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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도시여행
떡볶이는 항상 옳다, 복희 본문
쌀떡, 밀떡, 엽떡, 기름떡볶이, 짜장떡볶이 등 수많은 떡볶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즉석 떡볶이다.
언젠가는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심정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떡볶이 지도를 만드는 게 작은 소망 중 하나일 정도.
그런데 난 떡을 좋아하진 않는다.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떡을 안 좋아한다는 게 무슨 개소리냐 싶지만, 의외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 떡보다는, 다양한 사리로 변주를 줄 수 있는 즉떡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즉떡 불모지에 사는 처지라, 즉떡이 먹고 싶을 땐 항상 어디론가 원정을 떠나야 한다.
눈발이 휘날리던 날. 휴일을 맞아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에게 호출이 왔다. 우리 동네에서 떡볶이 먹고 갈래?
설레는 마음으로 향한 곳은 샤로수길 작은 골목에 있는 즉석 떡볶이 전문점 '복희'. 깜찍한 이름도 이름이지만, 젊은이(?)들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간판이나 소품도 굉장히 세련됐다.
테이블이 5개인데,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도 생기는지 밖에 대기 명단도 마련되어 있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일부러 애매한 시간에 갔더니 다행히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기본만 주문해도 쫄면, 라면 사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좋다.
떡볶이 2인분과 포기 할 수 없는 계란은 1인당 하나씩 주문을 하고 뭔가 허전한 마음에 메뉴판을 보니, 술도 판다!
어느 유명 방송인의 명언처럼, 낮술 is not 술 아니던가. 눈 오는 날 즉떡을 먹으며 즐기는 반주라니, 쉬는 날의 행복이 배가 되는 기분이다.
떡볶이의 단짝인 단무지도 종잇장처럼 얇은 스타일이라 더 마음에 든다. 얇은 게 두꺼운 것보다 더 개운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묘하게 중국집 냄새가 났는데, 곧 나온 떡볶이를 보니 이해가 된다.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 떡볶이 소스.
짜장과 고추장을 적절히 섞어 숙성을 시켰는지, 소스만 봐도 먹음직스럽다. 빨리 끓기 만을 기도하며 떡볶이 사용 설명서를 숙지하고 있으니 보글보글,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자판기에 손을 집어 넣고 있는 한국인답게, 기포가 올라오자마자 국물부터 맛을 보는데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짜장 떡볶이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짜장맛이 강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그 맛이 나면서도 튀지 않는다 해야 하나.
짜장향은 나는데 소스가 매콤한 편이라 느끼함이 전혀 없어 좋다. 마치 짜파구리를 셰프가 끓여주면 이런 맛이 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소스가 묽어 금세 재료 사이사이 양념이 배어들어 많이 끓이지 않아도 감칠맛이 폭발한다.
즉석 떡볶이에는 쌀떡보단 밀떡, 두꺼운 것보다는 얇은 오뎅, 야채는 양배추 필수, 라면과 쫄면사리 반반씩 넣는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점도 마음에 든다.
오늘 처음 봤지만, 사장님에게 내적 친밀감까지 생길 태세다.
양념이 진하게 배도록 국물 속에 뭍어 놨던 계란도 꺼내, 팍팍 부셔 국물과 함께 떠먹으니 극락이구나.
계란 이외에는 추가한 게 없음에도 두명이서 배가 불러 남길 정도로 양도 넉넉하다. 이 맛있는 양념에 볶음밥을 못 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쉬는 날이어서인지 그마저도 아니면 낮술을 마셔서 그랬는지 즉석 떡볶이를 무척이나 맛있게 먹은 날이었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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