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삼겹살의 시조새, 육전식당 본점

 

 미쳐버린 물가에 외식이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집에서 먹기 어려운 메뉴들 위주로만 외식을 하고, 비교적 간단한 음식은 집에서 해 먹게 된다.

 

 

 최근 제일 자주 먹는 음식은 삼겹살. 고기만 사온 후 상추와 쌈장, 마늘, 고추만 있으면 바로 먹을 수 있어 준비시간도 짧은 데다가 별 다른 노력 없이도 맛이 보장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나름 고기 좀 굽는다는 부심이 있는 나로서는, 대부분의 자리에서 굽기 담당을 자처했는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어느 날 문득, 나도 남이 구워 준 고기가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또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돈이 무척 아까워진다.

 

삼겹살 한 근에 2만원 정도면 집에서 배가 터지게 먹는데, 가게에서는 두 명이 가도 술 한잔 마시고 냉면이라도 먹을라치면 5,6만 원 뚝딱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집에서 먹는 삼겹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무지 맛있는 비싼 삼겹살을 먹자!라는 요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돼지고기 마니아라면 들어봤음직한 서울의 유명 고기집 세 군데, 숙대입구의 남영돈, 약수의 금돼지 식당, 신설동의 육전식당 중 내가 선택한 곳은 육전식당.

 

 

 세 군데 모두 맛 없다고 한 사람을 보지 못할 만큼 맛은 보장이 되지만, 그 유명세만큼이나 웨이팅이 어마어마한데, 육전식당은 본점 인근에 지점이 있어 그나마 대기가 짧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식당에 비해 브레이크 타임도 짧아 3시~4시대만 피하면 된다. 주차장도 가게 앞과 옆 건물에 있어 주차가 용이한 점도 장점 중 하나.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하니, 3시 30분. 너무 일찍 와 버렸다.

 

 

 하지만 바로 옆에 풍물시장이 있기 때문에 한바퀴 구경하고 그나마도 시간이 남는다면 식당 2층에 고객 대기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서 기다리면 된다.

 

4시가 되어 1층에 내려가니 나와 같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포함해 금세 가게가 꽉 찬다.

 

 

 가게 명성에 비해서는 좌석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직원수는 많은 편이라 접수도 빠르고 지체되는 주문없이 착착 진행되는 느낌이다.

 

미리 세팅되어 있던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비싸긴 비싸다. 150그람에 16,000원이면 거의 한우 수준 아닌가.

 

 

 삼겹살도 목살도, 한정 판매되는 항정살도 하나같이 맛있다고 들어 고민이 된다. 첫 주문시에는 한 종류로 2인분 이상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해 우선 삼겹살 2인분과 동치미 국수를 주문하기로 했다.

 

 

 잠시 후 고기가 나오고, 불판 상태를 확인한 뒤 고기가 올려진다. 듣기로는 이 곳에서 고기를 구우려면 몇 개월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직원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두꺼운 고기라 굽기도 어려울 텐데, 이제 뒤집어야 하지 않나? 싶을 때쯤이면 나타나 순식간에 고기가 해체되고 구워진다.

 

 

 드디어 받아 든 삼겹살을 고추냉이에 올려 맛을 보는데, 어이쿠 맛있구만. 씹을 때마다 육즙이 흐르고 비계도 엄청 고소하다. 

 

고추냉이마저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갈은 거라, 맵기는 커녕 달고 풍미가 좋아 삼겹살과 무척 잘 어울린다.

 

 

 어느 종가집에서 담근 듯한 깊은 맛이 인상적인 동치미 국수도, 면발이 두툼해 씹는 맛이 좋고 무엇보다 국물이 정말 맛있다. 말 그대로 비싼 값을 하는 맛. 

 

밑반찬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배는 부르지만, 온 김에 목살도 먹어보고 싶어 추가로 1인분만 주문을 했다.

 

 

 센 불에 육즙이 갇히게끔 구운 목살도, 구이가 아니라 스테이크를 먹는 느낌이 들만큼 촉촉하고 맛이 좋다.

 

음식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좋고, 맛도 훌륭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던 곳. 과연 유명한 집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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