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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오리를 먹으러 갔더니 한정식이?! 신도안오리 본문
계룡에 도착해서 아침 먹고, 등산도 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녔더니 몸이 허하다.
낮에는 기온이 제법 올라간다 하더라도 뼛속까지 찬기운이 스며든 기분이랄까.
이럴 때는 반드시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는 가훈에 따라, 저녁 먹을 장소를 탐색하기로 했다.
계룡은 초행길인지라 친구에게 주변 식당을 많이 소개받기는 했는데, 대부분 차로 이동을 해야 하는 거리에 있다.
고기를 먹으면서 반주를 포기할 수는 없기에, 차는 숙소에 두고 도보로 이동가능한 곳을 찾는데 마침 근처에 계룡시청이 있다.
경험상 관공서 인근에 있는 식당들은 실패할 확률이 적은 걸 알기에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리가 많이 썰렁하다. 주말에는 문을 닫는 식당도 많은 분위기.
어둑해지는 거리만큼 배도 고파져 오고, 대충 들어가자 싶어 카카오 맵으로 인근 식당을 검색해 그나마 평점 높은 곳으로 골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몇 개의 식당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신도안 오리.
계룡시청 공식 블로그에서도 봤던 곳이기도 했고 평이 제법 괜찮아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길래 1층에 있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4층에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한층을 통으로 사용해 무척 넓고 놀이방에서부터 단체 고객을 위한 룸도 꽤 많은 듯.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좋다.
왜인지 군부대에서도 그렇고 시청에서도 회식을 할 때 많이 찾을 듯한 분위기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부터 살피니, 메뉴가 다양도 하여라. 역시 회식용 식당이 맞는 듯. 주물럭을 먹을까 로스를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둘이서는 양이 많으니 코스요리로 먹으라고 권해주신다.
오, 가격도 마음에 들고 한상 가득 차려놓고 먹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라 훈제와 주물럭이 모두 나오는 코스정식으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곧 상이 차려지는데, 반찬 가짓수가 무척 많다.
오롯이 남의 평가에만 의지해 온 곳이라, 맛이 없을까 걱정이 됐는데 기우였던 모양. 차려진 모양새나 구성이 한정식집 못지 않게 훌륭하다.
겉절이는 바로 무쳐나와 싱싱하고 늙은 호박으로 부쳐낸 전도 따뜻해 좋다.
주물럭에 불을 당기고, 훈제오리와 반찬으로 만찬을 시작하는 동안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도 나오고, 영양밥을 품고 있는 단호박도 나온다.
이 정도면 한정식을 먹으러 와서 반찬으로 오리고기가 나오는 수준이랄까.
생각했던 것보다 고기양이 많지는 않지만, 곁들일 음식이 많아 아쉽진 않다.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를 비롯해 시금치, 미역줄기, 마늘종 같은 나물들도 하나같이 맛이 좋고 샐러드나 겉절이도 싱싱해서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듯한 상차림이다.
많은 오리 주물럭을 먹어봤지만 야채와 함께 볶아 먹는 건 처음인데, 이 또한 색다르다. 오리보다는 간장 불백에 가까운 느낌이라 오히려 호불호가 없을 맛이다.
쫀쫀한 영양밥은 그냥 먹는 것보다 젓갈이나 겉절이에 올려 먹으면 더 맛이 좋고, 마지막에 나온 수제비는 도토리로 반죽을 해 식감이 뛰어나다.
둘이서 3만 원으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던 곳.
전체적인 구성과 가격, 맛 모두 만족했던 계룡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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