 제외하곤 야외테이블이 깔리는 곳이라 날씨가 좀 풀리면 가고 싶었는데 쟁여 둔 식당이 똑 떨어지는 바람에 선택하게 됐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분위기는 합격. 무조건 합격. 캠핑을 온 것 같기도 하고 포장마차 느낌도 있어, 야외 테이블이 열리길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모퉁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피니 고기말이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쭤보니 통치즈를 얇은 삼겹살에 말아 나오는, 말 그대로 치즈를 먹기 위해 고기를 시키는 느낌이랄까.
본래 삼겹살에 구워먹는 치즈를 추가하려 했는데,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해 고기말이와 삼겹살 하나씩, 계란찜+꽃게 된장찌개 세트를 주문했다.
주물팬과 같은 두꺼운 철판을 달군 후 삼겹살과 각종 야채를 먼저 구워주는데, 캬아 고기자체에서 빛이 난다.
두께가 어찌나 두꺼운지, 설핏 보면 스테이크인줄. 굽기보다 자르기가 까다로울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사장님이 초벌과 자르기까지는 직접 해주신다.
조각 난 삼겹살에도 소고기마냥 마블링이 블링블링해 흐뭇하다. 열전도율이 좋은지 판이 달아오르고 나니, 생각보다 고기도 빨리 익는다.
히말라야 소금을 살짝 찍어 먹어보니 고기 질이 좋다는 게 바로 느껴진다.
상추같은 쌈류가 나오지 않아 서운했는데, 과장해서 말하면 쌈장과 상추로 고기를 감추기엔 아까운 맛이다. 살코기는 물론이고 비계까지 고소해서 최소한의 양념으로 먹는 게 가장 어울리는 아이.
그렇게 순식간에 삼겹살을 해치우고 고기말이를 구울 차례. 양념이 발려 있고 고기가 얇아 치즈가 말랑해질 때까지 구우려면 불 조절이 생명이다.
심혈을 기울여 구운 후 맛을 보니, 고기는 거들 뿐. 치즈가 진짜진짜 맛있다. 소스에서부터 고기, 치즈까지 전부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는 게 확실하다.
치즈쟁이들은 안다. 치즈라고 다 같은 치즈가 아니라는 것을. 고급진 치즈가 고기를 만나 달짝지근한 소스와 어우러지니 무조건 성공적.
배는 부르지만 밀가루는 포기할 수 없어 고민 끝에 추가한 꽃게라면의 국물까지 핥고 나니 딱 아홉 시 5분 전이다.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술과 음식을 섭렵하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모든 식당 사장님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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