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도시여행

보양식 끝판왕 산낙지 박속연포탕, 구의동 갯뻘낙지쭈꾸미 본문

가성비 갑! 싸고 맛있는 국내 식당 파헤치기/특별 골목 맛집

보양식 끝판왕 산낙지 박속연포탕, 구의동 갯뻘낙지쭈꾸미

강마 2020. 8. 7. 08:26

 

 벌써 중복이 지나고 말복이 다가오고 있다. 뜻하지 않게 길어진 장마에 더위는 덜했지만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깊어 안타까운 요즘. 

 

 쨍하게 더운것도 싫지만 습도 100%인 날씨 탓에 온 몸이 쑤시고 기분도 괜스레 처져 힘이 든다. 그럴 땐 역시 음식으로 푸는게 먹부림의 민족 해결방법 아닐까. 

 

 매번 먹는 닭은 지겹고 새로운 보양식을 찾아 주위를 어슬렁 거리다 발견한 갯뻘낙지쭈꾸미. 간판에서부터 뭔가 찐맛집 포스가 느껴진다.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와글와글한 가게 안.

 

 처음 방문한 곳이라 어떤 메뉴를 시켜야 할지 몰라 주위를 살펴보니 마치 짠것처럼 연령대가 젊은 테이블은 쭈꾸미를, 높은 테이블은 낙지를 드시고 계셨다.

 

 더욱 깊어진 고민. 마침 비가 내리고 있어 새빨간 볶음 메뉴도 맛있어보였지만 오늘의 주목적인 보양을 위해 산낙지 박속연포탕으로 주문을 했다. 

 

 

 가게가 아담하긴 하지만 손님이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위주라 사장님 내외가 굉장히 바쁘시다. 

 

 시간이 좀 걸릴꺼라고 양해를 구하며, 먼저 먹고 있으라고 방금 끓여낸 계란찜부터 던져주신다. 계란찜이야 항상 반가운 기본반찬 중의 하나이니 감사할 밖에.

 

 빈 속에 술 먹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뜨끈짭쪼롬하며 부들부들한 계란찜에 한결 속이 편해진다.

 

 

 그렇게 텅 빈 테이블에 계란찜과 소주만 두고 먹고 있는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셨는지 이번엔 작은 종지 하나를 주고 가신다. 

 

 미나리를 송송 썰어내어 소라?고동?과 함께 초고추장에 무쳐 나온 밑반찬. 안주가 하나씩 나와서 그런지 다찌집 생각도 나고 다음에 뭐가 나올지 기대하는 맛이 있다.

 

 

 몇 번을 주방과 홀을 왔다갔다하시더니 드디어 정식으로 차려진 상차림. 견과류 볶음과 낙지젓갈, 열무김치, 샐러드에 싱싱한 야채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실속만점 상차림이다.

 

 식사를 기다리는 와중에 옆테이블에서 4번 이상을 리필하는 걸 들었던 터라 덩달아 궁금해졌던 열무김치부터 맛을 본다. 적당히 삭아 아삭함이 살아있고 간이 잘 맞아 김치만 먹어도 짜지 않고 좋다.

 

 계란찜을 먹었을 때부터 느꼈는데 나머지 반찬들을 맛보니 확신으로 돌아선 생각, 사장님이 간을 정말 기가 막히게 맞추신다. 전직이 간잽이셨나....

 

 

 

 상차림과 동시에 가스레인지에도 커다란 냄비가 함께 올려진다.

 

 그런데 응? 몇 번을 확인해도 연포탕인데 낙지가 없다. 궁금해하던 찰나 답변이라도 해주듯 빨간 바구니를 들고 밖으로 나가시는 사장님.  밖에 놓여진 수족관에서 낙지를 바로 잡아 손질해서 올려주는 모양이다.

 

 

 뽀얗게 손질이 끝난 후, 팔팔 끓고 있는 냄비로 낙지가 입수한다. 아무래도 산낙지이고 크기가 제법 커서 소짜에는 한마리만 들어갈 줄 알았건만 통 크게 두 마리나 넣어주신다. 

 

 역시 대세는 1인 1낙지인가.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산낙지의 효험을 느낄 생각에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난다.

 

 

 낙지를 넣음과 동시에 기존에 끓고 있던 야채는 한쪽에 따로 건져주신다. 야채도 너무 익히면 물려져 그 식감이며 풍미가 사라져 버리기에 번거롭더라도 이 방식을 고수하신다는 사장님. 

 

 낙지도 입수와 동시에, 익었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재빠르게 해체되어 건져진다. 끓인다기보다는 거의 샤워 수준이다.

 

 특히나 살아있는 낙지는 조금만 늦어도 맛이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낙지가 익을 때까지 우리 테이블을 전담 마크해주신다. 이러니 바쁘실 밖에.

 

 

 맛있는 음식을 위해 손이 많이 가도 테이블마다 신경을 써주시는 사장님의 배려 덕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잘 삶아진 낙지를 만날 수 있다.

 

 보기에도 윤기 좔좔 흐르는 낙지, 어찌나 탱글탱글한지 산낙지모냥 젓가락으로 잡기도 힘들 지경이다.

 

 

 야채용 쌈장을 제외하곤 낙지에게 주어진 소스는 두가지. 고추냉이 담긴 간장소스와 초고추장이다. 본래 낙지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맛이 강한 초고추장보단 간장소스를 찍어야 한다고 하지만 알게 뭔가. 내 입맛에 맞는 게 최고지.

 

 먼저 소스없이 낙지만 한입, 간장에 찍어서도 한입, 초고추장에도 한입. 오늘의 베스트 커플을 찾아 입이 분주해진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낙지가 워낙 조리가 잘되어 어떤 식으로 먹어도, 입에서 통통 튀는 낙지의 식감과 부드럽게 넘어가 는 야들야들함에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 어렵다.

 

 

 본래 박속연포탕과 일반 연포탕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탕 속에 무가 들어가냐 박이 들어가냐의 차이점인데 박 속에 미네랄이고 비타민이 어쩌고 다 떠나서 이 집은 그냥 낙지가 갑이다.

 

 흔히들 음식에 정성과 시간이 더해지면 맛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 말의 정석을 보여주는 곳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비효율적으로 일하시는 듯해 (사실 상차림이 늦어져 약간 삐졌었다.) 갑갑한 마음도 있었지만 말이다.

 

 

 낙지를 주문하면 사리( 칼국수, 라면등)류나 볶음밥 1인은 무료라서 낙지 머리까지 옹골차게 익힌 육수에 칼국수가 먹고 싶었으나 낙지 먹고 배가 부르긴 처음인 푸짐한 양덕에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했다. 

 

 처음엔 하얀 국물에 볶음밥이 맛있을까 의문이었지만 역시 전직 간잽이, 다대기를 기가 막히게 더해주신 덕에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서울에서 이만큼 맛있는 박속연포탕을 만나기도 힘들기에, 아차산 산행 후 기력 보충을 위해서 혹은 색다른 보양식을 찾으신다면 이번 여름의 마무리는 박속연포탕으로 맛깔나게 해 보시길 바란다.

 

 

 

 

▣ 찾아가는 방법 ▣

Comments