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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남영동 스테이크 골목, 털보집 본문
아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부대찌개의 탄생비화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상주하게 되면서, 군대 보급품이 시중에 흘러나와 만들어진 음식. 그래서인지 원조 부대찌개 집들은 대부분 의정부, 송탄, 용산 등지에 있는 미군부대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각 지역마다 부대찌개+α 가 있다는 점.
의정부에는 부대볶음이, 송탄에는 햄버거가, 그리고 남영동은 부대찌개가 후식이라 할 정도로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기억 안 날 정도로 아득한 옛날에 부모님과 와봤던, 남영동 스테이크 골목을 다녀왔다.
남영동 먹자골목 뒷쪽으로 대여섯 개의 가게들이 줄 지어 있는데, 파는 메뉴는 스테이크, 부대전골로 동일하나 가격이나 스테이크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집을 나설 때부터 남영동에 오고자 한 것은 아니었기에 휴무일을 확인하지 못한 채로 도착했다.
아무래도 직장인 상권이라 일요일은 쉬는 곳이 많은 듯. 대부분의 가게가 빨간색 글자로 금일 휴무라고 적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 하나씩 확인을 하는데, 한군데 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 아마도, 스테이크 골목 내에 있는 가게들이 순번을 정해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가 보다.
후다닥 달려가 들어간 곳은 털보집. 긴 역사를 자랑하는 남영동에서도 터줏대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물론 모든 가게들 간판에 원조라고 적혀 있긴 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버터에 구운 고기 냄새가 가게 자체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느낌이라 좋다.
메뉴는 부대전골과 스테이크 두가지만 있는 점 또한 좋다. 스테이크 작은 사이즈로 주문을 하고 나면 일사천리로 차려지는 상. 처음 와 본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울 법한 밑반찬이 깔린다.
가늘게 채 친 양배추와 케챱, 메추리알 장조림, 마늘장아찌, 깍두기와 오뎅 볶음, 고춧가루 팍팍 들어간 부추무침까지.
반찬만 봤을 땐 백반집을 연상케 한다. 물론 스테이크도 우리가 아는 그 스테이크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
소고기와 소시지, 베이컨, 야채 등을 버터에 구운 다음 마트에서 파는 스테이크 소스에 볶아 나오는 형태.
난 이게 스테이크라 믿고 살았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스테이크를 처음 보고는 어찌나 놀랐던지. 하긴 스테이크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를 굽거나 튀긴 음식이니 누가 옳다고는 할 수 없을 터다.
모양이 어찌됐든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알맞게 익은 고기를 겨자 소스에 살짝 찍어만 먹어도 맛있고, 양배추와 부추를 반반 섞어 고기에 올려 먹으면 느끼함도 싹 잡아 준다.
소스 하나까지도 전 상품 미국산을 쓴다고 한다는데, 실제로 소시지와 베이컨도 찐 미국 맛이 나서 맛있다.
같은 소시지라도 나라에 따라, 제조사에 따라 맛이 완전 다르니 말이다. 국산에 비해 더 기름진 베이컨과 육즙 팡팡 터지는 소시지의 맛. 그 육즙과 기름을 머금은 가지, 양파, 버섯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살짝 느끼할 때쯤이면 깍두기와 마늘 장아찌로 입가심을 해주거나 부대전골을 추가해 주면 완벽한 코스요리가 된다.
옛 적 그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스테이크를 먹고, 묘한 안도감을 느낀 날.
이 맛에 노포를 찾게 된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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