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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손맛! 1시간 고민 끝에 들어간 반다찌 저녁 마실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통영의 손맛! 1시간 고민 끝에 들어간 반다찌 저녁 마실

강마 2020. 7. 31. 08:09

 

 전주에 막걸리 한상이 있다면 통영을 대표하는 술문화는 다찌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안주의 향연과 매일 달라지는 신선한 해산물을 벗삼아 술 마시는걸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문제는 좀 과하다 싶은 가격과 반찬 재사용이랄까.

 

 TV에 나온 유명한 집들은 실제 방문해보면 불친절하고, 몇 번이나 상에 올랐을지 모를 재탕음식들이 주를 이루는 경우를 허다하게 겪은 터라 절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찌집만은 사전 정보없이 내려가 발품 팔아 찾아내기로 했다.

 

 

 

 시내(?)로 나가면 현지인들이 가는 가격대 괜찮은 가게들이 많이 있다는 추천을 받긴 했지만 숙소가 케이블카 근처라 거리가 먼 관계로 패스, 그래도 통영하면 다찌인데 어디든 있겠지 싶어 무작정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해안가를 기점으로 수 많은 가게들이 보였지만 도통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관광지에서 좀 벗어나야 되나 싶어 바다를 등지고 거주지 쪽으로 향한 곳에서 만난 저녁 마실. 처음에는 카페인줄 알고 그냥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다찌집이다.

 

 

 

 가게 앞은 알록달록 벤치로 장식되어 있고 가게 안도 얼핏 보기에도 사장님이 애정을 가지고 관리를 하신다는 게 느껴져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은 가격. 해피아워(저녁 9시30분부터 새벽2시)시간대에는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고 2인 한상에 5만원 이상인 곳이 허다한데 1인 2만원이면 아주 괜찮은 편이다.

 

 

 

 다찌는 술을 시키는만큼 안주가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 술집들에 비해 술은 비싸다. 

 

 메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메뉴도 없지만) 인원수와 주종만 정해서 말씀드리면 주문 완료. 깨알같이 애기공기밥은 무료로 제공해주신다고 하니 가족분들이 오기도 좋을 듯하다.

 

 

 자리에 앉아 가게를 잘 골랐구나 싶었던 점은 멋드러진 가게 분위기도 있지만 주문함과 동시에 주방에서 불이 켜지고 재료 손질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 

 

 여기는 음식 재사용은 없겠구나 싶어 그제야 안도감이 든다.

 

 

 잠시 주방에서 달각 달각 소리가 들리더니 1차 안주들이 나온다. 요리라기보단 빠르게 나올 수 있는 반찬 위주로, 샐러드처럼 애피타이저 역할을 한다.

 

 오독오독 까먹는 재미가 있는 삶은 완두콩과 돌돌 빼먹는 재미가 있는 보말, 짭쪼롬한 무나물과 간장게장까지.

 

 따뜻한 쌀밥 생각나는 밥상이지만 산해진미를 두고 밥으로 배를 채우고 싶진 않아 꾹 참아본다.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의 심정으로 주방만 쳐다보고 있자니 드디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말린 생선을 다시 한번 쪄내는 식으로 조리된 가자미.

 

 말린 거라 별로 먹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살이 실하고, 바로 조리되어 따뜻한 온기를 지니고 있어 더욱 맛이 좋다.

 

 

 그다음은 떡이 나오길래 좀 쌩뚱맞다 싶었는데 요거 은근히 맛있다. 갓 구워 따뜻한 쑥떡에 조청을 듬뿍 찍어 먹으니 요기도 되고 당 충전이 된다.

 

원래 떡 종류를 좋아하지 않아 맛만 보고 치워야지 했는데 더 달라고 할 뻔.

 

 

 그다음은 큼지막한 고등어 한토막이 들은 고등어김치조림.

 

이 아이 역시 온기 가득 품고 나타나 비린맛도 없고 김치 한 줄 쫘악 찢어 고등어 살을 발라 입에 넣으니 불길한 기운이 엄습한다. 오늘 술 진탕 마시겠구나......

 

 

 내일의 숙취는 내일의 나에게 부탁하고 오늘은 일단 마시자. 

