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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많아질까봐 아무도 안올려주는 성수동 숨어있는 맛집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손님 많아질까봐 아무도 안올려주는 성수동 숨어있는 맛집

강마 2020. 4. 3. 08:47

 

 

 음식에도 유행이 있듯 장소에도 유행이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엔 명동에서부터 압구정, 강남역 일대가 대표 번화가였다고 한다면 이태원을 넘어 건대를 지나 지금은 성수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곳이 아닐까 싶다.

 

 유행의 모습도 제각기 달라 예전에는 크고 화려한 대로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나만 알고 있을 법한, 좁은 골목길에 숨어져 있는 골목 상권이 대세인 점 또한 흥미롭다.

 

 

 특히나 성수는 예전에는 공장이 주를 이루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의 브룩클린이라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유명한 블루보틀이 한국에 1호점을 낼 장소로 선택을 한 곳이기도 하니 말이다. 

 

 골목마다 특색있는 가게들도 많고 실험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곳들 또한 많아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맛집이 즐비해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거리 중 하나이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그래서 오늘은 대세 동네 성수에 정말 꽁꽁 숨겨져 있는 가게를 찾아 나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성수역에서 한강방면으로 도보로 10여분 걸어 올라오면 있는 뚝도시장안에 있는 청수먹거리가 오늘의 숨은 맛집이다.

 

 사실 이 가게는 여러개의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봐도 후기가 정말 딱 1개가 있었고 구글 지도에는 검색조차 되지 않아 없어졌을 각오를 하고 찾아 나선 곳이었다.

 

 뚝도시장에 도착하여 두리번거리니 왁자지껄한 술집 분위기가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가게가 하나 있다.

 

간판에 적힌 이름 [청수 먹거리]

 

 새로운 대륙이라도 발견한듯 기쁜 마음에 가게에 입장을 했으나 이런 만석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꼭 먹고 가겠다는 의지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보기 위해 가게 안을 두리번거려도 사장님이 안 계신다.

 

 어쩔 수 없이 주방까지 들어가 말을 걸려는 순간,  맛있게 술을 먹고 있는 손님들 사이에 한분이 일어나시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손님을 가장한 사장님이 약간의 음주를 즐기고 계셨던 모양이다.

 

 인원을 확인한 후 주위를 둘러본 후 오래는 안 걸릴 거 같다며 위로(?)를 해주신다.

내부가 좁아 밖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다른 자리에 계시던 손님들이 다 먹었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해주신다.

 

덕분에 오랜 기다림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재밌었던 건 우리를 제외한 모든 손님이 오랜 단골인지 서로 일면식이 있는 분위기였는데 , 우리가 가게로 들어선 순간 외국인을 보듯 신기해하셨다는 점이다.

 

 '너희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라는 느낌? 뭔가 뿌듯하면서 외국 현지인들만 찾는 식당에 들어선 기분으로 메뉴를 주문했다.

 

 

 메뉴는 말 그대로 없을 거 빼고 다 있다.

 

 나중에 여쭤보니 기성 메뉴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제철 식재료나 그날 물이 좋은 재료가 있으면 추가하기도 해서 메뉴판이 크게 의미가 없단다.

 

 그만큼 요리에 자부심이 있으신 듯 보였고 주위에 놓여진 음식들도 하나같이 맛나보여 어떤걸 시킬지 한참을 고민했다.

 

 남기더라도 2가지 메뉴는 먹어보고 싶어서 부담없는 계란말이와 사장님의 음식 솜씨를 맛볼 수 있는 조기매운탕으로 선택했다.

 

 

 곧 밑반찬이 나오고 하나씩 맛을 보니 이 집 찐이다. 

 

 술집에서 나오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냉이무침을 선두로 더덕무침, 미역줄기볶음, 잘 익은 무김치, 멸치고추조림까지 아름답게 펼쳐진다.

 

 냉이무침은 사장님이 직접 캐온 냉이라 싱싱하고,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 없을 정도로 양념이 훌륭하다. 불호 반찬 최고봉이라는 미역줄기볶음도 비릿한 맛 없이 고소하고 더덕무침은, 부드럽고 향긋해 도라지라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 김치야 말해 뭐하겠는가.

