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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명절처럼, 마포전골목 할머니빈대떡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매일을 명절처럼, 마포전골목 할머니빈대떡

강마 2022. 1. 27. 11:05

 

 아직 2002년이라는 연도가 익숙한 나의 사정과 관계없이, 어김없이 2022년 설날이 다가왔다.

 

뭐니 뭐니 해도 설날 하면 떠오르는 건 세뱃돈과 설음식들이 아닐까. 예전에는 세뱃돈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뜯기는 입장이라는 게 다른 점이지만.

 

 

 그리고 애증의 음식들. 먹을 땐 맛있고 좋지만 그 음식들에는 누군가의 노동력이 갈려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 터다.

 

지금이야 차례나 제사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지낸다 하더라도 기성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급식이던 시절까지만 해도 집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꼬맹이들을 제외하곤 모두 한 가지씩 일을 맡아서 했는데, 내게 주로 맡겨졌던 임무는 전 부치기.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산더미 같은 전을 부치고 나면 온 몸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싫었지만, 막 구워낸 전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행복하기도 했다. 그 행복을 위해 일부러 전을 망치는 수작도 부렸지만.

 

 

 그래서인지 예나 지금이나 전은, 종류를 불문하고 내가 사랑하는 설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 덕분에 명절같지도 않은 명절을 몇 번 보내다 보니, 모듬전이 왜 이렇게 먹고 싶은지. 혼자 해 먹기엔 감당이 되질 않고 마트에서 사 온 전들은 맛이 없다.

 

 

 

 그런 나를 위해 친구가 데려간 곳은 마포 전골목. 족발 골목과 더불어 공덕시장의 상징 같은 곳이다.

 

집에서 거리가 멀어, 궁시렁대며 도착한 공덕역. 전 골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모형처럼 쌓여있는 각양각색의 전들을 보니 마음이 싸악 풀린다.

 

 

 원래 몇개의 가게들이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입구에 있는 두 곳만 문을 연 상태. 맛은 큰 차이 없을 듯해, 왼쪽에 있는 전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서 1주일 동안 갇혀 있어도 먹을 걱정은 없을 법한 다양한 메뉴들이 있어 순간 정신이 흐려진다. 전을 먹으러 왔으니 전을 먹자고 나대는 심장을 진정시켜도 자꾸 눈에 밟히는 모듬 튀김.

 

 

 꼬들꼬들하게 끓여 낸 라면에 튀김의 조합. 생각만 해도 옆에 쌓이는 술병이 연상된다. 가격은 소짜 기준으로 둘 다 만 오천 원. 

 

고민 끝에 모듬 튀김과 라면으로 주문을 하기로 했다. 기본으로 나온 도토리 묵과 무말랭이 무침을 몇 개 먹고 있으니 금세 음식이 나온다.

 

 

 자르기 전, 어떤 튀김 일지 추측을 해 가며 골라먹는 재미도 있지만, 두 번 튀겨 내 바삭하고 기름지지 않아 더욱 좋다.

 

오동통한 오징어 튀김이나 김말이, 새우 튀김같은 고전부터, 치즈를 넣은 떡치즈 튀김도 보이고 요새 보기 힘든 야채튀김, 고추 튀김 등, 종류가 다양한 덕에 물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거기에 라면 한 젓가락, 김치를 얹어 호로록 먹은 다음 라면 국물로 마무리하면, 여느 종갓집 상차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

 

그렇게 지속적 흡입을 하다보니, 숙명과도 같이 술병이 주르륵 쌓이기 시작한다. 튀김도 몇 개 남지 않고 배도 부르지만 딱 한 병이 아쉽달까.

 

 

 망설이는 우리에게 사장님이 스윽 다가오더니, 소주 한병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앱을 알려 주신다.

 

꽁술로 기분좋게 마무리 한 날. 복작복작한 명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설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고향 같은 가게를 만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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