 

 밀가루라고는 들어갔는지조차 모르게 재료를 듬뿍 넣어 구워주신 부추전. 부추향이 그득하고 부추가 많이 들어갔음에도 질척이지 않고 바싹 잘 구워졌다.

 

 

 

 부추전을 먹고 있자니 주방에서 고소한 향이 퍼지길래 그다음은 누구일까 기대가 됐는데 바로 요 녀석들이다.

 

버터를 듬뿍 머금어 고소한 새우와 전복구이. 어쩜 전복을 이리 야들야들하게 잘 구우셨는지 절삭운동없이도 식도를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다.

 

 

 뭔가 이 날의 하이라이트 같은 느낌으로 차려진 해산물 3종 세트.

 

 작지만 살이 꽉 차있는 털게찜과 통영이 대표 산지인 비단 가리비, 보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소라찜까지 통영 앞바다를 축소해놓은 듯한 상차림이다.

 

 초장도 사장님표 수제 초장이라 파는 것보다 더 고소하고 짠맛이 덜해 듬뿍 찍어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서울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귀한 해산물들을 잔뜩 늘어놓고 골라 먹으니 이게 바로 다찌의 찐 매력이 아닐까 싶다. 

 

 

 횟집에서 빠지면 섭섭한 산낙지와 나같은 육식동물들을 위한 수육도 먹기 좋게 썰어 나온다.

 

 수육 역시 바로 삶아 따뜻하고 아까 고등어 김치조림에 들어있던 김치도 다시 보니 반갑다. 아삭아삭 잘 익은 묵은지라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해산물에 싸 먹어도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마력을 지녔다.

 

 

 

 술도 얼큰하게 취해가고 배도 꽤 불러 거의 끝인가 싶은데 사장님이 도통 주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신다. 혼자 운영하시는 곳이라 손님은 계속 들어오는데 이제는 내가 불안할 지경이다.

 

 이 과정을 손님 올 때마다 계속 반복해야 하니 몸이 얼마나 고되실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주방에 계시더니 뽀얀 아귀수육을 데리고 나오신다. 쫄깃쫄깃 잘 삶아져 초장없이 먹어도 맛이 좋다. 보통 해물찜에 들어가 양념에 묻힌 것만 익숙했는데 쌩얼도 훌륭한 아이였구나.

 

 

 

 나온 음식을 거진 다 비워냈는데도 음식 맛이 좋으니 계속 들어간다. 이제까지 내가 먹는 양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내 위를 늘리지 않을 만큼 음식이 맛있지 않았었나 보다.

 

 통영에서 잡힌 갈치인데 오늘 물이 좋아 사 왔다며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신다. 그래 봐야 갈치구이가 비슷하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한 입 먹어보니 이제부터 갈치는 제주가 아니라 통영인걸로.

 

 굽기도 잘 구워졌지만 살이 정말 부드럽다. 젓가락으로 들면 아까운 살점 다 부서질까 싶어 수저로 살살 달래 가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렇게 갈치의 맛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쯤 특유의 새콤한 향이 매력적인 멍게와 주꾸미(로 추정되는) 숙회, 오징어무침으로 또 한 번 상이 차려진다.

 

 빈 접시들을 치웠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북적이는 테이블. 

 

 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좋아 무침이 특히 맛있어서 남은 해산물들도 무침에 합류시켜 먹어준다.

 

 

 다찌집에서 안주의 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국물이다.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점은 있지만 대부분 탕(국) 종류가 나오면 마지막이라고 한다.

 

 싱싱한 바지락에서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오동통한 살점 꺼내 한 입 먹으면 해장과 안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배는 이미 충분히 불러 숨 쉬는 것마저 버겁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 그걸 눈치채셨는지 사장님이 입가심하라며 주신 토마토. 설탕 솔솔 뿌린 추억의 토마토 맛을 느끼니 비로소 오늘의 먹부림이 완성된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집. 

 

 보통 유명한 다찌집은 1인이나 2인은 받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저녁 마실은 1인 손님도 가능하니 여럿이서도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몇십 년 전통은 아닐지라도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여기가 바로 통영 반다찌 맛집 아닐까. 

 

 

 

 

▣ 찾아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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