 

 보통 반찬이 나와도 메인 음식이 나오기까지 두어 젓가락만 먹게 되는데 쉴 틈이 없이 계속 손이 갔다.

 

 

 

 반찬이 바닥을 보일 때쯤 나온 계란말이. 모양은 투박하지만 재료를 아낌없이 넣으셨는지 두께가 제법 두툼하다.

 

 고소한 기름향과 갓 지져진 계란냄새에 사진이고 뭐고 일단 먹자는 생각이 앞선다. 

폭신한 계란이 양파, 당근, 파를 감싸고 있어 씹는 맛이 좋다. 

 

 처음엔, 계란말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케챱이 같이 나오질 않아 사장님께 달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 먹어본 건데 계란말이만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야채볶음같이 풍성한 채향이 먼저 다가오고 곧 계란의 고소함이 훅 들어와 오히려 케챱에 먹으면 강한 케챱맛이 계란말이 고유의 맛을 못 느끼게 할 것 같았다.

 

 분명 아는 맛인데 처음 먹어본 것처럼 새로운 계란말이라고나 할까. 만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계란말이가 간 맞추는거나 굽기가 쉽지 않아 의외로 어려운 음식 중 하나인데 이 가게는 한국식 계란말이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계란말이를 먹은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조기매운탕이 나온다.

 

 저걸 어떻게 다 먹지싶을 정도의 커다란 냄비 안에 향긋한 쑥갓 아래로 내용물이 꽉꽉 들어차 있다. 

 

 불이 한번 오를 때까지 끓이는 동안 재료를 확인해보니, 크진 않지만 알찬 조기가 4마리 사이좋게 들어있고, 두부, 무, 콩나물, 오만둥이까지 다양한 부재료가 국물을 담당하고 있다.

 

 

 

 초반에 반찬이며 계란말이에 신이 나서 소주를 들이부었더니 해장이 필요해 국물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역시 첫 반응은 캬아~

 

 술 먹으면서 해장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맛이다.

 

 넉넉히 들어간 콩나물이며 오만둥이가 열일했나보다. 매운탕의 깊은 맛과 감칠맛이 잘 우러난다. 양념을 많이 한 거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 맛이 나는 걸까. (나중에 사장님과 한잔 하면서 비법을 캐낼 야무진 계획까지 세웠다)

 

 비린맛에 예민한 편이라 생선요리는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최근 들어 먹은 매운탕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은 듯하다.

 

 조기 살을 발라 두부와 쑥갓에 얹어 먹기도 하고 국물 가득 머금은 무도 달큼해서 이미 배가 부름에도 끝없이 들어간다.

 

 

 

 잘 먹는 우리가 보기 좋았는지 낯선 얼굴에 처음엔 심드렁하시던 사장님도 이내 다가와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두분이서 지방이나 산을 돌아다니며 냉이나 더덕같은 재료를 구해와서 내놓는 거라 그 자부심이 남다르셨다.

직접 캐온 약재로 약주도 담그시는데 손님이 원하면 예약을 받아 몇 병 팔기도 하신단다.

 

 

 그리곤 주방에 들어가시더니 무심한 듯 삼을 두개씩이나 툭 내려놓으셨다. 산에서 직접  캐온 아이라며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당부도 남기시며 말이다.

 

 원래 삼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사장님의 정과 삼의 향긋함에 반해 오독오독 끝까지 다 먹었다.

 

 

 

 사장님 말씀을 듣고 가게를 둘러보니 칡에서부터 엄나무, 오가피같은 약재가 군데군데 매달려있고  지나가는 주민분들이 냉이나 칡즙을 하나씩 사가기도 하셨다.

 

동네 주민분들께는 소문난  맛집이자 건강원이었나보다. 

 

 많은 음식과 술과 이야기로 행복한 하루를 안겨준 이곳, 가게를 나오는 길이 아쉬웠는데 사장님이 넌지시 한마디 해주신다.

 

 곧 쌈채소가 많이 나올 오뉴월에 삼겹살을 시키면 어디에도 없는 쌈종류가 나오니 와서 삼겹살을 꼭 먹어보라고 말이다.

 

이렇게 또 봄을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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