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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랍스타셋트, 고급일식집 뺨치는 동네 횟집 홍매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가성비 좋은 랍스타셋트, 고급일식집 뺨치는 동네 횟집 홍매

강마 2020. 3. 27. 10:38

 

 암사역에서 선사현대 아파트쪽으로 들어오면 자그맣게 먹자골목이 형성돼있다.

 

 항상 바뀌는 가게도 있고 십수년간 자리를 지키는 노포들도 있는데 그중 홍매는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식당이다.

 

 테이블 대여섯개 남짓 되는 가게가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항상 손님이 많아 언젠간 꼭 가봐야지 싶었으나 번번이 예약이 가득 차 있어 삼고초려 끝에 방문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예약없이 먹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어 매번 전화로 예약하고 가긴 하지만, 처음 방문했을 땐 얼마나 맛있길래 이리 까다롭나 싶어 살짝 마음이 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음식을 먹어본 후 나 역시 이 가게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사실 나는 회<<<<<<<<<고기이고 횟집에 가도 회보다는 일명 스끼다시라고 하는 튀김이나 매운탕 같은 잿밥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회 위주로 나오는 저렴한 횟집은 기본 안주가 제공되질 않으니 나에겐 큰 매력이 없고, 고급 일식집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자주 방문하질 못하는데 홍매는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메뉴판에 뭔가 많이 적혀있긴 하지만 구성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모듬회가 있고  랍스타가 있는데 세트메뉴는 랍스타가 기본이고 회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가장 비싼 홍매스페셜은 초밥과 장어, 랍스타, 모듬회(大) 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보통 두세명이 방문하면 모듬회 (小) 로 주문해도 기본구성이 탄탄하여 결코 양이 부족하지 않은데 이 날은 다섯명이 방문하게 되어 랍스타와 모듬회 (小) 가 함께 나오는 D셋트로 주문했다.

 

 일식집의 정석답게 첫번째는 죽이 제공된다.

 

 가게 앞 수족관에 항상 싱싱한 전복이 뛰놀고 있어 대부분 전복내장죽이 나온다.

 

 짜지 않고 내장이 듬뿍 들어있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어린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실제로 이때 20개월이 갓 넘은 조카와 함께 방문했는데 두 그릇을 혼자 먹어치웠다.)

 

 

 

 입 맛을 양껏 돋아 준 죽을 다 먹으면 곧이어 해물류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기본 구성은 거의 동일한데, 유독 해산물 종류는 철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할때마다 오늘은 뭐가 나올까 맞추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이 날은 산낙지와 해삼이 나왔다. 이 또한 주문과 동시에 수족관에서 꺼내어 손질해주기 때문에 그 싱싱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해삼의 오독함에 소주 한잔, 쫄깃한 산낙지를 기름장에 찍어 또 한잔 벌써 초록병 하나가 비워진다.

 

 

 

 국물이 아쉬울때쯤 큰 사발에 조개탕이 푸짐하게 나온다.

 

 가리비도 아낌없이 통째로 넉넉히 넣어주고 백합조개, 바지락등 다양한 조개육수와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어우러져 해장에 제격이다.

 

 큼지막한 조개알을 까먹고 간간히 딸려 올라오는 우동면도 건져먹다보면 배가 제법 차지만, 여기까지 모두 시작에 불과하다.

 

 

 

 조개탕까지가 전채메뉴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메인 메뉴와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홍매는 사장님 부부 두분이서 운영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각 메뉴가 나오는 시간차가 조금씩 걸릴 수 있으니 초반에 속도조절을 잘해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숨고르기 시간이 주어진 후 세트메뉴의 첫번째 주인공 모듬회가 나온다.

 

 모듬회도 날에 따라 구성이 조금씩 바뀐다. 참치회가 나올 때도 있고 연어가 놓일 때도 있다. 이날은 도미와 농어가 좋았는지 두가지 회와 백김치가 함께 나왔다.

 

 도미는 일본어로 마스까와라 불리는, 껍질이 붙어있는 형태로 나와 맛을 물론 식감 또한 풍부하다. 담백한 생선맛에, 껍질의 오독함이 더해져 회를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내가 선호하는 몇 안 되는 부위 중 하나이다.

 

 농어도 잘 숙성되어 쫄깃하고, 고추냉이 조금 올린 후 백김치와 함께 싸먹으면 회가 아닌 또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물릴 틈이 없다.

 

 

 

 음식을 내어주시는 것도 잘 살펴봤다가 다음 요리가 필요할때쯤 알맞게 딱딱 나오는 걸 보면 역시 식당은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역시나 회가 바닥을 보일 때쯤 랍스타 버터구이가 먹기 좋게 손질되어 나온다.  어린 조카를 제외하고 어른이 4명이었기에 전복과 새우도 사이좋게 4마리씩 올려주셨다.

 

 버터가 충분히 들어가있어 랍스타에 고소함이 더해지고 육질이 한없이 부드럽다. 전복도 숟가락으로 잘릴 만큼 촉촉하고 질김이 전혀 없어 비싼 전복 전문점에 비해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랍스타의 육수(?)와 버터가 잘 어우러진 국물은 그냥 떠먹어도 될 만큼 해산물의 맛이 잘 농축되어있어 밥 한공기 비비고 싶은 충동이 든다. 

 

 랍스타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비싸게 팔기도 하고 손질이 귀찮아 잘 먹게되질 않는데 부위별로 다 잘라져나오니 먹기도 편해 이 가격에 이 구성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랍스타까지 다 먹고 나면 커다란 갈비가 한토막 나오는데, 이 아이의 정체는 참치이다.

 

 참치 갈비쪽 부위를 바싹 구워 나오는 참치갈비구이는 모듬회만 먹을때는 나오지 않는 안주 중 하나이다.

 

 겉으로 봐서는 생선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숯불향이 강하게 나고 심지어 맛도 고기맛이 난다. 흔히 접하지 못한 메뉴라 더욱 매력적이기도 하다. 

 

 

 

 

뒤이어 내가 애정하는 콘치즈와 은행, 마늘 철판구이가 함께 나온다.

 

 치즈와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있지만 질척거리지 않고 고소한 콘치즈와, 은행, 통마늘을 뜨거운 철판에 잘 구워 배가 불러도 끝없이 들어가는 마성의 음식까지 먹고 나면 기나긴 코스의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무리는 대망의 새우튀김.

 

 일식집 튀김이 레시피로 인터넷에 떠돌 만큼, 어려운 튀김 방식 중 하나인데 이 또한 튀김 전문점에 버금가게 맛이 좋다.

 

 냉동이 아닌 생새우로 솜씨좋게 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 나오고 소면까지 눈꽃가루를 씌운 듯 예쁘게 튀겨 나와 사장님의 솜씨를 짐작할 수 있는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먹어댔음에도 칼칼한 매운탕을 놓칠수는 없다. 

 

 매운탕도 섭섭치 않게 커다란 냄비에 수제비, 잡뼈, 콩나물까지 몽땅 들어가 있어 시원함이 일품이다.

 

 흔히 고급일식집에 가면 일인당 삼사 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심지어 그런 곳은 소주도 비싸다) 구성은 그저 그런 곳들이 많은데 홍매는, 어느 것 하나 빠지면 서운할 정도로 알찬 구성에 맛, 가성비까지 모두 갖춘 집이다.

 

내가 생각하는 암사동 최고의 맛집.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이리라.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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